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불안, 규제 개혁에 '답' 있다" [2014 더벨 재무전략 포럼]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신흥국 구조적 한계, 고부가 사업 키워야"
김장환 기자/ 권일운 기자공개 2014-03-27 09:35:00
이 기사는 2014년 03월 26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성장 침체 우려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 시장은 성장 패러다임이 내수 중심으로 변모하면서 주변국 경기에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 및 유럽시장의 회복세로 인한 기대감을 신흥국 리스크가 고스란히 깎아내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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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학회장은 올해 신흥국 대부분이 크고 작은 위기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아르헨티나·터키·남아공 3개국이 가장 심각한 사태를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채무와 경상수지 적자를 합친 것 보다 외환보유고가 적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위기상황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상태다.
인도네시아·칠레 역시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장기채무 상환이 어려워 불안한 경기 전망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인도·브라질의 경우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어 외화 유동성 리스크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 국가의 위기는 금리 인상만으로는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국가의 경기 둔화 확산은 국내 경기에 직격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 학회장은 "많은 학자들이 '그레이트 리세션(대공황)'에서 벗어나더라도 과거처럼 성장하기 힘들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브릭스 국가들이 추락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며 "중국 등 신흥국 수출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당장 올해부터 성장 한계가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일단 수출에 의존하는 지금의 성장 전략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을 지목했다. 오 학회장은 "우리나라는 지금 수출대기업들과 신흥국에 부품을 납품하는 식으로 경제를 키워오고 있다"며 "연평균 12%대를 보였던 수출 성장률이 작년 2.1%대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으로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의 육성을 꼽았다. 의료·관광·소프트웨어 사업 등이다. 오 학회장은 고부가가치 사업을 키우게 되면 GDP 잠재성장률 4%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보다 내수시장 확장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올해 성장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의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오 학회장은 "음식점은 많고 폐업이 남발되는 상황에서 '푸드트럭' 같은 부문을 허용한다 하면서도 정작 고부가가치 지식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개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신흥국 위기 속에서 수출경기가 점차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국내 경기의 아킬레스건은 '규제'인데, 제대로 풀지 않으면 일본 경기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발표 전문
그레이트 리세션 기간 중에 많은 학자들이 이것이 끝나더라도 과거처럼 성장하기 힘들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브릭스 국가들이 추락하고 있어서다. 브릭스 중에서 중국의 추락이 크다. 그다음에 인도,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이 나라들이 7% 성장했다가 4% 성장한다.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성장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잉투자하고 수출했는데 이젠 안된다. 일시적인 요소가 아니라 구조적인 요소다. 러시아는 천연자원에 의존하고 있다. 브릭스 국가의 추락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구조적이란 얘기다.
동남아도 둔화되고 있다. 자원수출과 대 중국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것 들이 어려워지면서 성장률이 과거에 비해서 떨어졌다. 남미도 마찬가지다. 남미는 주로 자원수출에 의존하는데 성장에 한계를 겪고 있다. 동유럽은 아직 잘나간다고 하는 나라들 보더라도 금융위기 전에 비해서는 떨어진다. 브릭스 국가들, 동남아, 남미, 동유럽 등 신시장 전체가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 비해서 성장률이 떨어진다. 문제는 우리가 여기에 많은 수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주된 이유는 세 가지다. 잘 아시다시피 미국 테이퍼링이 있다. 중국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 다시말해 리밸런싱이다. 중국은 수출중심이 내수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원자재 슈퍼사이클도 하강국면에 진입했다.
많이 들어왔던 돈이 많이 나간다. 이머징마켓에 왔던 돈이 주식 316억 달러 채권 102억 달러다. 돈이 들어올때는 환율이 절상되다가 다시 하락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양적완화 했는데 해당 국가가 들어온 돈들을 건실하게 썼느냐가 관건이다. 수출도 하고 성장률도 높이고 했으면 괜찮다.
그런데 그냥 낭비한 나라는 차이가 있다. 아르헨티나는 경상수지 흑자 기록하다가 적자로 전환했다. 대외 채무는 여전히 1300억 달러 정도다. 브라질 보면 2008년에 경상수지 적자였다. 칠레 인도도 마찬가지다. 인도도 고성장 하지만 매년 적자다. 터키도 마찬가지 남아공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변수는 외환보유액하고 당장 갚아 나가야할 단기채무, 그다음에 경상수지흑자가 나는지다. 외환보유액으로 충당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첫 번째 군이 단기채무와 경상수지적자를 외환보유액이 메울 수 없는 나라다. 상황이 발생하면 절대 롤오버가 안 되는 곳이다. 외환보유액 계산할 때 항상 단기 채무는 100% 나간다고 생각해야 한다. 경상수지 적자하고 단기채무 합한 게 외환보유액보다 많은 나라가 아르헨티나 등이다. 두 번째는 장기채무 중에서 1년 내에 갚아야 할 돈을 고려했을 때다. 나라마다 다른데 30% 정도다. 그것까지 고려하면 인도네시아, 칠레 등이 위험군에 속한다.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 중에서도 나갈 게 있다. 주식투자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위기 당시에 33% 나간적 있다. 그 30%를 적용하면 위험권에 드는 나라가 인도 브라질이다. 이런 나라들이 굉장히 위험하다. 경상수지 적자이면서 대외채무가 외환보유액보다 적은나라.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수치가 높다. 2008년에 우리나라는 문제 없다 했다. 9월 15일 리먼 터졌는데 8월에 지켜보니까 어이가 없었다. 1달 뒤에 일어날 상황에 대한 판단이 전혀 서지 않은 상태였다. 2008년에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자본유출이 일어나면서 통화가치가 가장 절하됐다.
