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유화계열 합병, 이부진 사장 입지는? 삼성물산에 합병회사 최대주주 자리 내줘, 이재용 지배력 강화 '관측'
김장환 기자공개 2014-04-03 08:35:00
이 기사는 2014년 04월 02일 1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을 합병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품에 안길 것으로 여겨졌던 석유화학 계열사의 향방이 안개 속에 휩싸였다. 지분율로 보면 석유화학 계열도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한 움직임에 가까워 이부진 사장은 설 자리를 잃은 모양새다.2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비율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1대2.1441이다. 오는 18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6월 1일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합병 후 사명은 삼성종합화학으로 결정됐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이부진 사장의 지분율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 사장은 삼성석유화학 지분 33.19%(131만 6156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삼성종합화학 지분은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비율에 따라 합병 후 예상되는 이 사장의 삼성종합화학 지분율은 4.91%(282만 2018주) 수준에 그친다. 삼성물산이 36.9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고 삼성테크윈(22.56%), 삼성SDI(9.08%), 삼성전기(8.97%), 삼성전자(5.25%) 순으로 주주가 구성된다.
현재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지분 7.18%를 보유한 삼성SDI이고, 삼성SDI의 최대주주는 19.68%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다. 결과적으로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보험→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종합화학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그린 것이어서 이번 합병이 특별히 이부진 사장의 유화계열 지배력을 높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이부진 사장이 개인으로서는 삼성종합화학의 최대주주 자리를 지킨 것은 맞지만 당장 합병 후 지배구조로 봤을 때는 유화계열 역시 이재용 부회장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을 지키고 있다. 이부진 사장이 확보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지분율은 8.37%에 그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포스트 이건희' 체제 구성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전자·금융 계열을 맡기고 이부진 사장에게는 호텔·건설 및 유화계열사를 넘겨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서현 사장은 패션과 미디어 사업을 통괄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함께 했다. 장기적으로 계열분리를 통해 승계구도의 밑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란 해석이었다.
하지만 최근 삼성그룹이 진행 중인 합병 작업은 당장 구도만 봤을 때 이부진 사장보다 이재용 부회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삼성종합화학뿐 아니라 최근 결정된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SDI는 합병시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2.1%를 가져가게 된다. 향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삼성SDI의 삼성물산 합병사로 이어지는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 움직임만을 놓고 이부진 사장이 유화계열사를 지배하는 후계구도에서 '탈락'했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점도 있다. 향후 삼성물산을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한 후 계열분리를 통해 이부진 사장에 건설부문을 물려주는 방안도 거론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4.06%)은 삼성에버랜드에 귀속되는 방식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전자 계열 지배구도를 강화할 수 있는 동시에 건설 계열은 이부진 사장에게 돌아갈 수 있다. 자연스럽게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유화계열(삼성종합화학)을 이 사장이 지배하는 밑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SDI와 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의 합병을 특별히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움직임만으로 보기에는 아직까지 무리가 있다"며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하고 에버랜드에 흡수해 계열분리하는 방식 등으로 이부진 사장의 지배구조를 그릴 수도 있기 때문에 향후 움직임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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