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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의 '脫 IBM 독립투쟁' [thebell desk]

김현동 기자공개 2014-05-22 14:53:34

이 기사는 2014년 05월 22일 12: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국민은행이 시끄럽다. 행장(감사)과 이사회 간의 갈등이 겉으로 드러난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부에서는 임영록 KB지주 회장과 이건호 행장 간의 해묵은 갈등이 터졌다는 정치적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사실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는 오랜 역사를 가진 금융IT 이슈다.

지금부터 10년 전인 2004년 국민은행은 차세대 전산시스템의 메인 플랫폼으로 유닉스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김정태 행장은 'IBM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과거 수십 년간 IBM이 독점하는 메인프레임에 종속돼 있다가 개방형인 유닉스로 전환한 만큼, 금융IT 기술 독립 가능성을 봤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후 국민은행은 이 결정을 번복했다.

국민은행은 2007년에도 유닉스로 플랫폼을 바꾸기로 했다가 결정을 취소했다. 당시 AT커니의 컨설팅을 받아 개방형 플랫폼에 기초한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지만,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로 다시 IBM 으로 돌아갔다.

신한은행과 농협이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전산시스템을 전환한 것도 이때였다. 주요 금융회사들이 주전산시스템을 유닉스로 전환하면서 국민은행마저 유닉스로 돌아설 경우 IBM의 한국시장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됐었다. 국민은행은 이때도 최종 확정까지 총 3번의 BMT(Benchmark Test. 성능검증)를 진행했고, 잦은 BMT를 둘러싼 잡음과 억측이 난무했다.

2014년 상황은 기시감(旣視感)이 들 정도다. 국민은행은 2012년 탈 IBM 여부를 놓고 주전산기 기종 검토팀을 출범시켰고, 2013년 내부논의를 거쳐 올해 4월 이사회에서 유닉스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IBM코리아 대표는 이사회 개최 열흘 전에 은행장에게 사적 이메일을 보내 가격할인 등의 협상안을 제시했다.

국민은행이 IBM과 맺은 전산시스템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계약기간은 2015년 6월까지다. 통상 계약만료 2년 전에 재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새로운 플랫폼을 쓸 경우 사전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2013년 초 IBM과 사전협상을 진행했고, 가격할인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국민은행의 요구에 대해 IBM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IBM이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 결국 국민은행은 유닉스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IBM은 계약만료 1년을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가격할인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가격할인으로 유닉스로의 시스템 전환 비용이 커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은행장(감사)과 이사회 간의 갈등으로 유닉스 시스템 입찰도 늦어질 것이 뻔하다. 국민은행의 새로운 시스템 전환 준비기간은 턱없이 부족해졌다. 국민은행의 IBM으로부터의 독립은 아직은 멀어 보인다.

공교롭게도 2007년과 마찬가지로 현재도 IBM 출신이 국민은행의 주요 업무를 맡고 있다. 2007년 국민은행 사외이사에 선임돼 이사회운영위원, 평가보상위원장, 감사위원을 맡았던 변보경 이사는 한국IBM 전무이사 출신이다. 지난해 8월 이건호 행장 취임과 함께 영입된 김종현 국민은행 정보보호본부장(CISO)은 IBM 상무 출신의 보안 컨설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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