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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그룹재편에 움츠린 조달..채권 확대 '언제쯤' [Adieu 2014]2조 발행, 평년 대비 1조 안팎 감소…올해 단 4개사만 조달

황철 기자공개 2014-12-23 06:55:00

이 기사는 2014년 12월 19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은 2011년 이후 회사채 시장에서 가장 핫(hot)한 발행사 집단으로 통한다. 매년 3조 원 안팎의 비금융 일반 회사채(SB)를 발행한 빅 이슈어(big issuer)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계열 전반적으로 해당 산업 내에서 차지는 확고한 위상이나 우수한 신용도는 투자자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삼성'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등장과 동시에 벌떼처럼 투자 수요가 몰리곤 했던 이유다.

그만큼 삼성은 국내 부채자본시장에서 특별한 발행 집단이었고 환상적인 투자처였다. 삼성 계열이 수년간 조달을 크게 늘려 왔던 것도 자금수요 이상의 풍부한 투자기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 조달 행보는 전만 같지 않았다. 여전히 2조 원대의 발행을 이어갔지만 참여 기업 수와 조달 빈도가 크게 줄었다. 그룹 지배구조 재편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차입전략 수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후 역시 만기 물량 이상의 발행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실 추스리기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순상환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망된다.

◇ 회사채 발행 추세 주춤, 투자자·IB 아쉬움

삼성 계열사는 올해 2조 원어치의 비금융 일반 회사채(SB)를 발행했다. 삼성토탈 7000억 원, 삼성물산 6500억 원,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5000억 원, 호텔신라 1500억 원씩을 발행했다.

민간 대기업집단 중 SK, LG, 현대차 다음으로 큰 규모로 국내 대표 발행그룹이라는 이름에 손색 없는 조달을 이어갔다. 하지만 과거보다 발행액과 빈도, 참여 기업 수 모두 줄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총 7개 기업이 2조7500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중 삼성정밀화학, 삼성SDI, 삼성테크윈이 올해 발행에 나서지 않았다.

2011년 2조9465억 원, 2012년 3조3550억 원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올해 이건희 회장 공백과 경영승계, 그룹 지배구조 재편 등 내부적 문제로 정상적인 재무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삼성1

내년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삼성그룹 회사채 발행은 침체 국면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주요 발행사 중 삼성토탈, 삼성테크윈이 한화그룹으로 매각될 예정이어서 그룹 조달액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삼성의 채권 발행 축소는 국내 회사채 투자자와 인수 증권사에 적잖은 아쉬움을 남길 만한 일이다. 그만큼 삼성그룹 채권은 투자 가치 면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들에게는 늘 '최대, 최고, 최우량'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물량만 내놓으면 공모액의 서너 배는 기본이고 딜 하나에 1조 원 이상의 수요가 몰리기도 했다.

국내 IB에게도 삼성그룹 채권은 흥행 보증 수표나 다름없었다. 특히 삼성 계열사는 타 민간 대기업과 비교해 수수료 등 성과 보상에도 후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 중장기 조달 확대 가능성 농후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삼성그룹의 조달은 시차를 두고 점차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력 계열사의 성장 정체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이 조달 확대 가능성을 높인다. 그룹 영업현금창출력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외부차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

삼성2

당장 자금 과부족 상태에 봉착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경영효율화나 재무여력 관리 차원에서 유동성 확충에 나설 유인은 충분하다. 특히 조선·건설·화학 등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산업군에 포진한 기업의 경우 조달 필요성이 더욱 크다.

지배구조 재편과 경영승계 작업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시점에 공격적 경영을 재개해 과거보다 더 적극적인 조달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전반적으로 1, 2년 조달을 축소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재무여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속적인 투자가 수반되는 산업군에 속한 기업이 많아 장기간 차입을 중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그룹 내부적 상황이 정리되면 대내외적인 신인도 관리를 위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인 사업과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시기 조달 시장에서도 활발한 자금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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