이런 나라들은 아까 말씀 드렸듯이 단기채무가 경상수지적자 보전이 어려운 나라다. 인도네시아 칠레는 1년 내에 만기도래하는 장기채무 상환이 어렵다. 인도와 브라질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출이 위기 수준으로 유출될 때 유동성 위기가 온다. 금리인상만으로는 어렵다. 한국도 그것 때문에 금리를 올릴지 말지 하는데, 금리 올리는 것만 가지고는 어렵다. IMF조차도 총재가 유럽 사람이라 생각이 다른데, 긴급정책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정도다.
중국이 2번째 변수다. 중국은 어떤 상황이냐. GDP대비 민간소비가 30% 조금 넘는다. 보통 나라들이 60%대다. 미국은 60~70%다. 통상 55~60%가 민간 소비다. 이걸 보면 중국이 얼마나 저임금으로 일을 하는지를 알수 있다. 투자율은 거의 50%다. 많은 나라들이 한 20%대다. 한국은 20% 내외다. 보통 정상적인 국가라면 투자율이 25%정도에 소비율이 55~60%다. 중국은 2011년까지 30년간 성장을 해왔는데 이걸 극복 안하면 이제 살아날 수가 없다. 이게 리밸런싱의 목표다.
쉽지는 않다. 수출이 되지 않기 시작하고 과잉투자에 물리고 그러면 어떻게 될까. 금융위기가 올거다. 우리나라도 80년대 후반에 그랬다. 중국이 바로 그런 시기다. 중성장기에 진입했고, 과잉투자 문제가 있고, 부채가 많다. 그림자금융도 많다. 일본, 중국, 한국의 20년을 똑같이 보자. 일본의 고성장기가 59년부터 73년까지다. 71년부터 91년까지 4% 성장했다. 한국은 그 뒤에 92년부터 5% 성장했고 재작년부터 우리도 저성장에 들어간 것 같다. 중국은 1982년에서 2011년까지 10%의 고성장을 하다가 2012년부터 중성장한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 임금상승이 왔다. 6년간 임금이 20% 상승했다. 그러니까 전부다 해외로 갔다. 그전에는 임금 적게 주면서 고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한테 80년대 후반에 있었던 일이 중국에 생긴다. 우리가 다 겪은 일이다. 어쩔수 없다. 소비율이 35% 라서는 지탱할수 없다. 고성장이든 중성장이든 특징이 이렇다. 중국이 겪고 있는 문제다. 올림픽도 똑같고, 엑스포도 똑같았다. 일본이 92년부터 저성장 했는데 우리도 20년 후에 이렇게 됐다.
세 번째가 원자재다. 원자재 수입이 많은 나라들 다 어렵다. 원자재 슈퍼사이클 보면 사이클이 올라갔다가 내려가면서 다시 올라가는 단계. IMF자료 보면 전체적으로 원자재 가격 떨어진다. 여기 의존하는 국가들 성장률이 낮아진다. 이 세가지가 가장 큰 신흥국 위기다.
테이퍼링, 중국 리밸런싱, 원자재 가격 하락이 모두 일시적 현상은 아니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할까. 브릭스 성장모형 한계는 둔화가 일시적이지 않고 구조적이라는 점을 깨닫고 어떻게 극복할건지를 생각해야 한다.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고부가가치 지식산업 육성하는거다. 5대 중점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금융, 의료, 관광, 소프트웨어 등을 육성해야 한다. 그런것들이 현재 GDP 17% 차지한다. 이것들 하면 현재 3%대까지 떨어진 잠재성장률 4% 달성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 규제 개혁이 절실하다. 서비스 도소매업 숙박업 이런거만 하면 된다는 생각도 있다. 얼마전에 푸드트럭 허용한다 했다. 안그래도 음식점은 많고 폐업하는 상황인데 그런건 허용하고 이런 고부가가치 서비스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된다. 금융을 더 완화하면 관료들이 내려올 수가 없다. 규제를 개혁해서 젊은 사람이 하고싶어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해야 수출 없이 내수가 확장된다. 우리나라는 지금 수출대기업들과 이들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식으로 먹고 산다.
수출은 이미 어려워지고 있다. 연평균 12%였는데 작년 2.1%다. 제발 사상최대라는 말 그만 쓰자. 0.1%만 증가해도 사상 최대다. 작년에 벌써 6000억 달러 넘어서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아킬레스건이 규제다. 한국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다. 제대로 풀지 않으면 일본을 따라간다. 일본이 왜 미국처럼 되지 못했나, 일본도 관료들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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