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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상사, 장부에서 사라진 '외상거래금 6500억' 롯데케미칼서 미수금 회수 불구 행방 묘연, 상계처리 가능성

문병선 기자공개 2014-04-23 08:26:20

이 기사는 2014년 04월 22일 11: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상사의 2013년 회계장부에서 6500억 원가량의 계열사 미수금이 사라졌다. 적지 않은 규모의 미수금이어서 행방에 관심이 쏠린다. 계열사에 지불할 미지급금과 상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롯데상사나 해당 계열사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뚜렷하게 그 내역이 기재돼 있지 않다. 적절한 회계처리였는지 논란을 낳을 소지가 있어 보인다.

22일 롯데상사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상사는 2012년까지 1조1308억 원 어치의 매출채권을 갖고 있었다. 전체 자산(1조9048억 원)의 59.37%에 달한다. 작년 이 매출채권 총액은 급감했다. 4373억 원으로, 무려 61.33%(6935억 원) 감소했다.

매출채권이 감소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일반적이다. 현금 또는 다른 자산으로 회수하는 경우가 첫 번째다. 매입채무와 상계처리도 있을 수 있다. 또 대손처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롯데상사는 매출채권이 줄어든 만큼 현금유입이 있거나 다른 자산의 증가가 없었고 대손처리 내역도 기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불 의무가 있으나 미뤄왔던 매입채무와 상계처리를 했던 것으로 보이는 데, 이 수치가 잘 맞지 않는다.

상계처리의 흔적은 재무제표에 남아 있다.

롯데상사 매출채권 및 매입채무 감소 현황

롯데상사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매출채권이 61.33% 감소하는 동안 매입채무 역시 비슷한 규모로 줄었다. 2012년 7862억 원에 달했던 매입채무는 작년 2604억 원으로 66.88%(5258억 원) 감소했다.

다시 말해 받아야 할 매출채권이 6935억 원가량 줄어들었고 지불해야 할 매입채무는 5258억 원가량 줄었으니 매출채권과 매입채무가 서로 상계처리됐다고 보는게 쉽게 유추 가능하다.

문제는 매출채권의 감소 내역은 감사보고서 주석 사항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기재돼 있는 반면 매입채무 감소 내역은 어디에도 구체적 내역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매출채권 감소는 주로 롯데케미칼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미수금의 감소였다. 롯데상사의 감사보고서 주석사항에 따르면 롯데상사는 롯데케미칼로부터 받을 미수금이 2012년 8913억 원이었으나 2013년 2399억 원으로, 금액이 대폭 줄었다. 총 6514억 원만큼 감소한 것으로, 얼추 매출채권 감소분(6935억 원)과 엇비슷하다. 독특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매출채권 감소가 주로 롯데케미칼과의 미수금 감소에 기인했다는 건 자명하다.

다음으로 만일 롯데상사가 롯데케미칼과 서로의 채무를 상계처리했다면 롯데케미칼과의 거래내역에서 매출채권(미수금) 감소 현황 뿐 아니라 매입채무(미지급금) 감소 현황도 기재되어야 한다.

그러나 매입채무의 감소 내역은 드러나지 않는다. 매입채무는 외상으로 매입했다가 아직 갚지 않은 대금이다. 롯데상사가 2012년 기준 계열사와 거래에서 발생시킨 매입채무(미지급금 등) 중 가장 큰 금액은 롯데케미칼에 지불해야 할 100억 원 남짓이었다. 2013년에는 롯데케미칼에 지불해야 할 매입채무는 오히려 147억 원으로 늘었다. 새롭게 롯데캐피탈에 지불해야 할 미지급금이 302억 원으로 불어났을 뿐, 이 금액을 초과하는 계열사와의 매입채무 내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재무상태표에서 줄어든 매입채무를 고려할 때 이런 수치는 터무니없이 적은 규모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롯데케미칼과의 거래가 아닌 다른 거래처 기업과의 채무 상계처리일 가능성도 물론 있다.

롯데상사는 롯데케미칼의 합성수지 제품을 모스크바나 호치민 등 해외 지사를 통해 세계 20여개국에 수출한다. 수수료를 롯데케미칼로부터 수취해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제품은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폴리프로필렌(PP), 고순도테레프탈산(PTA), 고순도이소프탈산((PIA) 등이다. 아울러 식품원료와 의류잡화 등을 외국에서 들여 와 국내 계열사(롯데마트,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에 파는 무역업도 한다.

하지만 롯데상사의 사업부문별 자산·부채의 변화 내역을 보면 매출채권 및 매입채무가 감소한 사업부문은 중화학 사업부문이었다. 식품부문의 자산·부채는 직전해와 비교해 바뀌지 않았다. 골프장 사업부문 역시 직전해와 비교해 자산·부채 변동이 거의 없었다. 이는 매출채권 및 매입채무의 변화가 순전히 중화학사업 부문에서 발생했음을 말해준다. 롯데상사의 중화학사업 부문은 거의 대부분 롯데케미칼과의 거래에서 기인한다.

이 같은 내역은 거래 당사자인 롯데케미칼의 감사보고서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상사에 지급해야 할 매입채무가 급감했다고 감사보고서에서 기재하고 있으나 롯데케미칼이 받아야 할 매출채권이 감소했다고는 기재하지 않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서로의 채무를 상계처리한 게 아니라면 도대체 회수한 6500억 원 규모의 롯데케미칼 미수금은 어디로 간 것일까.

한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는 "서로의 채무를 장부에서 상계처리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제3자가 그 내역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상사 재경팀 관계자는 "정확한 거래 내역은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자체 수출입 업무 능력이 늘어나 거래 관계가 줄고 있기는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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