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5월 07일 08: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즈니랜드 구내 레스토랑에 중년부부가 들어와 음식을 주문하면서 어린이 세트 메뉴를 추가로 시켰다. 그때 테이블에서 주문을 받는 점원이 의아해서 "두 분 밖에 없으신데, 어린이 세트 메뉴를 주문한 이유가 있으신가요"라고 물었다. 중년 부부는 "10여년전에 우리 아이가 세상을 떠났는데, 생전에 음식을 여기서 맛있게 먹었거든요"라고 담담하게 답했다고 한다.잠시후 점원은 주문한 요리와 함께 어린이용 의자를 함께 가져 왔다. 그러면서 "죄송합니다. 자녀분이 여기 있으신데 어리인용 의자를 이제야 가져 왔네요.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음식을 먹고 싶다는 중년부부의 간절한 마음을 이해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서비스였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미국 디즈니랜드 일화' 란 글에서 소개된 사례이다. 아마도 이 중년부부는 평생 동안 디즈니랜드의 진정한 고객으로 남기를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디즈니랜드 레스토랑 점원의 이같은 감동 서비스가 뇌리에 남아 있을 즈음 '정부가 이동통신 3사와 협의해 세월호 피해자와 피해가족에 대한 통신비 감면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 왔다.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자(사망·실종자) 및 그 가족이 대상이며, 4, 5월분 이동통신비 뿐만 아니라 사망·실종자 명의의 해지건에 대한 위약금과 잔여할부금 전액을 감면해 주는 것이 주요 골자다. 통신사들은 앞서 이동통신차량을 세월호 사고 현장에 보내는 등 직간접적인 지원 활동도 펼쳤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의 휴대폰에 대해 위약금을 내라고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다급하게 나온 일종의 '대책'이기 때문이다. 앞서 세월호 사고로 아들을 잃은 한 부모가 장례를 치르고 통신사 대리점에 찾아가 휴대폰을 해약하려 하자 대리점 직원은 2년 약정을 내세워 61만원의 위약금을 내라고 했다고 한다. "아들이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거듭 설명했는데도 돌아온 대답은 "안된다" 였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심지어 다른 대리점에서는 사망진단서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 대리점 직원의 응대는 규정이나 절차상으로는 아마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위약금 규정이야 명확하게 되어 있을테니 그대로 따랐을 것이고, 고객의 사망을 확인하기 위해 사망진단서가 불가피하게 필요한 것도 당연하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명단이 전산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지 않았으니 따로 확인하기 어려운 실무상의 문제도 이해는 간다.
결국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참담함을 헤아리지 못하는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 서비스 수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밖에 볼 수 없다.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을때 윗사람의 지시나 규정, 절차를 살피기에 앞서 유연하게 대응을 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미국 디즈니랜드란 회사에 부모가 찾아와 죽은 자식을 떠올리며 음식을 시켰을 때 어린이용 의자와 함께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 주라는 식의 응대 매뉴얼이 과연 있을까. 고객을 대하는 종업원 개인의 진정성과 유연한 대응이 놀라울 뿐이고, 이는 결국 몸에 배인 고객감동 문화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때 현지에 생필품이나 식음료 등 물질적 지원에 나서고 언론 등을 통해 이를 슬그머니 알리는 것 이상의 마케팅, 서비스 정신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것 역시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진정성'이 최고경영자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몸에 배어 있어야 가능해진다. 아니면 하나하나 모든 케이스에 맞는 매뉴얼이 있어야 하는데, 예기치 못한 수많은 상황에 대한 규정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나 관계기관, 윗선의 눈치를 먼저 살피고, 절차나 규정상 문제가 없는지 따지는 사이에 평판도 잃고 고객도 잃는 우를 범하는 일을 더이상 목격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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