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주춤' 하이마트, '1.6조 영업권' 암초 될까 총자산의 61% 육박..영업권 손상차손에 '촉각'
김익환 기자공개 2013-11-12 10:13:50
이 기사는 2013년 11월 11일 13: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조 6833억 원의 영업권을 보유한 롯데하이마트가 주춤한 실적에 고민하고 있다. 영업권이란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경영노하우, 인적자산 등을 감안해 실질가치에 얹어주는 웃돈을 말하며 회계상 무형자산으로 분류한다. 실적이 악화하거나 영업환경이 악화하면 외부감사인의 판단으로 영업권 가치를 깎는 상각 이슈가 발생하고 영업권 상각은 실적도 갉아먹게 된다.하이마트의 영업권은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크게 웃돈다. 영업권이 상각되면 손상차손 형태로 하이마트 실적을 갉아 먹는 점에서 '영업권 폭탄'이 될 수 있다. 무더기 영업권을 보유한 하이마트의 최근 실적이 주춤하면서 덩달아 영업권 상각 이슈도 부각되고 있다.
◇ 주춤한 실적, 신경 쓰이는 영업권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3분기(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71% 감소한 605억 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한 9444억 원이었다. 선종구 전 회장과 유진기업간 경영권 분쟁으로 지난해 실적이 저조했던 기저효과 덕분에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 추이는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3분기에는 그런 기저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며 실적이 뒷걸음질 친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실적 변동에 따른 영업권 상각 이슈가 재부상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이마트의 영업권 규모는 1조 6833억 원으로 총자산의 61%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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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가 무더기 영업권을 짊어지게 된 배경은 주인이 3차례나 바뀐 사사(社史)와 궤를 같이한다.
유진기업은 2008년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높은 웃돈을 얹은 1조 9500억 원에 하이마트를 인수했다. 유진기업의 SPC는 하이마트와 함께 1조 7000억 원의 영업권도 떠안았다. 향후 하이마트가 유진기업 SPC와 합병을 하면서 1조 7000억 원의 영업권도 짊어지게 됐다.
2008년 하이마트는 영업권 상각을 추진하면서 515억 원의 상각비용이 발생했다. 높은 이자비용과 상각비용까지 치르면서 하이마트는 2008, 2009년 순손실을 기록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발목을 잡았던 영업권 상각 악몽에서도 벗어났다.
종전 회계기준(K-GAAP)에선 영업권을 20년에 걸쳐 규칙적으로 상각했다. 하지만 IFRS에선 해마다 영업권의 실질가치를 재평가해서 재량껏 상각한다. 실질가치 재평가는 회계감사인과의 협의 후 결정하는데 대부분의 회사는 영업권을 상각하지 않았다.
하이마트도 IFRS를 도입한 2010년부터 영업권을 상각하지 않았다. 2009년 1조 6833억 원의 영업권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무더기 영업권은 상각에 따른 위험이 높기 때문에 롯데가 인수할 때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고 인수대금을 깎는 근거로 작용하기도 했다.
◇성장동력 실종…영업권 악재 현실화될까
하이마트는 지난해를 제외하곤 해마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다. 그 덕분에 영업권 상각 이슈는 롯데그룹에 편입 된 지 1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하지만 기저효과는 올해 상반기에 마감했고 3분기부터 '생얼' 실적이 드러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실적이 주춤하면 회계 감사인에게 제시할 영업권 상각 반대근거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점유율 1위로 350여개의 점포망을 갖춘 하이마트는 가전제품의 교체주기가 짧아지고 모바일통신 기기 판매가 늘어나며 2007~2011년까지 연평균 9.5%의 매출성장세를 기록했다. 기저효과 덕분에 올해도 지난해보다는 나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여건으로 영업권 상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영업권을 상각할 특별한 이슈가 없고 일찌감치 지난해 1조 6000억 원대 영업권을 반영해서 등급상향을 한 것이라 영업권 관련 신용 이슈도 특별히 없다"면서도 "다만 영업권이 부풀려 있다거나 실적이 영향을 받으면 상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파른 매출성장세가 이어질 지가 다소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영업권의 그림자도 짙다. 하이마트는 해외시장 진출이 보류되는 등 확실한 장기 성장 동력이 실종됐다. 아울러 경쟁업체인 삼성전자판매프라자(옛 리빙프라자)와 LG의 하이프라자가 공격적 점포확장으로 하이마트를 웃도는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중장기적으로 백색가전 업체의 경쟁격화로 가전제품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도 무시할 수 없는 복병이다. 이런 악재 등이 겹치게 된다면 대규모 영업권 상각이 현실화하고 실적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SC은행은 지난 8월 국내 금융환경이 열악하다는 근거로 1조 원의 영업권을 상각처리해 실적이 급감한 사례도 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영업권과 관련해선 회사의 가치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이슈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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