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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점점 짧아지는 차입구조 기업어음 규제 후, 단기조달 확대…공모채 전환 필요성 대두

황철 기자공개 2013-10-22 13:52:14

이 기사는 2013년 10월 18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의 차입 구조가 빠르게 단기화되고 있다. 보름 사이 무려 8000억 원의 기업어음을 발행하는 등 단기자금조달에 한창이다. 과거 주된 조달수단이던 만기 1년 이상 장기 기업어음이 규제에 막히자 한 달 이하 짧은 물량으로 운영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 과거 발행한 기업어음도 대부분 1년 이내 만기를 맞아 유동성차입금으로 전환했다.

현대중공업은 5월 장기 기업어음의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화 이후 만기도래물을 적극적으로 상환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단기물 중심으로 발행 재개에 나서 과거 잔액 수준을 빠르게 회복했다.

조선업 장기 불황 등으로 현금흐름이 저하되고 있어 앞으로 자금 조달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로의 전환 등을 통한 차입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 보름 사이 8000억 원 조달, 만기 한달 안팎

현대중공업은 지난 8일과 11일 각각 1000억 원과 2000억 원씩 총 3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기업어음 시장에서 조달했다. 만기 36일과 35일물로 과거 1년~2년에 달하던 것에 비해 상당히 짧아졌다. 과거에도 만기 1년 미만 물량이 없진 않았지만 한달 이하물이 주를 이룬 적은 없었다.

9월27일과 30일에도 각각 2000억 원과 3000억 원씩 총 5000억 원 어치의 기업어음을 발행했다. 불과 보름 사이 조달한 자금만 8000억 원에 이른다. 9월 발행분 역시 만기는 21~74일로 짧다.

이번 대규모 조달로 현대중공업의 기업어음 잔액은 과거 수준을 빠르게 회복했다. 17일 현재 2조4500억 원으로 민간 기업 중에서 독보적인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다음으로 잔액이 많은 우리카드 1조3900억 원, 롯데카드 1조3295억 원과 1조 원이상 차이가 난다.

기업어음 시장의 공룡 발행사로 통하는 공기업을 포함하더라도 한국가스공사(4조5800억 원), 한국철도공사(2조5600억 원) 다음으로 많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한 2011년 중순을 기점으로 2조 원 안팎의 잔액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5월 기업어음 규제가 본격화한 이후 만기도래물 상한에 나서 상반기말에는 1조6900억 원까지 잔액이 줄었다. 하지만 9월을 기점으로 장기물 중심에서 짧은 만기물로 대체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대중공업

이번 기업어음 발행은 재무적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 요인을 갖고 있다. 현재 조선업계 사정을 볼 때 단기자금수지를 맞추기 위한 기업어음 본연의 용도로만 보기는 힘들다. 규모 역시 8000억 원에 달해 일정 부분 장기 운영자금 혹은 시설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현재 2.5조 원에 육박하는 기업어음 잔액 자체가 부담스럽다. 과거 발행한 장기 기업어음 역시 만기 2년 이하로 공모채에 비해서는 안정성이 한참 떨어진다. 현재 잔량의 대부분인 2조3000억 원이 1년 이내 만기도래하는 단기성차입금이기도 하다. 앞으로 기업어음을 주된 조달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차입구조의 단기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

◇ 공모채 발행 통한 차입구조 개선 필요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공모 회사채 발행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3년만에 1조2000억 원 어치의 회사채를 찍으며 차입구조 개선을 시도하는 듯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조선업 장기 호황으로 차입 자체가 많지 않아 채권 만기 부담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발행량 1.2조 중 차환액은 단 3000억 원이었다. 나머지 9000억 원은 일반 운영자금으로 쓰였다. 현재 기업어음 잔액으로 볼 때 단기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됐을 가능성은 적다. 결국 대규모 채권 발행이었지만 차입구조 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모자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선수금 감소와 현금창출력 축소는 국내 조선사에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이에 따른 차입금 증가 역시 당분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업어음의 경우 차입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크레딧 관점에서 위험성은 상당히 크다. 기왕 장기 자금수요에 맞춰 조달을 늘려야 할 상황이라며 자산매각 등의 조치가 아닌 한, 회사채를 통해 조달 안정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어음의 경우 아무리 장기라 하더라도 만기가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아 조달안정성이나 수요기반이 취약하다"라며 "현대중공업의 현재 잔액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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