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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특수강 매각, 현대제철-세아그룹 맞붙을까 산은, PEF 인수후 재매각 '시동'..특수강 지각변동, 원매자 '촉각'

김장환 기자공개 2014-05-22 09:13:00

이 기사는 2014년 05월 20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동부특수강 지분을 인수하고 되파는 방식의 동부그룹 자구안이 가시화되면서 벌써부터 원매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를 가져가게 되면 특수강 시장의 지각변동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현대제철과 세아그룹 두 곳이 과연 인수전에 뛰어들지 여부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산은)은 내달까지 동부특수강과 동부제철당진항만 지분 인수를 완료하기로 했다. 인수대금은 각각 1100억 원과 1500억 원으로 합의가 마무리됐으며, 현재 산은은 재무적투자자(FI)들을 모집하고 있는 중이다. 기본 계획은 산은이 50% 이상 지분을 투자하고 나머지를 2~3곳의 FI를 통해 확보하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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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매각은 SPC를 통해 자산을 담고 이를 다시 되파는 방식의 자금회수(EXIT) 방안이다. 동부그룹이 직접 자산을 매각하려면 상당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는 만큼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결정된 방식이다.

매각가가 사들인 가격보다 높게 형성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차액을 동부그룹이 정산받을 수 있는 언아웃(earn out) 조항도 걸었다. 애초 예상했던 매각가보다는 낮지만 당장 유동성이 시급한 동부그룹 입장에서 불리한 조건은 아닌 셈이다.

아울러 산은은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 확보 난항에 대비해 지분 100%를 직접 출자하는 구조까지 이미 구상해놓은 상태다. 만약 금융감독원 펀드 설립 승인 절차가 완료되는 6월 중순까지 투자자를 마련하지 못하면 산은이 직접 전액 출자를 하기로 했다. 때문에 승인만 통과되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오는 6월까지는 동부특수강과 동부제철당진항만 지분을 보유한 PEF가 설립되게 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해당 자산의 재매각 진행과 관련해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동부특수강 매각이 초미의 관심사다. 자동차 특수강 업황 자체가 현대제철의 진출로 인해 시장 지위가 단번에 바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일단 시장에서는 가장 유력한 인수대상자로 현대제철이 거론된다. 세아베스틸이 독보적인 1위 사업자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현대제철은 지난해 특수강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오는 2015년 1월까지 당진공장에 1조 원가량을 투자한 연산 100만톤 규모의 특수강 기계설비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상업 생산시점은 2016년 2월로 잡혀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더라도 현대·기아차로 이어지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 진출하는 사업인 탓에 아직까지 부족한 기술력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장기간 테스트를 거쳐 차량에 최적화된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동부특수강을 인수하게 된다면 사업 정상화에 상당 시일을 절약할 수도 있다. 동부특수강은 선재 시장에서 2위 사업자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선재의 열처리, 스케일 제거, 표면처리 등 선재 가공업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수강 분야에서 '초보' 사업자인 현대제철에게는 욕심이 나는 기술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세아그룹이 과연 이를 바라만보고 있겠냐는 문제다. 세아베스틸의 연간 자동차 부문 매출에서는 60~70%에 달하는 몫이 현대·기아차 물량이다. 세아그룹에서 이 같은 수익 구조에 사활이 걸려 있는 곳은 비단 세아베스틸 뿐만이 아니다. 계열사 세아특수강은 역시 세아베스틸로부터 선재를 납품받아 2차 가공하는 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결국 현대·기아차 수직계열화를 염두에 둔 현대제철의 특수강 사업 진출은 세아그룹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 해외 메이저사들과 납품 계약을 진행하는 등 수출 물량을 늘리는 방식의 타개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안정적 매출처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현대제철의 특수강 사업 정상화가 빠르면 빠를 수록 세아그룹에게는 불리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동부특수강 매각이 본격화되면 현대제철뿐 아니라 세아그룹 역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거론된다. 실제 최근 세아그룹 내부에서는 동부특수강 인수전을 두고 사전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관건은 현대제철에 비해 자금력이 크게 떨어지는 세아그룹이 과연 이 같은 열세를 어떻게 극복할지 여부다.

재계 관계자는 "세아그룹이 현대제철의 특수강 진출 본격화로 확고했던 시장 지위가 크게 흔들릴 수 있게 된 만큼 동부특수강 매각을 넋 놓고 바라보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이들 경쟁업체들이 동부특수강을 두고 맞붙을 여지가 크다는 점은 언아웃 조항을 갖고 있는 동부그룹으로서 기대를 걸어볼 만한 부분"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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