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8월 19일 07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 기업실사와 수요예측을 도입한 지 2년여가 흘렀다. 아직 완성을 논하기 이르지만 자본시장의 폐쇄성을 개선하는 데 일조했음을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다.발행사 주도의 시장 구조가 투자자 중심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하게 된 곳은 국내 투자은행(IB) 업계다. 기업실사와 수요예측이라는 생소한 제도만으로도 과거와는 한층 다른 수준의 노력을 요구받았다. 최근 투자자 보호 이슈까지 겹쳐 채권 발행의 사전·사후적 관리에도 적잖은 수고를 기울여야 했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시장 참가자별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들러리 정도로 치부되던 국내 IB가 선진적 제도 실행의 구심점에 서게 된 것만은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자본시장에서의 역할 증대는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필요로 할 때가 많다. 단순히 공을 들인 만큼 대가를 치르거나 받아야 한다는 시장 원칙을 따르자는 게 아니다. 수수료를 통한 적절한 보상 없이는 IB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
특히 동양·웅진그룹 사태 이후 투자자 보호와 맞물린 법률적 이슈가 금융당국을 비롯한 시장참가자 전체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비약적으로 증가한 정정 공시 등이 이를 잘 대변한다. 앞으로 더욱 정교한 기업실사(Due-Diligence)와 도큐멘테이션에 대한 요구가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IB의 주선 능력 강화를 위한 인력 확충과 조직적 투자가 필수적이다. 수수료 정상화를 통한 적정 수준의 보상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채권 발행사가 인수·주선 수수료를 높여줄 기미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수수료 수준은 떨어지고 있다. 올해 비금융 일반회사채(SB) 평균 인수 수수료율은 15.87bp에 불과했다. 기업실사·수요예측 도입 전인 2011년 28.75bp보다 12bp 이상 낮다. 2012년 22.53bp, 지난해 18.94bp로 추세적으로 급감하고 있다.
수수료 수준에 대한 발행사와 IB의 입장차는 명백하게 갈린다. 하지만 시대착오적인 안일한 인식만은 공통적이다.
발행사는 IB의 능력에 의문을 표하며 지갑을 더 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국내 IB의 역할이 늘어난 것은 인정하지만 인력과 조직 구성상의 한계로 아직은 수수료를 높여줄 만한 수준의 차별점을 찾지 못하겠다는 입장. 단적으로 증권사의 크레딧 리서치 능력이나 기업실사의 전문성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증권사 역시 발행사가 주는 쥐꼬리만한 수수료로는 인력과 조직에 대한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답 안 나오는 논쟁을 계속하고 있는 것.
수수료 정상화를 통한 IB 서비스 강화는 포기한 지 오래라는 회의적 입장의 증권사도 상당수다. 수요예측 도입 후에도 수수료 녹이기나 덤핑 등으로 경쟁적 실적 쌓기에만 치중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수수료 정상화는 수익성 저하에 빠진 증권업계를 구하기 위한 방도가 아니다.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자본시장의 변화 속에 이슈어와 투자자, IB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이다. 기업과 IB는 물론 관리감독기관인 감사원, 금융당국 등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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