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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KCC건설, ECM도 외면하나 [Equity & Debt]업황 우려에 주가 직격탄..유증 난항

한형주 기자공개 2014-05-16 09:42:00

이 기사는 2014년 05월 14일 08: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채자본시장(DCM) 내 자금 통로가 막힌 취약업종들이 주식자본시장(ECM)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동국제강과 KCC건설이 대표적인 예다. 철강·건설업체로서 둘 다 고질적인 업황 침체로 허덕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높아진 공모채 시장의 벽을 실감, 일제히 유상증자로 고개를 돌렸지만 에퀴티 시장 투자심리에도 온기는 없었다. 이래저래 진퇴양난에 빠졌다.

◇동국제강·KCC건설, 신용등급 및 아웃룩 잇단 하향..조달 환경 악화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은 A(부정적), KCC건설은 A-(안정적)다. 올들어 회사채 수요우위가 공고해 일부 A급 기업들도 혜택을 받고 있지만, STX와 동양그룹 사태 이후 취약업종만큼은 예외시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동국제강과 KCC건설은 1년여 전부터 주 자금조달처인 공모 회사채 시장을 멀리 하고 사모 사채 발행 및 자체 현금으로 상환 물량을 충당해 왔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평정은 이마저도 버겁게 만들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9일 동국제강의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지난해 정기평가에서 '부정적' 등급 전망을 매긴지 1년만에 또 내린 것이다. 지난해 말 실제로 등급이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측이 선제적으로 유상증자 카드를 빼들었지만 후판부문 실적 저하에 따른 저조한 영업수익성과 과중한 재무 부담 등을 상쇄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까지 소요되는 브라질 합작 투자비용만 해도 2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나갈 돈이 정해진 상태에서 2000억 원가량의 증자로 뚜렷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캐시카우인 후판 실적의 터닝 포인트를 찾기 어렵다는 게 아웃룩 조정 배경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최근 동국제강을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KCC건설의 신용등급도 A(안정적)에서 A-(안정적)로 강등했다. KCC건설이 지난해 1412억 원의 당기순손실(연결)을 낸 데 따른 것이다. 같은 시점 NICE신용평가는 KCC건설의 기업어음(CP) 등급을 A2로 한 노치 내렸다. 한국신용평가도 CP 및 전자단기사채 등급을 각각 A2+에서 A2로 조정했다.

사측은 이로 인해 차입 조건 악화와 금융비용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상장 후 처음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13년만에 에퀴티 시장으로 돌아온 동국제강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ECM 투심 냉각..주가 급락으로 유증규모 축소

배수진 전략으로 택한 증자지만 이 또한 거래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게 문제다. 유증 이사회 결의 후 두 기업 주가는 일제히 급락세를 맞았다. 이사회 개최일을 기점으로 동국제강은 14%, KCC건설은 12%대 주가 하락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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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종가 기준 동국제강 9880원, KCC건설 1만1000원

이 때문에 동국제강 유상증자의 경우 14일 결정될 1차 발행가가 예정가(8020원)를 크게 밑돌 가능성이 높다. 유증 신주 수(2700만 주)를 감안시 총 증자금액도 당초 계획한 2000억 원대에 못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증자의 궁극 목표인 만기도래 회사채 상환액(2500억 원)보다 적어 부족분을 자체 자금으로 메워야할 것으로 보인다.

KCC건설은 이미 지난 8일 확정된 1차 발행가가 예정가를 하회해 증자 규모가 1500억 원에서 1300억 원가량으로 축소됐다. KCC건설은 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1400억 원을 회사채 상환용으로 쓰고 나머진 현장 공사비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제 증자금액만으로 회사채를 갚기도 벅찬 실정이다.

◇주가관리 부재+과도한 증자비율..주주가치 훼손 우려

동국제강과 KCC건설 주가는 같은 취약업종으로 5000억 원대 증자를 추진 중인 GS건설과 비교해도 하락세가 유독 가팔랐다. 물론 심리적으로 KCC건설 등의 재무·주가 리스크를 시공능력 서열 6위인 GS건설과 동일시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증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국제강과 KCC건설이 GS건설만큼 시장을 안심시키는 데 실패한 것은 사실이다.

GS건설의 경우 '어닝쇼크' 수준의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뒤 대규모 증자에 나섰지만 사측이 공격적으로 제시한 올해 실적 가이던스와 해외 수주 소식에 주가는 이례적으로 큰 폭 올랐다. 현 주가는 이사회 결의일인 지난 2월 18일 종가(3만 515원)보다도 5000원가량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보유 현금이 넉넉지 않은 오너일가가 되레 부담을 느껴 증자주식 수를 줄여야 했을 정도로 강한 상승세다.

최근 공개된 1분기 실적에서도 영업적자는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손실폭(-183억 원)은 확실히 줄어든 상태였다. 연내 흑자전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 주가에 겹호재가 됐다. 실제 실적이 컨센서스에 부합할지 여부는 두고 봐야겠지만, 증자를 앞두고 주가관리 측면에선 선방했다는 평가다. 동국제강이나 KCC건설에게 부재했던 면이기도 하다.

보다 기술적인 문제점도 있다. 동국제강과 KCC건설의 증자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 회사채 상환 규모만 생각하고 신주를 찍다 보니 주주가치 희석 여부를 따질 겨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의 증자비율은 43.7%로 통상 수준보다 상당히 높다. 한술 더 떠 KCC건설은 증자비율이 269%나 된다. 기발행 주식의 3배 가까운 물량을 한번에 찍어내는 것이다. 기존 주주 보유주식의 심각한 가치 훼손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연유로 동국제강은 주관사인 KB투자증권에서조차 목표가를 하향조정했다. KCC건설에 대해선 지난 1월 이후 분석 리포트가 한 건도 나오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이후 만기도래하는 채권 상환 또는 신규 투자금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에퀴티 시장을 찾을 개연성이 크다"며 "턴어라운드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지 않고는 그때 그때 자금 마련에 애를 먹을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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