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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 개편]'이병철→이건희 승계' 40년전 어땠나재단증여·차명주식 활용..형제간 계열분리는 '생전 분배' 원칙 지켜

문병선 기자공개 2014-05-16 08:12:00

이 기사는 2014년 05월 14일 10: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더 늦추기 어려운 '이건희→이재용' 승계 시기와 방법이 재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이병철→이건희' 승계 방정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건희 회장이 학습한 승계 방정식과 경험이 40년이 지난 최근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40여년전 이병철 회장은 위암수술을 받은 직후인 1973년초 "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단지 삼성의 뿌리를 깊이 내려 필생의 사업보국을 끝내고 싶을 뿐이다(경향신문 1982년 8월24일자)"라고 측근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그 해 12월 사장단 회의에서 '새로운 삼성 시대'를 선언했다. 그리고 주요 사업 보고를 받는 자리에 늘 이건희 회장을 동석시켰다. 그 후 타계까지 약 14년을 삼성의 새로운 미래 사업과 이건희 체제 구축에 온전히 몰두했다.

대표적 승계의 방법은 '재단 증여'다.

당시 언론기록에 따르면 문화재단을 경유해 재산상속을 가장 잘 활용한 대표적 재벌이 삼성그룹이다. 이병철 창업주는 문화재단에 주식을 기증한뒤 이건희 회장이 이를 재단으로부터 다시 사는 식의 경영권 승계방법을 사용했다. 증여세가 면제된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구체적으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진행되던 1976년 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던 21.9%, 29%에 이르던 제일모직과 제일제당의 지분은 1980년 각각 9.96%, 6.94%로 크게 떨어졌다. 이병철 당시 삼성그룹 회장이 1976년 갖고 있던 제일모직 8.9% 지분과 삼성물산 10.7%의 지분도 1980년에 각각 2.96%, 3.41%로 낮아졌다. 반면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같은 기간 비슷한 비율로 계속 늘어난 바 있다.

삼성 계열사 지분구조도(1987)

하지만 '재단 증여'로만 지분 및 경영권 승계를 한계짓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은 1970년대 후반 지속적으로 그룹 계열사 지분을 독자적으로 매입하거나 부친으로부터 직접 물려받았다. 그 결과 이건희 회장은 그 당시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인 동방생명(삼성생명), 제일제당(CJ제일제당),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의 대주주에 올라섰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이병철 회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지분을 증여하면서 동시에 다른 자녀에게도 일부 재산을 나누어 줬다는 점이다. 올해 초 끝나고 앞서 약 2년간 지속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소송의 재판 내용에 따르면 이병철 회장은 '생전 분재 원칙'을 지켰다.

제일제당 분가(1993년)

전주제지(한솔제지)의 경우 장녀 이인희에게, 안국화재(삼성화재)를 손복남(장남 이맹희의 부인)에게, 제일합섬을 차남 이창희에게, 신세계를 5녀 이명희에게 나누어주었다고 당시 언론은 기술하고 이다. 나누어 주는 방식은 지분을 조금씩 증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철 회장의 이런 의중은 추후 삼성그룹이 CJ그룹, 신세계그룹, 한솔그룹 등으로 분가될 때 원칙으로 지켜졌다. 이병철 회장의 타계(1987년) 후 전주제지는 1991년 분가 계획이 발표됐고 같은해 신세계의 분가계획도 알려졌다. 제일제당은 1994년경 분가계획이 발표됐고 실제 분가는 1995년 경 이루어졌다.

제일제당의 경우 분가 당시 갈등이 있었다. 이건희 회장은 이학수 당시 삼성화재 부사장을 1994년 10월26일 제일제당 대표이사로 발령을 냈다. 제일제당의 분가 계획이 발표된 지 1년여가 흐른 뒤의 인사였다. 제일제당과 이재현 회장은 당시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시도"라고 격렬히 저항한 바 있다.

차명주식을 활용한 경영권 승계도 빼놓을 수 없다. 이건희 회장은 주요 핵심 계열사 대주주로 올라섰고 선대 회장 타계 후 그룹 회장으로 추대됐으나 계열사 지분을 충분히 갖고 있지는 않았다. 특히 삼성전자 지분율은 3.3%에 불과했고 삼성물산 지분율은 4.6%에 불과했다. 동방생명의 지분율은 1989년 기준 10%였다는 기록이 있다. 20여년이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 결과 드러난 사실이지만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의 차명주식'으로 당시 그룹 핵심 계열사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 뿐 아니라 이병철 선대 회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도 차명주식을 건넸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와 현재는 크게 달라졌다. 재단을 활용한 승계는 재단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메리트가 줄었다. 차명주식은 아예 보유할 수가 없게 됐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미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주회사격 회사인 에버랜드 최대주주에 올라 있어 지분 승계는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어떤 방식으로 '이재용 체제'를 위한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만들고 어떤 형태로 삼남매간 역할분담과 계열분리 구조를 짤 지가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분간 이재용 부회장 중심으로 삼성그룹 컨트롤타워가 운영될 것으로 보이고 또 이부진·서현 남매가 공동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도가 예상된다"며 "상당기간의 권력이양 안정기를 거친 이후 삼남매간 역할분담과 분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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