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동양發' 지각변동 일어날까 [2014 승부수] 상반기 매물 출회..성신·쌍용·한일 등 움직임 '촉각'
문병선 기자공개 2014-01-06 10:55:05
[편집자주]
의지(意志)는 역경(逆境)을 이긴다. 기업 환경은 나빠지고 실적이 악화되어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5년간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외 환경에서도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장을 잡은 기업은 몰라보게 체질이 달라졌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기업에게 2014년은 도약의 한 해가 될 수 있다. 갑오년, 역동적인 말의 해를 맞아 주요 산업과 기업의 새해 승부수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3년 12월 30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양시멘트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시멘트업계 지형도가 바뀐다. 내년 상반기 쯤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업체는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시멘트업체 한 관계자의 말이다.
'동양그룹의 와해'는 불확실성이 큰 시멘트 업계에 불확실성을 하나 더 추가한 의미가 있다. 건설 경기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시멘트업종도 2014년 회복세를 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업계 수위권인 동양시멘트가 2014년 매물화된다면 시멘트 업계는 불황속 '업계 재편' 소용돌이 속에 빨려들어 갈 수 있다는 게 시장 일각의 전망이다.
산술적으로 동양시멘트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업계 순위는 바뀐다.
한국시멘트협회의 2012년 기준 시장점유율(1종 시멘트 기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위권 시멘트 업체들은 20.6%(쌍용양회), 13.7%(동양시멘트), 13.2%(성신양회), 12.7%(한일시멘트), 12.3%(라파즈한라), 9.9%(현대시멘트), 6.8%(아세아시멘트) 등의 대동소이한 점유율을 보인다. 7대 시멘트 업체 중 가장 하위인 아세아시멘트가 동양시멘트를 가져가더라도 업계 1위는 뒤바뀌는 구조인 셈이다.
그래서 동양시멘트를 누가 가져가는 지에 겉으로 내색을 안하지만 내심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게 국내 시멘트 업계 분위기다. 과거 쌍용양회나 한라시멘트가 매물화되었을 때와 또 다르다. 쌍용양회나 한라시멘트는 외국계 대주주가 상당수 지분을 이미 갖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업계 재편의 시발점이 되는 인수합병(M&A)은 아니었다. 동양시멘트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동양그룹 내부에서도 비슷한 전망을 한다. 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쯤 매각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동양시멘트를 누가 가져가는지에 따라 상당히 다른 업계 지형도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이들 업체 중에서 동양시멘트를 인수할 만한 여력을 갖춘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업계 눈치작전이 치열해 질 것임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국내 수위권 시멘트 업계 한 관계자도 "국내 다수의 시멘트 업체의 재무구조가 악화돼 온 상황에서 누가 선뜻 동양시멘트를 살 지 알 수 없다"며 "대부분 업체가 전기료 인상과 건설 경기 둔화 여파 등을 극복하는데에도 여력이 없는 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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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강호 성신양회는 과중한 부채가 부담이다. 부채비율은 200%가 넘는다.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을 해 오면서 괄목할만한 재무구조 개선 추이를 보여 온 점은 긍정적이다. 업계 재편론의 주축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은행권과 양호한 관계를 유지해 온 점과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을 해 오며 바닥을 다져온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양회는 누구보다 강력한 동양시멘트 인수후보이면서도 가장 소극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대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는 과거 채권단 지분이 매물화되었을 때도 추가 지분확보에 난색을 표하는 등 확장에는 소극적 자세를 견지해 왔다.
신용평가사 한 크레딧애널리스트는 "수익성 대비 차입금이 과다하고 계열사 지급보증에 따른 우발채무가 존재하지만 생산성이 양호하고 안정적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고 했다.
쌍용양회와 비슷한 입장에 처해 있는 기업은 라파즈한라시멘트다. 이 회사는 프랑스 라파즈그룹이 인수한 뒤 여러번 매각 시도를 했다가 실패했다. 따라서 다른 기업을 인수할 만한 동인은 갖고 있지 않다는 게 업계 평이다.
한일시멘트는 자타가 공인하는 업계 다크호스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내실 경영'으로 유명하다. 올해 3분기까지 1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759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이다. 다수의 업체가 작년보다 소폭 나은 실적을 올린 상황과 비교하면 서프라이즈 실적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성신양회의 부천 레미콘 공장을 인수하는 등 보수적 경영 기조 속에서도 조용한 확장을 해 왔다"며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어 동양시멘트 인수 가능성을 내부적으로는 검토해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멘트업종 내 위기감은 한 두 해 얘기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자 덩달아 침체를 맛본 뒤 수년째 불황이다. 간혹 가격 인상으로 최악을 모면했고 간신히 수익성을 회복해 가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매물로 나올 '동양시멘트'는 2014년 시멘트 업계 판도를 어떻게 재편할 지 모른다. 이미 여러 업체가 구조 개편에 대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업계에서는 동양시멘트 매각을 계기로 2014년이 시멘트 업종의 진정한 턴어라운드가 도래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적지않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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