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팩솔루션 M&A, '기대 이상의 흥행'‥비결은?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원가 경쟁력 높여… 원천기술 확보에도 유용
공현정 기자공개 2014-01-23 08:54:06
이 기사는 2014년 01월 13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음료 포장용기 제조업체 테크팩솔루션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각 기대치가 높아 흥행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규모의 경제 실현 △원천기술 확보 △적은 CAPEX 부담 등 이를 상쇄하는 요인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지난해 10월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테크팩솔루션 매각 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MBK의 비교적 높은 취득 가격을 감안할 때 최소 5000억 원은 넘어야 매각 측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텐데,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할 의사를 가진 원매자 찾기가 만만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MBK는 2008년 테크팩솔루션을 인수할 때부터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지불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당시 테크팩솔루션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약 420억 원, 인수금액은 3920억 원으로 약 9.5배 수준의 에비타 배수(EV/EBITDA)가 적용됐다.
매각이 본격화되자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삼양사, 롯데알미늄 등 국내 음료용기 제조업체는 물론, LG생활건강, 롯데칠성 등 참여가 유력시됐던 음료업체들도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하지 않았다. 이번 M&A가 흥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MBK파트너스의 회수 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커졌다.
하지만 기우(杞憂)였다. 현재 테크팩솔루션 상세 실사 단계를 밟고 있는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는 국내외 SI 5곳으로, 이 중 한일제관을 제외한 4곳이 글로벌 SI다. 의향서를 접수했던 다른 재무적 투자자(FI)들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SI들의 관심을 끄는 테크팩솔루션의 강점이 숨겨져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규모의 경제 실현
테크팩솔루션은 국내 음료 포장재 시장 1위 사업체다. 시장 점유율이 25.1%에 달한다. 인수할 경우 막대한 생산량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음료 포장재 산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원가경쟁력이다. 특수한 형태의 음료 포장재 몇 가지를 제외하곤 대부분 제조업체의 기술 및 품질이 거의 동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장치 산업인 까닭에 가동 물량 확보를 위해 가격 경쟁도 심한 편이다. 생산량을 늘려 원가를 낮추는 게 필수적인 이유다.
납품을 할 때 경쟁사보다 가격 협상력이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제품을 더 많이, 더 저렴하게, 더 다양하게 공급할 수 있어서다. 테크팩솔루션은 유리병, 알루미늄 캔, PET 병 등 세 가지 종류의 음료 포장재를 모두 만드는 국내 유일 업체다. 통상 한 두 가지의 음료 포장재를 만드는 경쟁사와 다른 점이다. 대부분의 음료회사들이 여러 가지 포장재를 한번에 수요하고자 함을 감안할 때, 테크팩솔루션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동종 용기업체가 인수할 경우 규모의 경제가 발현될 여지는 충분하다. 원재료 구매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원가를 낮출 수 있고, 매출처와의 대등한 협상을 통해 적정 마진을 고수할 수 있는 시장 선도자로서의 능력도 갖출 수 있다.
◇ BTC 제조기술 확보에 유용
차세대 음료 포장재로 불리는 알루미늄 BTC(보틀캔) 생산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BTC란 주로 RTD(Ready To Drink·바로 마실 수 있도록 포장한 음료) 커피 포장에 주로 사용되는 병 모양의 알루미늄 캔이다. 개봉한 뒤에도 재밀봉을 할 수 있어 편리하고 음료 청량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음료 산업 내 경쟁이 심해지고 소비자 취향이 고급화되면서 그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선 2005년 BTC가 처음 출시된 이후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30%씩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RTD 커피 시장도 2007년 2860억여 원에서 2012년 1조 400억여 원까지 성장했다. 앞으로도 당분간 과일주스, 에너지드링크 등 사용범위를 넓히면서 성장할 전망이다.
테크팩솔루션은 지난 2011년 국내 최초로 BTC 국산화에 성공한 뒤 일본산 수입품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 현재는 경기도 이천과 광주 하남에 위치한 알루미늄 캔 공장에서 BTC를 포함한 캔 16억 5300만 관을 생산할 수 있다. 특히 하남 공장은 확장형으로 설계돼 기존 공간에서 최소한의 투자로 생산능력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여기에서 생산한 BTC를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해 시장 전체의 크기를 늘리는 것도 가능할 걸로 보인다.
◇ 지속적인 CAPEX 투자
추가적으로 CAPEX를 크게 늘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원매자들의 인수 결정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다. 테크팩솔루션은 그동안 CAPEX 투자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왔다. 2010년에서 2012년 사이에 유지보수에 260억 원, 생산능력과 생산성 향상에 150억 원, 제품 품질 개선과 비용 감축에 50억 원 등 460억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유리병 부문에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최첨단 가열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전에 계획된 용광로 개조에 집중했다. 빠른 속도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알루미늄 캔과 병 부문 투자의 경우엔 생산 능력과 생산성 향상에 집중했다. 손잡이가 떨어지지 않는 SOT(Stay-On-Tab) 캔 포장과 PET 주입과 블로잉 기계 등의 신규 설비를 설치했고, 전 생산 체인에 걸쳐 가동 중단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기존 설비를 업그레이드했다. 그 결과, 테크팩솔루션의 알루미늄 캔과 PET병 생산 능력은 2008년에 비해 각각 46%, 26% 증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음료 포장재 산업 자체가 이미 포화상태라는 점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국내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공급이 많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인당 음료 소비량은 OECD 고소득 국가 31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과 미국의 인당 음료 소비량의 약 70%와 40%에 불과하다. 한정된 파이를 소수의 업체가 나누려다 보니 비생산적인 과열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음료 포장재 특성상 부피 때문에 운송시 물류비가 많이 든다는 것도 단점이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해서 섣불리 수출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기도 쉽지만은 않은 환경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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