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없는' 팬택, 두번째 기적 이룰까 2년여 만에 다시 워크아웃…박병엽 아닌 은행 주도 구조조정 가능
문병선 기자공개 2014-02-26 08:40:45
이 기사는 2014년 02월 25일 11: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토로라, 노키아, HP 등 한 시대를 이끌었던 글로벌 기업들이 IT 패러다임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몰락의 길을 걸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팬택이 다시 IT 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확한 판단과 목표를 제시하고 모든 구성원을 한마음으로 뭉치게 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팬택이 2011년 12월 말 5년여 기간의 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하며 배포한 보도자료의 일부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은 바로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을 지칭한다.
그러나 졸업 2년 만에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된 팬택에게 이제는 더 이상 이런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박 부회장이 지난해 9월 경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떠났기 때문이다. 앞선 첫 번째 워크아웃을 박병엽의 리더십으로 극복했다면 두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은 어떤 원동력으로 워크아웃을 이겨낼 수 있을까.
박병엽 없는 팬택을 두고 업계와 팬택 내부에서는 양갈래 시각이 존재한다.
먼저 박 부회장의 한계를 거론, 오히려 과거보다 구조조정 및 체질 개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없지 않다.
자본력이 부족함에도 박 부회장과 팬택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 3강 구도를 만들 정도로 기술력과 탁월한 헌신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샐러리맨으로 출발한 박 전 부회장 중심의 팬택은 글로벌 스마트폰 경쟁이 격화될 수록 그 한계를 명백히 드러내 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의 경쟁은 이제 기술력보다 마케팅에 달려 있다"며 "삼성과 LG가 그룹의 후원을 받아 막대한 마케팅비를 지출하며 지금의 지위를 고수할 수 있는 상황과 달리 팬택은 뒷심을 받쳐줄 자본이 없다"고 말했다.
차라리 지금이 더 홀가분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워크아웃은 박 부회장의 오너십과 불가분 연결관계가 있었다. 팬택 측은 "박병엽은 팬택의 대주주,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라고 말해 왔으나 내부에서 그를 '오너'로 생각하지 않은 임직원은 드물다. 또 그는 매각시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잠재적 오너이기도 했다. 이는 가끔 팬택이 박병엽을 버려야 할 때도 그를 버리지 못하게 하는 구조적인 오너십 리스크를 가져오기도 했다. 일례로 2011년 말 팬택이 워크아웃에서 졸업할 당시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부 투자자를 유치할 때 박병엽 부회장에게 권리가 있는 우선매수권이 부담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두 번째 워크아웃은 이런 박 부회장이 갖고 있던 한계를 감안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오너십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채권단도 과거와 달리 충분히 승산이 있을 때 채권단의 품을 떠나 보내고 이전보다 더 편하게 자본력이 좋은 전략적투자자(SI)의 품에 팬택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구심점이 없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박병엽의 빈자리가 커 보이게 하는 요소다. 이는 다양한 채권자와의 관계조율을 앞둔 시점에서 팬택의 두 번째 워크아웃을 험난하게 하는 장애물이다.
과거 박 부회장의 행적을 보면 비교적 그의 빈자리는 명확해진다. 박 부회장은 2006년 말 사적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협약 채권자는 물론 비협약 채권자를 설득하러 다니는데 온 힘을 썼다. 2011년 말 워크아웃 졸업을 추진하던 때 비협약채권자와의 채무상환연장 협상, 퀄컴의 출자전환, 삼성전자의 지분 참여 등 굵직한 사건들은 모두 박 부회장의 손에 의해서 해결됐다. 한 관계자는 "박병엽을 보고 채무상환 유예에 동의해 준 금융기관도 꽤 있다"고 할 정도였다.
특히 팬택이 2009년 미국 퀄컴사 및 세계적인 특허 공룡 회사인 IDC사로부터 미지급 로열티에 대한 출자전환을 통한 투자 합의를 이끌어 내고, 채권단으로부터 흑자경영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의 기업개선작업 사상 유례가 없는 2차 출자전환을 성사시키는 등의 사례는 박 부회장의 과감한 승부수와 집요한 노력의 산출물로 팬택 내부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그가 없으니 팬택에 위기극복 DNA가 과연 남아 있을 지 우려하는 시각은 팬택의 워크아웃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박 부회장의 빈 자리를 산업은행이 채워야 할 것"이라며 "채무 관계 조정에서 비교적 강제성이 있는 공적 워크아웃은 분명히 과거 팬택이 겪었던 사적 워크아웃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지 않는다"며 "앞으로 여러 난제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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