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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베팅' 현대차, 현대건설 트라우마 지웠다 [한전 부지 인수전]감정가 3.3조 토지 10.5조에 낙찰..MK 재가로 총력전

박창현 기자공개 2014-09-18 15:23:00

이 기사는 2014년 09월 18일 12: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한전 부지 인수전의 최종 승자가 됐다. 승리를 위해 쏟아 부은 돈만 10조 원에 달한다. 현대건설 M&A 당시 보수적인 가격 산정으로 고배를 마셨던 현대차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오너 재가 아래 공격적 베팅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전력은 18일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512(삼성동 167) 부지 및 건물 부동산 매각 일반경쟁 입찰 결과 현대자동차 컨소시엄을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대차는 숙원이었던 신사옥 건립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주목할 점은 현대차가 써낸 입찰가다. 당초 시장에서는 부지 감정 평가 금액이 3조 3346억 원이라는 점을 근거로 입찰가격이 최대 5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현대자동차는 시장 예상가의 두 배가 넘는 10조 5500억 원을 베팅했다.

공격적 베팅은 신사옥 부지 확보에 대한 절심함과 함께 현대건설 M&A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현대차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본사는 양재동 사옥에 입주해 있지만, 대부분의 계열사들은 서울 전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태다. 그룹 소속 임직원은 1만 8000명에 달하지만 양재 사옥 입주 가능 인원은 5000여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위상에 걸맞는 자동차 복합 문화 공간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됐다.

이런 이유로 인수전 초기부터 현대차는 남다른 인수 의지를 불태웠다. 부지 입찰 공고와 동시에 삼성동 한전 부지에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설립해 사옥은 물론 호텔과 컨벤션센터, 문화시설, 테마파크, 쇼핑몰 등을 아우르는 국제 비즈니스·관광 문화 거점으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곧바로 꺼내 들었다. 공격적 인수 행보에 나선 셈이다.

여기에 현대건설 M&A 트라우마도 10조 베팅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지난 2010년 현대차는 그룹 모태인 현대건설을 두고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과 진검 승부를 벌였다. 시장에서는 자금력이 월등한 현대차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입찰 결과 시장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5조 5000억 원을 베팅한 현대그룹이 5조 1000억 원을 인수가로 써낸 현대차를 누르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결과적으로 현대그룹의 자금 조달 문제가 불거지면서 인수전의 승자가 바뀌었지만 현대차는 보수적인 가격 산정 탓에 현대건설을 잃을 뻔한 아찔한 상황을 경험했다.

충분한 자금력에도 가격 경쟁에서 패배했던 트라우마를 가진 현대차는 이번엔 180도 달랐다. 오너인 정몽구 회장의 인수 지시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공격적 베팅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내부적으로 100% 승리가 가능한 가격을 제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사실상 현대차의 풀베팅 수준인 10조 원을 써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현대건설 인수전 때와는 달리 시장 예상치를 훌쩍 넘는 가격을 제시해 한전 부지를 가져 갔다"며 "그룹 오너까지 인수를 지시한 마당에 과감한 베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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