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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덤핑수주 사전조정 어려워"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보증·보험 수가 인상으로 간접 통제"

이효범 기자공개 2013-07-01 10:15:07

이 기사는 2013년 06월 27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익성 악화로 해외건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후적으로 보증과 보험 수가를 올려 국내업체간의 과도한 수주경쟁을 견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해외건설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기술 개발과 건설사 내 분리된 '영업'과 '관리' 조직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복남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사진)은 27일 자본시장 미디어 더벨이 주최한 '2013 건설금융 포럼'에서 '과당 경쟁 방지를 위한 조정 가능성 진단'이라는 주제로 "해외건설 덤핑 수주 관련 사전 조정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산업계는 정부에 과당경쟁 견제 장치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산업계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며 "양쪽 모두 사전 조정이 가능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장애로 협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덤핑수주에 대한 사전 조율과 조정이 불가능한 원인으로 △사업 수익모델의 다양화 △한국건설의 높아진 위상 △국제 발주 및 계약시스템의 표준화 △국제표준(FIDIC)과 세계은행(WB)의 정보 공개 차단 조항 △해외업체와 연계한 컨소시엄 구성 등을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과당경쟁 방지를 위한 사전 협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입찰과 계약절차에 대한 정보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내 공공공사에도 국제계약관례가 적용되고 있는데 해외 건설사업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기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따라 덤핑성 최저가입찰로 확인 될 경우 사전적으로 보증이나 보험을 거부하거나 보증과 보험 수가를 올려 견제하는 방안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저가 수주가 해당 기업은 물론 다른 업체들에도 적잖은 피해를 주는 만큼 간접적으로 불이익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또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건설의 생산성 무기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한 제조업체가 30일 만에 30층 높이의 호텔을 건설하는 등 건설기술이 바뀌면서 공기가 짧아지고 있다"며 "발상을 전환하면 우리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업체 조직내 분리된 영업과 관리 조직을 유기적인 통합을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동안 국내업체들은 영업과 현장 관리 업무가 각각 분리돼 해외 사업 위험에 노출돼 왔다"며 "부서간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음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복남 연구위원 발표 전문>

해외시장의 규모가 커져가면서 발주자의 요구사항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건설기술이 바뀌면서 공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점도 최근 경향이다. 중국업체가 30일 만에 30층 규모의 호텔을 지었다. 이게 일반화 되어 간다. 이걸 구상한 회사가 제조업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건설기술이 바뀌면서 공기가 짧아지고 있다.

국가에서 해외건설을 부추기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는 무조건 이득을 얻는다. 손실은 개별 기업이 본다. 그래서 국가에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로이힐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 해외사업을 보는 시각이 다양해졌다. 수주를 못한 업체 입장에서는 저가수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시장에서는 최저가 전략으로 수주에 성공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터키 보스포러스 해협 제3대교 공사는 D건설이 확정적이라고 했지만 결국 H건설이 수주를 했다. 예상가격보다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저가'로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다.

한국은 이미 국제적으로 상당한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업체들을 보는 발주기관의 시각도 달라졌다. 하도급·시공 중심에서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건설사들의 사업가로서의 역량은 아직 떨어진다. 시설운영자(O&M) 부문의 역량이 특히 부족하다. 지금까지 공공에서 담당했던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직접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계에서는 탈락자와 낙찰자의 입장이 엇갈린다. 탈락자는 초저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낙찰자는 수입 포트폴리오를 공개할 수 없지만 결과를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제3자(학계, 연구계)는 저가수주를 시한폭탄으로 규정한다.

해외건설사업에서 당사자는 최단 기간, 최소 비용을 원한다. 입찰자는 사업기간 확보, 최대 이윤을 원하고 있다. 완전히 이해관계가 배치된다. 하지만 해외건설에는 심판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다들 중재할 심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게 가능한 것인지 검토해봐야 한다.

한국의 원전 수출은 건설과 운영 중에서 ‘운영' 면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다. 프랑스, 미국, 일본의 컨소시엄은 운영보다 건설 쪽에 집중했다. 중동의 수요자 쪽에서는 운영 면에 대한 기술을 요구했기 때문에 한국이 수주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터키 원전 수주에서는 한국이 ‘건설'에 집중을 했다. 반면 일본은 ‘건설'에 대한 비용을 낮추고 운영에 대해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이 수주에 성공했다. 해외건설 전략은 상황에 맞게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터키 원전사업 실패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이는 가격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발주국, 발주기관, 밸류 체인을 동시에 봐야 한다.

해외 수주에서 국가별 전통이 각각 다르다. 그렇다면 이제는 21세기 한국식 전략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조정이나 협의에는 반드시 정보의 공개와 공유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투자개발사업, 도급사업 모두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국내 공공공사에도 국제계약 관례가 적용되고 있다. 이런 면만 보면 사전 조정 가능성은 힘들다고 볼 수 있다.

사전 조정, 조율이 불가능한 이유는 5가지다. 사업 수익 모델이 다양해졌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 때문이다. 국제 발주 및 계약시스템의 글로벌 표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또 국제표준과 세계은행의 정보 공개 차단 조항이 있다. 국내 기업만의 단독입찰도 거의 없다.

정부는 보증, 보험료를 사후에 평가에 반영하는 제도를 구상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건설의 생산성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 또 ‘수주', ‘수행', ‘손익'이 분리된 조직구조를 통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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