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1월 19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특수강 노조가 포스코와 세아베스틸을 향해 연일 고강도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300여 명에 달하는 노조원들이 상경해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대규모 시위까지 벌였다. '(매각을) 죽음으로 저지한다', '권오준 회장과 조청명 전무(가치경영실)를 응징하겠다' 등 강도 높은 문구들을 써가며 핏대를 세우고 있다.
이들의 주된 주장은 두가지로 귀결된다. 5년간 전 직원의 100% 고용승계, 매각 대금의 10% 전직원에 지급이다. 처음 매각전이 시작될 때 매각가가 1조2000억 원으로 예상됐다는 점에서 보면 12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포스코 측에 내놓으라는 요구다. 물론 고용승계는 세아베스틸을 향한 외침이었다.
포스코특수강(옛 삼미특수강)은 IMF의 파고를 넘지 못해 지난 1997년 포스코로 인수되면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겪은 아픔을 안고 있다. 때문에 고용승계와 관련해 완강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이 점에 있어서는 이해할 수 있는 면이 많다.
하지만 매각가의 10%를 내놓으라는 주장은 분명 과도한 면이 있다. 포스코는 최근 들어 유례 없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특수강 시장 판도 변화를 생각한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포스코특수강을 매물로 꺼내든 것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목적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12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내놓으라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상 '팔지말라'는 얘기에 가깝다.
그런데 현재 노조의 시위는 고용승계보다도 오히려 '돈 받아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례로 최근 포스코특수강의 인수가가 크게 낮춰질 것이란 기사들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상철 노조위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포스코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리가 몇 십 년 동안 일을 해 회사를 키웠는데 그 정도 돈도 안 주려고 꼼수를 부린다"는 것이 대화의 초점이었다.
뭐가 됐든 이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포스코특수강 노조는 세아베스틸과 포스코의 협상 요구에 스스로 응대하지도 않고 있다. 양측 관계자들은 모두 "강도 높은 비난만 내놓고 있어 대화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화 자체를 노조 측이 거부하고 있으면서도 내세우는 주장들은 마치 포스코와 세아그룹이 직원들의 구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세아베스틸은 "고용승계는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기아특수강(현 세아베스틸)을 인수해 지금의 기업을 만들면서 인력 구조조정은 거의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단 뭐가 됐든 고용승계를 책임져줄 수 있는 세아베스틸이 원하는 것은 대화다.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노조다.
물론 노조가 금전적인 요구를 하는 부분도 일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노조 측 관계자에 따르면 1997년 삼미특수강이 인수된 이후 9년 동안 포스코는 생산직원들 임금을 동결해왔다. '회사의 영속성'을 내세웠다. 기업공개(IPO)를 한다며 직원들에 우리사주 매입도 은연 중에 강요했다. 한 관계자는 "5000만 원 빚을 얻어 주식을 샀더니 회사를 판다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만큼 포스코특수강 직원들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노조가 한 발 물러설 만한 부분도 분명 있다. 위로금 자체를 요구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일단 회사와 대화와 타협에 나섰으면 한다. 아울러 전 직원을 대변하는 노조로서 고용승계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주장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란 얘기다. 그렇지 않다면 노조를 향한 동정여론이 형성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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