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양극화 오히려 심화 [Adieu 2014]A급 이하 회사채 비중 감소…대기업 신용도 하락 탓
임정수 기자공개 2014-12-15 14:10:40
이 기사는 2014년 12월 11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4년은 회사채 시장 양극화 문제 해소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해다. 한국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A급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성행했고,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으로 BBB급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도 일었다.결과는 기대에 못미쳤다. 우량 회사채 쏠림 현상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강화됐고, A급 이하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비중은 감소했다. 건설·조선·해운 등 기피 업종에 더해 대형 건설사 및 중공업, 화학, 정유업 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더해지면서 그나마 신용도 우려가 없는 일부 A급 기업으로만 투자 수요가 몰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기업의 신용등급 하락도 양극화를 심화시킨 원인이다.
◇ A급 이하 회사채 비중 16% 불과…시장 양극화 오히려 심화
머니투데이 더벨 집계에 따르면 2014년 일반회사채(SB)와 여전채(FB),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시장에서 A급 이하 회사채 발행액 비중은 전체의 17.28%로 나타났다. 역으로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 비중은 83%에 육박했다. 특히 AA급 회사채 비중이 52.14%로 지난해에 비해 비중이 7%포인트가량 증가했다.
A급 이하 회사채 비중은 지난해의 20.07%에 비해서도 축소됐다.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2011년과 이듬해인 2012년에 2년 연속 30%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SB 시장만 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A급 이하 SB 발행액은 지난해 전체의 23.28%에서 올해 17.70%로 감소했다. 회사채 시장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됐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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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금리 하락과 저금리에 따른 고금리 회사채 수요 증가 등 발행시장에 우호적인 여건을 고려하면 기대 이하의 결과다. 매매 차익에 대한 기대와 공사채 발행 제한 등의 회사채 수급 여건 개선 속에서도 A급 이하 회사채로는 아주 제한된 투자 수요만 몰려든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연중 시장 분위기만 보면 넘치는 유동성의 온기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과는 반대였다"면서 "시장 양극화 해소의 한계를 절감한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업종별 리스크 우려·대기업 신용등급 하락 탓
양극화 문제가 심화된 것은 건설·해운·조선 등 기존의 한계 업종에 더해 상대적으로 괜찮을 것으로 여겨졌던 기업이나 업종에 대한 우려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건설, 중공업, 정유, 석유·화학, 철강 업종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들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투자자의 기피 대상 리스트에 올랐다. 또 A급에 속해 있던 대기업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회사채 시장에서 퇴출된 것도 양극화 심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신용등급 별 회사채 발행 건수를 보면 수치로 드러난다. SB 시장에서 A급 이하 기업의 회사채 발행 건수는 지난해 127건에서 올해 83건으로, 1년 사이 44건이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AA급 이상 발행 건수가 164건에서 153건으로 11건 줄어든 것에 비하면 감소 폭이 상당히 크다.
기업 별로는 GS그룹의 대형 발행사였던 GS건설(A+)은 올해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했다. 동부제철(B-), 동부건설(B-), 동부팜한농(BBB) 등 동부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가지 2년 연속 연간 8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올 들어 신용등급이 수직 하락하면서 1950억 원어치의 회사채만 발행했다. 그마저도 채권단이 인수하는 형태로 회사채를 발행한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A-), 두산중공업(A) 등 두산그룹 계열사들도 신용등급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못했다. 두산그룹 계열사는 지난해 1조 원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올해는 3200억 원어치를 발행하는 데 그쳤다. 대한항공(A-)은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ABS로만 자금을 조달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하이일드펀드 수요로 일부 BBB급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기는 했지만 업종 리스크가 부각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회사채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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