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업, 롯데·신라 양강구도 깨지나 [Credit Report] 대기업 참여 규제, 2015년 인천공항 사업자 재선정 관건
한희연 기자공개 2013-11-14 09:11:00
이 기사는 2013년 11월 11일 19: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와 신라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면세점 산업의 경쟁구도에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에 편중된 시장구조를 바꾸기 위해 실질적 점유율 규제에 돌입하면서 대기업의 신규 면세점 진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롯데와 신라의 경우 향후 면세점 신규 입찰이나 재선정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떨어지는 대기업이나 중견 중소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특히 2015년 국내 최대 시장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사업자 선정은 업계 경쟁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기존 사업자인 롯데나 신라 중 어느 한 곳이 탈락한다면 팽팽한 양강구도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이들 두 곳을 신규 사업자가 모두 대처하더라도 업계 판도는 지금과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김호경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11일 '국내 면세점의 경쟁구도 현황과 신용평가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면세점 사업은 관세청 특허를 획득한 사업자만이 영위할 수 있는 규제산업으로 정부 정책에 영향받는 측면이 크다"며 "2015년 예정된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 시 사업자가 변경될 경우 시장점유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롯데·신라 국내면세점 업계 80% 차지…파라다이스 인수로 무섭게 치고오는 신세계
현재 국내 면세점 시장은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시장점유율 80% 수준을 기록하며 과점하고 있다. 여기에는 연간 2조 원 대에 달하는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이 주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인천공항과 같은 대규모 매출처를 확보할 경우 외형 성장과 면세점 사업자로서의 인지도 제고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형 사업자로서 상품매입시 매입단가 할인 등 수익성 개선 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는 호텔롯데, 호텔신라, 한국관광공사 등 3개 사업자가 입점하고 있다. 이중 한국관광공사가 1개, 호텔롯데가 4개, 호텔신라가 2개의 사업권을 나눠 가지고 있다.
다만 공항면세점은 높은 임차료 부담으로 이익창출이 쉽지 않고 임차계약 종료 후 사업권 갱신이 불확실하다는 단점이 있다. 공항면세점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지급 임차료는 판매관리비 총액의 40~45% 수준으로, 이중 90%를 공항 운영주체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 지급하고 있다. 게다가 절대적인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면세사업 매출액에 품목별 요율을 적용해 산출된 임차료와 별도의 최소보장임차료 중 큰 금액을 지급하는 약정을 체결하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 매출을 창출하고 있지만 공항면세점의 이익창출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기업별로 면세사업부 영업수익성이 가장 높은 곳은 호텔롯데다. 호텔롯데는 서울 소공동 등 유리한 입지에 위치한 시내면세점의 실적 호조로 임차료 등 고정 비용을 원활히 충당하며 우수한 영업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부산롯데호텔의 경우 김해공항면세점 임차료 부담이 높긴 하지만 2010년 이후 여행수요가 회복되며 영업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호텔롯데과 동일한 롯데 면세점 브랜드로 유통망을 공유하며 시내면세점의 원활한 이익창출을 바탕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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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의 경우 롯데보다는 영업수익성이 낮다. 이는 매출규모에 따른 요인과 함께 시내면세점 수 차이로 인해 임차료 부담이 높은 인천공항 면세점의 매출의존도가 40~45%로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부산의 시내면세점 1곳을 운영하면서 연간 1300억~1400억 원의 매출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상위 사업자 두 곳에 비해 낮은 영업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2012년 10월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한 신세계조선호텔은 면세점 확장사업을 추진했다. 올해 7월에는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한국공항공사와 약정한 최소보장임차료(연간 640억 원) 부담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영업수익성이 제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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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특허 제한·2015년 인천공항 사업자 신규 선정, 앞으로 경쟁구도에 관건
국내 면세점 사업의 경우 대기업 위주로 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대기업에 편중된 면세점 시장구조 재편 움직임은 이들 면세점 사업자에게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지난 8월 정부는 추후 신규 면세점 특허 부여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비중을 60% 미만으로 제한하는 관세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인 62개 그룹에서 5개 그룹이 현재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 삼성, 신세계, SK, 현대그룹이 이에 해당하며 이들 기업집단이 운영하는 면세점은 전국 19곳으로 약 56% 비중을 보이고 있어 특허비중 상한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서울 지역의 경우 △전년도 대비 지역별 외국인 입국자 수가 30만 명 이상 증가했고 △전체 시내면세점의 외국인 이용자 수 및 매출액 비중이 50% 이상일 것 등 신규 면세점 특허 부여를 위한 요건이 충족된 상태"라며 "개정안 시행 이후에 핵심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및 제주지역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가 부여될 경우 특허 상한에 근접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참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중소·중견기업의 참여가 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인천공항 면세점에 대한 의존도를 감안할 때 2015년 예정된 신규 사업자 선정은 현재 경쟁구도에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보유한 인천공항 면세사업권은 2015년 최종적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2014년 하반기 중 신규 사업자 선정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천공항 내 매출 점유율은 롯데가 50%, 신라가 40%, 관광공사가 1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대기업 면세점 특허비율 제한과 같은 정책이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최근 진행된 관광공사 면세점 사업자 선정은 3차례 모두 유찰됐지만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중 일부를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부여하고 실제로 입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정책과 같은 외부환경 변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 등 경쟁구도 변화 등 주요 이슈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며 "면세점 운영기업들의 사업실적 및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필요시 신용위험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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