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7월 18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월드컵에 온 나라가 취해 있던 지난 2002년. 국내 금융산업, 범위를 조금 좁혀 증권업계에 혁신적인 변화가 있었다.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이 전직원의 PB화를 외치며 증권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일이다. 증권사 먹거리를 브로커리지(Brokerage)가 아닌 자산관리(WM) 사업에서 찾겠다고 공언했다 .말고 많고 탈도 많았다. 항상 파격을 지향하는 황영기 전 사장의 개인 스타일을 들먹이며 아직 무르익지 않은 국내 자산관리 시장에서의 무모한 도전으로 냉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일회성 '쇼(show)'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렇게 10여년이 지났다. 황 전 사장의 파격이 이제는 보편의 가치가 돼버린 증권업 환경이다. 자의든 타의든 PB 혹은 WM을 앞세워 너도 나도 자산관리 사업으로의 체질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앞서 나간 곳은 화려한 VIP 비즈니스가 아닌 실속 있고 알찬 사업으로 안착시켜 나가고 있다.
그 사이 삼성증권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직원들의 PB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고 고객들도 여전히 과거의 주식 매매에 국한된 PB를 기대했다. 그러면서 금융위기가 터지자 주식 고객들은 떠나고 야심작으로 내놓은 브라질 국채와 장기국채 등에서 큰 손실을 본 고객들은 삼성증권에 적대감마저 드러냈다. 삼성(SAMSUNG)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증권사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룹 전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들었다. 실적도 꾸준히 하락하면서 삼성이 증권업을 포기할 것이라는 극단적 예측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대규모 구조정이 잇달았던 이유다.
위기 극복이 필요했다. 김 석 사장은 파격적인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고객 수익률에 따라 직원을 평가하고 그 수익률에 따라 고객에게 받는 보수(수수료)를 달리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고객에게 판 상품에서 손실이 나면 PB 고과도 안 좋아지고 삼성증권 수익도 나빠지니 이제는 사활을 걸고 제대로 된 상품을 팔 수밖에 없게 됐다. 'POP UMA 성과보수형'이 대표적이고 최근 ELS·DLS 조기 상환시 PB 성과를 인정하는 제도도 같은 맥락이다.
자산관리 사업을 한다는 금융회사 대부분이 지향했던 바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일이다. 여전히 상품판매 마진(Margin) 따먹기식 브로커리지 영업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증권에게는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고육책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자산관리 업계가 가야할 방향이다. 말로만 고객 중심이 아닌 실제 결과물이 고객 중심이 돼야 한다는 기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김 석 사장의 결단은 정도(正道)다. 황영기 전 사장이 증권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면 김석 사장은 이를 업그레이드하면서 WM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삼성증권에게 우여곡절이 많았던 지난 몇년이었다. WM 모델을 포기해야 한다는 내부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정면 돌파로 해답을 찾았다는 점에서 그 결단력과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더 중요한 건 삼성증권의 이 같은 시도가 성공해야 다른 금융회사들도 동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객 수익률, 성과보수 등 PB·WM 업계의 벤치마크 역할을 삼성증권이 하고 있는 셈이다. 고객 중심의 WM 사업문화는 삼성증권만이 아닌 WM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금융회사, 국내 자산관리 시장 성장을 위한 과제인 동시에 필수다. 삼성증권을 응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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