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10월 21일 08: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언론보도만 놓고 보면 건설사들은 전체가 부패, 비리의 온상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4대강 건설에 참여해 물의를 일으킨 것도 모자라 수주과정에서 자기들끼리 담합을 해 최대 15개월간 공공공사 입찰을 제한받는 철퇴를 맞았다.담합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전국 단위의 대형사는 물론 중견, 중소형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해당 건설사들이 제제 기간 동안 입게 될 매출손실만 12조 원에 이른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이 뿐 만이 아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비슷한 시점에 판교 등 8개 지구 아파트 건설공사에서 담합을 한 35개 건설사에 대해 최대 12개월간의 공공공사 입찰참여 제한 조치를 내렸다. 이쯤 되면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건설사를 가려내기가 오히려 쉽지 않을 정도다.
국내외 건설경기 침체로 실적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잇단 담합제제와 함께 여전히 4대강 공사와 관련한 집중포화를 맞고 있으니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야 할 처지다.
그렇다면 실상은 어떤가. 지난 정부 최대의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건설공사에 참여한 한 대형건설사에서 현장소장을 맡았던 한 간부는 "(4대강 공사) 현장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파괴 논란 등과 맞물려 찬반여론이 갈린 탓에 4대강 현장은 공사기간 내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행정부는 물론이고 국회의원들도 여야 가리지 않고 수시로 현장점검 등의 명목으로 찾아왔다. 환경, 사회단체들은 연일 시위나 반대여론전을 펼쳤고, 언론도 시도 때도 없이 취재를 다녀갔다. "찾아오는 귀빈(?)들 대상으로 공사 현황과 관련한 브리핑 하다가 세월 다 보냈다"는 푸념이 이어졌다.
이렇게 온갖 '감시'를 뚫고 공사를 강행했는데 막상 결과를 보니 돌아오는 것도 없었다. 건설사들이 서로 짜고 담합까지 하면서 공사에 참여했으면 남는 게 있어야 할 텐데 건설사들은 오히려 공사비를 달라며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낙동강 달성보와 함안보 공사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GS건설, 쌍용건설, LIG건설, KCC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은 최근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냈다. "공사 도중에 수시로 설계변경을 요구해 반영했는데 추가로 들어간 비용을 공사비에 반영해 주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대형건설사들은 이번 공사의 공동 도급업체들과도 '쩨쩨하게' 공사원가 분담금 등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담합까지 해 가면서 공사에 들어갔는데 남는 게 있기는커녕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4대강 공사현장은 공구별로 대부분 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적자를 내고 공사를 하고서는 담합제제에 과징금까지 맞았으니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사안이 사안 인 만큼 어디 대놓고 하소연하기도 어렵다.
건설사들은 잇단 담합제제 발표 시점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기업들이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게 될 것이 무서워 서둘러, 그것도 하루씩 간격을 두고 담합사실과 공공입찰 제한을 발표했다고 보고 있다.
해마다 비슷한 풍경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일단 담합으로 집중포화를 한번 맞고 난 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대응에 나서면서 시간을 버는 현상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안 걸린 곳이 없으니 발표대로라면 앞으로 공공공사는 어떤 건설사들이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모 방송사의 다큐시리즈 '아마존의 눈물'에 빗대 '4대강의 눈물'이 4대강 공사를 둘러싼 환경파괴의 상징처럼 회자됐다. 자의든 타의든 일단 '역사적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공사에 참여했으니 '자업자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적자에 오명까지 뒤집어 썼으니 또다른 측면에서 '4대강의 눈물'을 흘려야 하는 처량한 신세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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