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공기업, 채권 금리경쟁 점입가경 [Market Watch]시장금리 왜곡 가능성…증권사 수수료 녹이기도 문제
황철 기자공개 2014-02-10 10:58:31
이 기사는 2014년 02월 03일 18: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공사 발전 자회사들이 연초부터 무서운 기세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1월 한달 동안 조달한 자금만 1조 원에 육박한다. 6개 발전 공기업은 지난해 6조3206억 원 어치의 채권을 풀어놓은 국내 최대 발행사 집단이다.최고의 신용도를 갖춘 빅 이슈어들인 만큼 조달 과정에서의 자존심 싸움도 팽팽하다. 그룹 내 계열에 비해 1bp라도 낮은 금리로 조달하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채권 발행과정에서 민평 수익률은 이미 고려 대상이 아니다. 시장 수요에 맞춘 금리 결정도 기대하기 힘들다. 불과 며칠 전 발행한 계열 기업의 채권만이 벤치마킹 대상이다.
협상력에서 절대적인 열위에 있는 증권사의 고민도 깊다. DCM 실적 관리를 위해 저가 인수 경쟁을 벌이다 역마진 영업을 자초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 계열간, 저비용 조달 경쟁…인수단 부담은 증가
1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은 각각 3000억 원 가량의 채권을 잇달아 발행했다. 발전 공기업의 맏형격인 한국수력원자력은 1월17일 3년물과 10년물 각각 1700억 원, 1300억 원으로 포문을 열었다. 발행금리는 3.119%, 3.858%로 결정됐다. 전일 개별 민평 3.220%, 3.902%(한국자산평가 기준)보다 약 10bp, 3bp나 낮다.
발전 공기업 채권은 일괄신고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수요예측 의무가 없다. 명목상 사설 입찰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증권사와 투자자간 사전 협약을 통해 매출이 결정된다. 이 때문에 금리결정의 공정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증권신고서 상에는 금리 결정의 근거가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 민간평가사의 채권 시가와 표면 수익률이 완전히 따로 노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발행 직후 수수료 녹이기가 성행하고 있어 시장 수급이 금리에 반영될 여지도 사실상 거의 없다.
3영업일 뒤인 21일 발행에 나선 한국남부발전의 발행금리는 더 낮았다. 한국남부발전은 5년물 1500억 원, 10년물 500억 원 어치의 채권을 찍었다. 표면수익률은 5년물 3.492%, 10년물 3.800%였다. 발행 전일 개별민평 3.547%, 3.897%보다 5.5bp, 9.7bp나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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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물 채권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 채권 금리 3.86%와 비교해도 6bp나 차이가 났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채권을 발행한 후 불과 3영업일 동안 동일 계열 내 같은 신용등급 기업의 금리를 이 정도로 끌어내릴 만한 환경적 변화는 찾기 어렵다. 이는 두 기업의 민평 금리가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거부터 이어져온 발전 공기업간 과도한 금리 경쟁을 드러내 주는 사례로 지목된다.
한국동서발전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28일 3년물 2000억 원, 5년물 1000억 원을 발행하며 계열 기업을 압도하는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표면수익률은 3년물 3.041%, 5년물 3.400%를 나타냈다. 전일 개별민평 3.157%, 3.502%보다 10bp 이상 낮은 것은 기본이었다.
3년물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 채권(3.119%)보다 7.8bp나 낮았고 5년물은 한국남부발전 회사채(3.492%) 대비 9.2bp 차이가 났다. 한국동서발전은 KB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역대 최저 금리 조달에 성공했다며 보도자료를 내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면을 보면 그리 자랑스러운 일만은 아니다. 한국동서발전 채권은 발행 당일 3.111%, 3.440%에 매매됐다. 발행 금리보다 7bp, 4bp 높았다. 증권사들이 저가에 총액인수해 투자자들에게 금리를 얹어 파는 이른바 '수수료 녹이기'에 의한 것이었다.
◇ 수수료 녹이기 수준도 점점 심각
발전 자회사 채권의 수수료 녹이기는 사실상 피할 수 없는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물론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부발전 채권 전부가 수급과 상관없이 금리가 결정됐다.
한국수력원자력 3년물 채권은 발행 당일 장외시장에서 발행 금리보다 약 7bp 높은 3.19%에 팔렸다. 10년물 채권도 발행금리 3.86%보다 평균 1.4bp가량 높은 3.874%에 매매됐다. 인수단으로서는 단 하루만에 만기를 감안해 3년물 21bp, 10년물 14bp에 해당하는 매매손실이 발생했다.
한국남부발전 채권 역시 수수료 녹이기로 팔려나갔다. 한국남부발전 10년물 채권은 발행 당일 장외 시장에서 표면수익률(3.80%)보다 6bp나 높은 3.86%에 거래됐다. 단독인수한 한국투자증권은 만기를 감안해 약 60bp의 손실을 봤다. 금액으로는 2억4500만원 가량에 해당한다. 5년물 채권도 표면수익률 3.49%보다 4.2bp 높은 3.532%에 거래됐다. 만기를 감안한 손실 규모는 21bp로 수수료 수준을 넘어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전공기업의 금리 경쟁은 저비용 조달을 하나의 업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와 피감기관으로서 받아야 하는 감사원의 감시 등의 영향 때문으로 파악된다"라며 "하지만 수급과 전혀 상관없이 금리가 결정돼 수수료 녹이기 등의 부작용이 양산되고 채권 전반의 금리를 왜곡할 개연성도 있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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