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현대重, AA+ 등급 반납 위기..방어 조건은 [Rating Watch]한기평·NICE신평 등 '하향 검토'…3분기 연속 손실 여파

한형주 기자공개 2014-08-07 09:33:28

이 기사는 2014년 08월 05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2분기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낸 현대중공업(AA+)의 장기 신용등급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신용평가업계는 당장의 대규모 손실 인식도 문제지만 이번이 3분기 연속 적자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 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워치리스트)'에 올려놨다. 한국신용평가도 등급 전망(아웃룩)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이들 모두 △선가 하락 △육상·해양 플랜트 시장의 경쟁 심화 △수주 여건 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중단기 관점의 수익성 회복은 제한적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등급이 지난 2008년 이후 6년여 만에 강등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사상 첫 1조 '어닝쇼크'..3분기 연속 적자

지난달 말 공개된 현대중공업의 상반기 영업손실액은 1조 3000억 원에 달했다. 2분기 손실액만 1조 1000억 원을 웃돈다.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음은 물론 창사 이래 첫 1조 원대 '어닝 쇼크'다. 현대중공업의 영업적자는 지난해 4분기 -870억 원 , 지난 1분기 -1889억 원에 이어 3분기째다.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7076억 원에 달했고, 같은 기간 매출액(26조 3323억 원)은 제자리 걸음했다.

clip20140804054237
*자료: 회사 공시, 2분기 실적은 잠정치 / 출처: NICE신용평가

실적 악화의 주 원인은 △1분기부터 지속된 조선 부문(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포함) 선가 하락 물량의 매출 인식 △대규모 공사손실 충당금 계상 △해양(플랜트) 부문의 대형 해양설비 제작 및 인도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 △육상 플랜트 부문 대형 EPC 사업의 공사손실 충당금 설정 등으로 요약된다.

◇한기평·NICE, '워치리스트' 등재..한신평은 '아웃룩' 조정

현대중공업의 실적 발표 이후 3대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회사채 등급을 워치리스트에 올리거나 아웃룩을 변경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NICE신용평가다. "예상 원가 상승분의 선제적 손실 인식에 따른 단기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등급이나 아웃룩 등의 조정 없이 △주요 사업 프로젝트 수익 추이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 △상선 부문 실적 개선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clip20140804053538
하지만 이후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중공업의 회사채 등급을 '부정적 검토(Negative Review)' 대상에 등록하고, 한국신용평가는 아웃룩을 '안정적'→'부정적'으로 바꾸는 등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자 NICE신용평가도 곧장 현대중공업 등급을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등재했다.

평정 배경은 대동소이했다. 세 평가사 모두 현대중공업의 2분기 영업적자 규모가 '예상 범위를 뛰어넘는 수준'이란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실적 부진의 '연속성'을 주시했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향후 3개월 내로 현대중공업 등급을 실제로 떨어뜨릴지, 워치리스트에서 제외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한국신용평가도 평상시 같으면 향후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실적 추이 등을 지켜 보겠지만, 현대중공업의 2분기 손실 규모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평정 시점을 앞당길 공산이 높다.

◇대규모 손실, 이번이 끝?..초기 프로젝트 등 불확실성↑

평가사들이 현대중공업 등급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관건은 '과연 이번 손실이 마지막이냐'는 것이다. 삼성중공업(AA) 역시 대규모 공사손실 충당금 설정으로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지만 2분기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한시름 놓은 상태다.

현대중공업 측은 하반기 내에 체인지 오더(Change Order) 발행분에 대한 비용 청구 등을 통해 손실 축소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좀 더 지켜봐 달라"는 입장이다. 평가사들로서도 아직 감사보고서가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차입금 규모 등을 측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 현재는 2분기 실적이 재무 안정성에 미칠 영향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측 설명대로 이번 손실이 일회성에 그치고 드릴십 인도 등에 따른 수익 개선이 가시화한다면 단기 영향폭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에겐 일말의 등급 방어 요인이 된다.

이와 달리 차입 부담이 오히려 확대됐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잇따라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가 애초 계획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만큼 등급 하락의 개연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사우디아라비아 복합화력발전소 등 플랜트 부문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아직 공정 초기 단계여서 향후 제작 과정의 불확실성이 크다.

◇크레딧업계, 현대·삼성重 간 등급차 '적절성' 의문

크레딧업계에선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간 등급 차(한 노치)가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도 새로 제기되고 있다.

사실 현대중공업이 그간 AA+를 유지해 온 것은 세계 1위 조선사라는 시장 지위에 힘입은 바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인 조선 업황 침체에도 불구, 세계 최상위권의 수주 경쟁력에 바탕한 '상선+해양 플랜트' 포트폴리오 조합을 앞세워 양호한 수주·영업실적을 시현해 온 게 사실. 그러나 호황기 투자로 건조 능력이 대폭 증가한 데 반해 경기 회복 지연, 해운 시황 침체 장기화 등 여파로 신규 수주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더불어 업계 경쟁이 격화되면서 수주 환경은 과거보다 눈에 띄게 악화됐다. △중국 정부의 자국 조선 업체에 대한 정책적 지원 △엔저에 힘입은 일본 업체의 약진 등도 부담 요인. 이로 인해 선가 회복 등 수주의 질적 제고가 더뎌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같은 악재는 현대중공업의 최근 실적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수주량 등 규모 면에서 현대중공업은 삼성중공업을 여전히 압도한다. 다만 이것만으로 현대중공업이 크레딧 측면의 우위를 점할 시기는 지났다는 지적이다. 불리해진 수주 여건은 말할 것도 없고, 인건비 절감 및 원가율 개선 등 측면에서도 삼성중공업과 비교해 크게 나을 것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신용평가업계가 그간 고수해 온 평정 기준을 뒤집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중기적으로 봐야 할 사안이지만 적어도 실적과 재무적 측면에서 삼성중공업이 상대적으로 더 나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은 맞아 보인다"며 "향후 수년 간 조선 업황의 구조적 반전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물론 대우조선해양까지 빅3 전반의 크레딧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원가 구조를 혁신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드릴십 인도시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이란 게 사측 주장이지만, 여전히 대금 회수 방식이 '헤비테일(Heavy tail)'이다 보니 단기적으로 큰 효과를 가져 올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평가사들로서도 지속된 수익성 악화로 축소된 자본력과 치솟은 부채비율 등 전과 달라진 현대중공업의 체력 요소들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