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고부가 '해양플랜트' 역량 키운다 [2014 승부수] LNG FPSO·잭업리그 비중 확대… 서브시 부문 M&A·합자 추진
강철 기자공개 2014-01-07 09:45:00
[편집자주]
의지(意志)는 역경(逆境)을 이긴다. 기업 환경은 나빠지고 실적이 악화되어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5년간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외 환경에서도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장을 잡은 기업은 몰라보게 체질이 달라졌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기업에게 2014년은 도약의 한 해가 될 수 있다. 갑오년, 역동적인 말의 해를 맞아 주요 산업과 기업의 새해 승부수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4년 01월 03일 08: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0월말 삼성중공업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조선업계는 술렁였다. 분기 영업이익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대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 영업이익률 5%는 외부 환경 악화에도 흑자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통한다.삼성중공업은 그동안 매분기 1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조선 빅3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달성해왔다. 우수한 수익성은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구축된 사업 포트폴리오 덕분에 가능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다른 경쟁사와 달리 일찌감치 해양플랜트에 역량을 집중한 것이 지금의 삼성중공업을 만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인한 공급 과잉 현상이 해양플랜트를 비롯한 조선업계 전반에 수 년째 이어지면서 삼성중공업의 수익성도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당분간 저가 수주분에 대한 매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수익성 하락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수익성 회복과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를 위한 또다른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다. 잭업리그(Jack-up Rig)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시추 설비와 해양 생산설비 등 수익성 높은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선별적인 수주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인수합병(M&A)과 합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서브시(Subsea) 부문의 역량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 해양플랜트 중심 구조… 저가 수주 기조로 수익성 악화
삼성중공업은 2013년 133억 달러의 수주를 기록하며 연간 수주 목표액인 130억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전체 수주 잔량은 384억 달러로 2012년 372억 달러 대비 소폭 상승했고, 매출액은 3% 가량 상승한 14조 9038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저가 수주 기조 속에서도 수익성 높은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선별적인 수주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이같은 선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3년 드릴십 5척과 대형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척 등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만 89억 달러를 수주했다. 전체 수주에서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7%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6월 3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해양플랜트 사업인 '나이지리아 에지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프랑스 토탈(Total)이 발주한 이 설비는 원유 저장용량 230만 배럴에 상부구조 중량만 3만 6000톤에 달한다. 노르웨이 스타토일(Statoil Petroleum)로부터 대형 잭업리그 2기를 수주하며 잭업리그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2011년 오일 메이저인 로열더치셸(Shell)과 건조 계약을 체결한 세계 최대 규모의 LNG FPSO 프로젝트는 2016년 인도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설비는 총 중량이 26만톤에 달하며 연간 350만 톤의 가스 생산이 가능하다. 계약 규모는 약 30억 달러로 동종 플랜트 중 역대 최고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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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은 조선해양 부문에서 시추설비, 해양 생산설비 등 해양플랜트의 비중을 꾸준하게 늘리고 있다. 2006년 22% 수준이던 해양플랜트의 비중은 올해 70%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일찌감치 해양플랜트에 집중하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판매망을 구축한 것이 다른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삼성중공업이 조선 빅3 가운데 가장 양호한 시장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업의 주력이 일반 상선에서 시추 및 해상생산 설비로 넘어가고 있는 현재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우수한 기술력과 다양한 시공 경험을 축적한 삼성중공업이 향후 세계 조선 시장을 주도해나갈 거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근래의 업황은 호의적이지 않다. 조선업계 전반에 저가 수주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해양플랜트 역시 대규모 공급으로 인해 시장이 위축된 상태다. 공급 과잉과 저가 수주분에 대한 매출 비중 확대가 수익성도 영향을 미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의 수익성은 2010년 이후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회복을 거쳐 2010년 11%까지 상승했던 영업이익률은 2011년 8.1%로 떨어졌고, 2012년은 8.3%로 큰 변동이 없었다. 2013년은 6~7%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 상선에 비해 해양플랜트는 그나마 드릴십과 반잠수식 시추선을 기반으로 견조한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관련 선종에서의 수주 경쟁력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며 "삼성중공업의 경우 기존에 구축한 기반을 토대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서브시 역량 강화에 초점
삼성중공업은 2014년에도 해양플랜트 시장 확대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메이저 오일회사를 중심으로 심해 시추 활동이 증가하고 있고 노후 설비 교체에 따른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시추설비 분야에서의 시장 지배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해양설비에서만 약 150억 달러의 신규 발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올해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Petronas) 프로젝트를 비롯해 4~5건의 LNG FPSO 수주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드릴십도 견조한 수주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설립 후 최초로 수주에 성공한 잭업리그를 중심으로 향후 시추설비 부문의 포트폴리오도 다양하게 가져갈 방침이다. 잭업리그는 대륙붕 지역 유전 개발에 투입되는 시추 설비로 최근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국내 조선업체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대형 잭업리그의 1기당 선가는 약 6억 5000만 달러로 평균 5~6억 달러에 발주되는 드릴십 보다도 가격이 높아 수익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이러한 고부가가치 플랜트를 중심으로 선별적인 수주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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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에서 원유를 추출해 운송하는 '서브시' 부문도 M&A와 합자, 연구개발과 관련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서브시 분야의 해외기업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부문에만 약 1조 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미국과 영국 등 서브시 강국과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0월 영국 아멕(AMEC), 삼성엔지니어링과 함께 미국 휴스턴에 'AMEC Samsung Oil&Gas'을 설립한 것도 서브시 부문의 설계 및 엔지니어링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됐다. 합자사는 현재 해양플랜트 생산 인프라 확보를 위한 인력을 충원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향후 수주하는 해양플랜트의 설계를 이 회사에 맡길 방침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해상 플랫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수주량을 자랑하지만 심해저 플랜트에서는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최근 빅3를 필두로 서브시 부문에 대한 투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이 중 삼성중공업은 M&A와 합자사 설립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친환경 고효율 선박에 대한 연구개발도 지속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2010년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5년까지 30%, 2030년까지 70%를 감축한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하는 최적선형 설계, 폐열회수장치 등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세부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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