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끝나자 싹 돌아선 롯데케미칼 'IR 불감증' 매출 15조원대 불구 소형 NDR만..시장선 "절대적 정보 부족"
문병선 기자공개 2013-08-05 10:22:33
이 기사는 2013년 07월 29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가 화학 담당 애널리스트들 사이의 불만 중 하나는 롯데케미칼의 'IR 불감증'이다. 자산 10조원대에 매출 15조원대의 대규모 기업치고는 정보가 빈약하기 짝이 없다는 불만이다. 그나마 지난 3년여간 KP케미칼과의 합병을 앞두고 다소 활발히 했던 IR 활동은 최근 약화되는 조짐이다.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IR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변변한 기업설명회(IR)조차 갖지 않는 공룡 화학기업을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래 최저 수준으로 주가가 곤두박질 친 롯데케미칼을 두고 국내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인수합병(M&A) 시도와 투자 계획은 여기저기서 알려지고 있지만 정작 회사를 통한 설명은 전무하다는 게 불만의 요지다.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발표된 현대오일뱅크와의 1조원대 합작투자 사업이다. 롯데케미칼은 합작법인을 통해 BTX(벤젠·톨루엔·자일렌) 공정의 주원료인 혼합자일렌을 생산할 계획이다. 공장이 가동되면 수입에 의존했던 원료를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정작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투자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1조원대 투자사업이지만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지, 매년 얼마나 투자금이 회사 주머니에서 빠져나갈지 등에 대해서는 회사측 설명이 없다.
IR이 활성화된 기업이라면 사전에 애널리스트들에게 재무상황 설명을 한다든지, 사후 문의를 할 때 적극적으로 자금조달 계획을 밝힌다. 롯데케미칼은 아예 이런 정보의 소통 통로가 없다.
과거 2010년 말레이시아 화학업체 타이탄 인수 때도 비슷한 불만이 많았다. 약 1조5000억원을 주고 인수하는 대규모 M&A였지만 투자자들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공교롭게도 화학 업황은 2001년 중반을 정점으로 고꾸라졌다. 대규모 M&A에 따른 성과없이 현재까지 타이탄은 적자만 누적돼 가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지금도 타이탄의 현황과 실적에 대해 궁금해 하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수치와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 이전까지 IR을 거의 하지 않았던 기업으로 유명했다. 롯데케미칼이 그나마 지금의 IR 네트워크를 갖춘 건 KP케미칼과의 합병 불발이 결정적이었다. 롯데케미칼은 2009년 9월 KP케미칼과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합병 반대주주로부터 주식매수청구 신청을 받은 결과 무려 4858억 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가 접수되자 과도한 합병비용을 이기지 못하고 합병 계약을 해제했다. 이후부터 IR을 강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다른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과 거의 소통을 하지 않다가 막상 합병을 하려고 보니 회사측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그래서 합병반대 주주가 많았던 것으로 해석됐다"며 "이후부터 IR을 조금이나마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IR을 강화했다는 시점 이후에도 롯데케미칼이 주력한 IR 활동은 투자설명회(NDR)와 컨퍼런스 참석 등에 국한됐다. NDR은 일부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한 비공개적인 만남이다. 특정 증권사가 주최하는 컨퍼런스 역시 일반인 참석이 금지되는 비공식 행사다. 공개적인 컨퍼런스콜이나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한 실적발표 IR은 단 한차례도 열지 않았다.
증권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롯데케미칼이 소비 업종이 아니다 보니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IR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오히려 시장의 관심이 적으니 IR을 안할 수도 있고 그동안 화학 업황이 좋지 않아 할 필요성을 못느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처럼 실적이 악화되고 주가가 급락하는 시기에는 보통 적극적으로 회사측 상황을 설명하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달랐다. 최근에는 이 마저도 축소되는 듯한 분위기다. NDR의 폭이 좁아졌고 컨퍼런스 참석은 눈에 띄지 않는다. 공시도 없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국내 NDR을 개최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만 공지했을 뿐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금융감독원 공시 사이트에는 공지하지 않았다. 이는 물론 의무 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대규모 기업은 NDR을 사전에 투자자들에게 공지한다. 일반 투자자들은 NDR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지만 회사가 투자설명회를 연다는 것 자체를 정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행사를 인지하는 것 자체로만 정보의 비대칭성이 어느정도 해소되는 역할을 한다.
KP케미칼과의 합병이 올해 1월 완료된 이후 롯데케미칼의 IR 활동이 앞으로 더욱 위축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측 설명은 다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IR을 더 활발히 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담당 인원도 늘릴 생각"이라고 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전략경영팀 산하 1명의 IR 담당 인력을 배치해 놓은 상황이다. 이 인력을 더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또 다른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롯데케미칼이 2010년부터 IR을 늘려 왔던 이유는 KP케미칼과의 합병을 앞둔 사전 작업이었다"며 "합병이 끝났으니 IR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의견이 서로 엇갈리는 건 그만큼 소통이 없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 문화를 봤을 때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한 IR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며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기도 하고 보수적인 기업 문화 탓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롯데그룹에 대해서는 정보의 기대치가 낮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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