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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기 급급한 10년차 모태펀드 [thebell note]

이윤정 기자공개 2014-06-13 09:25:12

이 기사는 2014년 06월 10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의 2014년 1차 정기출자 산업에 대한 위탁운용사 선정이 마무리 됐다. 올해 3월 출자 공고를 내고 운용사 선정에 착수한지 장장 3개월 만에 결과가 나왔다.

비슷한 시기에 출자 공고를 낸 성장사다리펀드나 농업정책자금관리단(농자단), 정책금융공사 등이 두 달만에 선정 작업을 끝낸 것과 비교하면 모태펀드의 심사 기간은 길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역시 코리아IT펀드(KIF) 자조합에 대한 위탁 운용사를 1달 반 만에 결정했다.

모태펀드가 타 기관보다 운용 규모나 출자 분야가 상대적으로 많긴 하지만 벤처투자조합 출자 역사가 길어 운용사들에 대한 누적 데이터가 가장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심사 시간은 너무 길게 느껴진다.

굳이 다른 출자기관과 비교하지 않더라고 작년 1차 정기출자사업 때보다도 1개월이나 늦었다. 모태펀드는 작년 첫 정기출자사업 출자 공고를 올해와 같은 시기인 3월에 내고 5월 초에 운용사 선정을 마쳤다.

기간도 그렇지만 과정도 이전과 달랐다.

작년에 이뤄진 두 차례 정기출자에서 모태펀드는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하기 전 제안서 접수 현황, 1차 심의 결과를 순차적으로 공개 했다. 하지만 올해 모태펀드는 접수 현황만 공개 했을 뿐 1차 심의 결과는 건너뛰고 바로 2차 최종 선정 결과만 발표했다. 선정기간 지연에 정보 공개도 제한적으로 이뤄지면서 입찰에 참여한 벤처투자 관계자들의 혼란과 의혹만 키웠다.

모태펀드의 이례적 행보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주요 원인으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지목됐다. 작년과 비교해 올해 사업에서 달라진 부분이라곤 미래부 출자로 미래계정이 신설된 점 뿐이었기 때문이다. 모태펀드가 미래부 눈치를 지나치게 보면서 사업진행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래계정 특정 분야 운용사 자리에 A벤처캐피탈 내정설까지 돌았다. 실제로 이 창투사가 해당 부분의 위탁 운용사로 뽑히기도 했다.

한국벤처투자가 정부산하기관으로, 여러 부처의 자금을 위탁 받아 집행하다는 점에서 고려해야 할 많은 이해 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모태펀드란 별도 기관을 세워 독립된 주체에 출자금 집행을 위임한 것은 전문성과 효율성을 키우고 복잡한 이해 관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 동안 모태펀드는 여러 출자기관에 끌려다니는 인상을 주면서 출자 사업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번에는 모태펀드가 어느 기관의 눈치를 보고 있느냐로 원인을 찾게 했다. 잘 될 때도, 못 될 때도 모태펀드는 항상 중심에 없었다.

올해로 모태펀드는 결성 10년차를 맞았다. 이제는 모태펀드 스스로가 경험에 걸 맞는 존재감을 챙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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