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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대외금융 갈등…뒤죽박죽 꼬였네 기재부 1년만에 말바꾸기…수은, 정금공 해외자산 편입여력 안돼

윤동희 기자공개 2013-08-06 09:27:02

이 기사는 2013년 08월 05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정책금융기관 역할 정립을 위해 대외금융 일원화 방안을 구상했지만, 산업계의 반발로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로부터의 장기보험업무를 수출입은행(이하 '수은')에 이관하는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에 따라 일원화 방안이 채택될 경우 한국산업은행(이하 '산은')과 한국정책금융공사(이하 '정금공')만 논의 대상으로 남을 전망이다.

하지만 수은과 산은 간의 대외금융 역할 구분은 2006년부터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수은이 ECA 기관으로서 지원하는 것과, 산은이 상업적 조건으로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대외 정책금융 일원화를 위해 정금공의 해외투자 자산과 기능을 수은에 넘기는 방도는 계속 논의되고 있지만, 이 같은 방안도 수은의 건전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실행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게다가 기획재정부는 최근까지 수은이 대외금융을 단독으로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하고 정금공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리하게 일원화를 추진할 경우, 정부의 '말바꾸기' 논란도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 산은·수은 해묵은 대외금융 갈등 …정금공 자산 분리도 어려워

산은과 정금공의 대외금융 업무를 수은으로 일원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두 기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06년 국정감사 당시다. 수은이 주로 담당해왔던 해외 PF금융에 산은이 뛰어들면서 업무 중복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우선 수은은 고위험분야에 정책적 목적으로 지원하고, 산은은 상업적 조건에서 지원하라는 대원칙을 세웠다. 실행방안으로 2007년 정책금융심의회를 통해 업무 협의를 유도한다거나 2012년 수은과 산은, 무보와 정금공의 부기관장급 관계자가 참여하는 '해외프로젝트 정책금융기관 실무 협의회'를 발족해 협력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안을 내놓았으나 모두 무산됐다. 해외 프로젝트 참여 기회가 산발적으로 들어오고, 무엇보다 정책금융과 상업적 투자를 구분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협의회를 통한 업무 조정은 사실상 불가했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정책금융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이번 정책금융 개편 TF에서도 산은과 정금공의 사업과 기능을 몰아주기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간담회를 통해 대외금융 일원화 논의가 있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해외 프로젝트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은은 정책적 목적으로, 산은과 정금공 모두 대부분 상업적 조건으로 해외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어 대외 금융기능을 수은에 모으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금공이 산은에 통합된다는 가정 아래에서는 정금공의 대외부문 여신과 기능을 수은에 넘기는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은의 건전성 문제가 걸려있어 실제로 시행하는 데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거라는 관측이다. 수은은 국가별 리스크 한도가 70% 가량 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금공의 여신을 받아오기 위해서는 신규로 채권을 발행해 매입하는 형태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부채와 자산이 늘어나는 형태로 BIS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수은의 BIS 비율은 10.51%로 기준선인 10%를 겨우 넘기고 있다. 수은은 자본금 증자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 사정상 실현 가능성은 낮다. 대신 금융위는 일반 대기업 여신 등 ECA 업무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여신 포트폴리오를 처분해 한도를 만들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결국 정금공의 해외 여신을 받아오기 위해서는 자산 구분작업은 물론, 수은 포트폴리오를 먼저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거라는 전망이다.

◇ 기재부 작년까지 '수은 단독 지원 어렵다'… 금융위 TF '일원화 방안' 정면 배치

결국 무보는 물론 산은이나 정금공의 해외 여신을 수은으로 일원화 시키는 작업에는 순기능 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외금융 일원화와 관련한 수은의 한계는 관할 기관인 기재부가 시인했던 사안이다.

기재부는 2011년 '해외프로젝트 수주 확대를 위한 금융조달 여건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지난해 6월 '해외프로젝트 정책금융기관 실무 협의회'를 발족했다. 이때 협의회를 발족하게 된 배경에는 수은과 무보 등 정책금융기관이 단독으로 해외 프로젝트 지원에 나설 만한 여력이 없었다는 판단이 있었다.

기재부는 당시 발표 자료를 통해 수은의 BIS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프로젝트 지원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금융위기를 거치며 수은의 단기대출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을 한계로 지적하기도 했다. 2010년 기준으로 수은의 단기대출 비중은 82% 수준으로 현재까지도 70~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장 늘어나는 해외 프로젝트 수주 규모를 고려했을 때 수은의 지원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수은과 무보 등 두 개의 정책금융기관으로는 대외정책금융을 원활히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기재부는, 정금공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설립 연혁이 오래 지나지 않아 레버리지 비율 측면에서 여유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기재부는 ECA 기금조달과 관련해 정금공에 향후 5년간 10조 원을 지원하는 계획을 세우도록 조치를 내렸다.

기재부가 발족한 정책금융기관 실무 협의회는 분기 별로 모임을 갖고 오는 8월께 구체적인 협의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위 주도로 정책금융기관 재편안이 논의되며 수은에 산은, 무보, 정금공의 대외기능을 몰아주자는 안이 나오게 됐다. 이는 기재부가 당초 판단한 시장 현황과 계획에 정면으로 대치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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