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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광산사업, 매각 결정 배경은 권오준 회장 구조조정 대상 직접 언급…다수 경쟁자 참여로 시장포화

강철 기자/ 김장환 기자공개 2014-07-11 09:10:00

이 기사는 2014년 07월 10일 10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그룹이 도시광산 사업의 매각을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도시광산 부문은 사업부로 편입된 첫 해부터 적자를 내며 회사 전체 수익에 악영향을 미쳐 왔다. 각종 불법 행위가 적발되면서 지속 가능한 사업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도시광산 사업이 한때 큰 붐을 일으키면서 다수의 경쟁자들이 등장했고, 이로 인해 더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는 점도 매각을 결정한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 적자 주범 전락·불법행위 수면 부각… 권오준 회장 직접 구조조정 대상 언급

10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엠텍은 2010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했던 도시광산(희유금속부문) 사업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주요 회계법인에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고, 최근 딜로이트안진을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도시광산 사업이 적자의 주범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인수한 업체들의 불법 행위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지체없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5월 경영전략 설명회에서 대표적인 구조조정 대상으로 포스코엠텍 도시광산 사업을 직접 언급한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엠텍은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도시광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2013년 두 회사를 차례로 흡수합병하며 '폐자원 수거 → 희유금속 추출 → 판매'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을 완성했다.

포스코엠텍은 도시광산 사업을 통해 철강부원료 제조와 제품포장에 집중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그러나 도시광산 사업부는 지난해 9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다른 사업부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모두 까먹었다. 폐자원(스크랩)의 조달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과잉으로 판매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낮은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탓이다.

여기에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이 폐기물 불법 반입반출, 무자료 거래 등 불법 행위를 자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수적인 비용이 발생했다. 국세청은 올해 초 두 회사의 탈세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포스코엠텍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지난달 435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포스코엠텍은 이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 5월 경영전략 설명회에서 "불량한 사업 파트너를 만나는 등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포스코엠텍의 부실로 이어졌다"고 지적하며 이같은 불법 행위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와 함께 도시광산 부문의 확실한 구조조정을 지시하고, 이를 위해 이경목 포스코엠텍 대표에게 모든 권한을 일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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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광산 사업은 '레드오션'

도시광산 사업이 더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는 점도 매각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도심에서 쓰고 버린 휴대전화, 컴퓨터 등에서 금, 은, 인듐, 코발트, 니켈, 갈륨을 비롯한 각종 희유금속을 뽑아내는 도시광산 사업은 주로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들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자원 고갈, 신재생에너지 이슈 등이 부각되면서 대기업들도 공격적으로 이 사업에 진출했다.

LS-Nikko동제련, 고려아연 등 금속 추출 기반을 갖춘 대기업들은 도시광산 사업부를 신설해 점차 규모를 확장했다. LS-Nikko동제련의 경우 2008~2010년 사이에 리싸이텍코리아, 토리컴 등을 인수하며 도시광산 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구축했다.

이에 비해 포스코엠텍은 후발주자였다.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을 인수해 수급 체계를 정리한 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인듐, 코발트, 니켈, 갈륨 등을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했으나 시장에는 이미 다수의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엠텍이 시류에 편승해 도시광산 시장의 특성과 향후 사업성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무리하게 뛰어든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 인수 과정에서 부실을 발견하지 못한 것도 이같은 지적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도시광산 업계는 이 사업이 더이상 성장이 불가능한 레드오션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정품에 비해 품질 수준이 낮은 리싸이클링 제품을 취급하는 특성상 마진이 낮은데, 대기업을 비롯한 경쟁자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그나마 내던 수익도 더이상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도시광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 도시광산 업체의 연 평균 영업이익률은 아무리 잘해도 2~3%를 넘지 않는다"며 "포스코엠텍도 도시광산을 장기적인 신성장동력으로 가져가기에는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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