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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허들 낮춘 거래소, 기관이 '옥석' 갈랐다 [Adieu 2014]심사청구가 하향 비율 낮아져…IT업종 공모가, 희망 밴드하단에 몰려

민경문 기자/ 박은혜 기자공개 2014-12-31 13:57:24

이 기사는 2014년 12월 30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까지 상장 추진 기업에 깐깐한 기준을 적용해 온 거래소지만 올해는 비교적 '관대'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거래소 이사장이 내세운 상장 기업 목표 건수를 채우기 위해 공모 희망가를 하향 조정하기보다는 심사에 그대로 반영하는 데 주력했다는 평이다.

공모가 결정은 결국 기관투자가의 몫이었다. 저금리 기조 속에 마땅히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들은 공모주 매입에 열을 올렸다. 거래소의 가격 개입과 상관없이 상당수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높은 수준으로 정해졌던 이유다. 다만 IT 등 일부 업종의 경우 기관의 외면 속에 밴드 하단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 형성되기도 했다.

◇거래소 "공모가에 관여 않겠다"...심사청구가 디스카운트 최소화

2014년 코스닥 또는 거래소에 상장한 업체(스팩 제외)는 총 46곳이다. 이 가운데 심사 청구가보다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희망 공모가 밴드가 낮아진 경우는 총 17곳으로 37% 정도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수치(89%)와 비교하면 거래소의 개입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하향 조정 비중이 80%였던 2012년과 견줘도 변화 폭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실적치 오류 등을 수정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거래소가 상장 기업의 거품을 줄이고 증시 침체 속 투자자의 공모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심사 청구가를 일정 부분 낮춰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올해는 거래소가 IPO기업들의 희망 가격 상당수를 그대로 반영해 준 듯 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4년 심사 청구가와 수요예측을 위한 희망 공모가 밴드가 동일했던 상장 기업은 19곳(41%)에 달했다. 고작 3곳(8%)에 그친 지난해와는 확연한 차이다. 심사 청구가 대비 희망 공모가 밴드가 아예 높은 경우도 7곳이나 됐다. 2013년 상장한 회사 가운데 공모 희망가격이 심사 청구가보다 높았던 곳은 엑세스바이오 1건에 불과했다.

이는 그동안 시장 개입을 당연시 해온 거래소의 입장 변화와 무관치 않다. IPO 시장이 수년간 얼어붙다보니 거래소는 지난 5월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모 가격 결정에 관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투자자보다는 발행사의 입장을 좀 더 대변하게 된 셈이다. 주관사 의무인수제 시행 이후 주관사들이 공모가 하락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심사청구가에 대한 상호 신뢰가 형성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시장 활성화라는 명분보다 올초 내세운 상장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인 조치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코스닥 상장 목표는 70곳으로 잡았는데 결과적으로 총 66곳을 성사시키며 목표치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와 같이 심사 청구가를 낮추는 등 문턱을 높였다면 달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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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열기에 공모가 상단 결정은 오히려 증가...IT업종은 '찬밥'

상당수 기업이 거래소의 '가격 에누리'를 배제한 채 수요예측 시험대에 올랐지만 공모주에 대한 기관의 투자 열기는 뜨거웠다. 올해 신규 상장한 46곳 회사 가운데 17곳이 희망 밴드의 상단으로 공모가격이 결정됐다. 상단 가격을 아예 넘어서 결정된 경우도 14곳에 달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의 상단 이상으로 결정된 비율은 67%였다.

이는 신규 상장사의 60% 정도가 수요예측에서 밴드 상단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높은 수치다. 보통 거래소가 가격을 낮춰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된 기업에 기관 수요가 몰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딱히 얽매이지 않는 모습이다. 예금 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지면서 시중 자금이 IPO시장으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데브시스터즈, 쿠쿠전자 등은 예상치 못한 해외 '큰 손'들이 대거 참여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외면을 받은 곳도 일부 있었다. 총 8곳의 공모가격이 희망 밴드의 하단 또는 그 이하에서 결정됐는데 대부분 IT업종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영백씨엠(전자부품 제조), 테라셈(반도체 부품), 영우디에스피(디스플레이), 서전기전(전자기기) 등의 공모가격은 당초 희망 밴드를 크게 하회했다.

시장 관계자는 "이미 상장된 IT업체들의 실적 하향세가 뚜렷한데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에 신규 IPO 업체에 대해서도 투자가 꺼려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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