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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롯데, 계속되는 '신격호' 초상화 숭배 직원들 초상화 앞에서 조례..94세에 '광윤사' 통해 한·일 롯데 완전 장악

문병선 기자공개 2015-01-13 08:39:00

이 기사는 2015년 01월 12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에서 제과업을 하고 있는 ㈜롯데의 각 지역 사무소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초상화가 사무소 벽에 모두 걸려 있는 점이다. 매일 아침 직원 조례는 초상화가 걸린 벽면을 바라보고 시작된다고 한다.

신격호 사진
일본 ㈜롯데 사무소에 걸려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초상화
일본의 한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한 명의 대표가 '행동지침'을 읽으면 조례에 참석한 직원들은 벽면에 걸린 신격호 회장의 초상화를 보고 뒤따라 지침을 따라읽는다. 예컨대 "고객의 입장이 되어 생각합니다" 등의 행동 강령을 함께 낭독하는 식이다. 일본의 한 언론은 과거 이를 두고 '신격호 회장의 초상숭배'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

2009년 7월 일본 제과업체인 ㈜롯데의 사장이 교체된 적이 있다. 1948년 신격호 회장이 창업한 이래 61년만의 ㈜롯데 사장 교체였다. ㈜롯데는 과자를 제조해 판매하는 일본 롯데그룹 중 가장 핵심인 계열사다. 후임 사장은 스미토모미쓰이은행 출신으로 로얄호텔 회장이었던 츠쿠다 타카유키씨였다. 츠쿠다씨는 현재 롯데홀딩스 사장을 겸임하고 있고 얼마전 장남 신동주씨를 대신해 롯데상사㈜ 사장으로까지 부임한 인물이다.

당시 이 인사를 두고 일본 롯데그룹 직원들 사이에서는 "신격호 회장이 장남에게 사장 자리를 물려주지 않고 경영인을 사장으로 둬 대표이사 회장으로 회사 지배를 계속하려는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신격호 회장의 카리스마는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922년생으로 한국나이로 올해 아흔넷이다. 경남 울주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5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울산 농업보습학교를 나와 종축장에 다니다 박봉이 싫어 열아홉살 되던 해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갖은 고생 끝에 껌을 제조·판매해 큰 돈을 벌었다. 1965년 한일 수교 후 롯데에서 번 돈을 종잣돈으로 1967년 한국에서 롯데제과를 설립해 지금의 롯데그룹을 일구었다.

거의 유일한 창업 1세대이면서도 그가 지금도 양국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은 물론 의결권을 장악할 수 있는 까닭은 건강도 건강이지만 자녀에게 아직까지 물려주지 않은 '광윤사'라는 최상위 지배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광윤사는 포장자재 및 판촉자료를 판매하는 회사라고 일본 롯데홀딩스는 홈페이지에서 소개한다. 광윤사의 최대주주는 신격호 회장으로 지분 약 50%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광윤사의 대표이사 역시 신격호 회장이 맡는다.

자본시장 미디어 더벨이 지난해 초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7.65%를 가진 최대주주이고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은 물론 한국의 호텔롯데 지분 19.07%를 갖고 있다. 호텔롯데는 명실상부한 한국내 롯데그룹 지주회사격 회사로, 단독으로 핵심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롯데쇼핑과 더불어 대다수 국내 계열사 지분을 직간접 소유한 상위 지배기업 중 한 곳이다.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 및 신격호 회장 직위

이런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광윤사는 그야말로 '지주회사 위의 지주회사'인 지배력 정점의 맨 꼭대기에 올라 있는 회사다.

1967년 설립된 광윤사는 자본금 2000만 엔에 종업원 수는 3명에 불과한 조그만 업체다. 주 거래처는 롯데상사㈜, ㈜롯데아이스, ㈜롯데 등이다. 매년 약 500억 원가량의 매출과 7억 원가량의 이익을 거두는 것으로 보아 홈페이지 사업목적 소개와 달리 부동산 임대업이 주 사업인 것으로 보인다.

신격호 회장은 국내외 다수 계열사 지분을 자녀들에게 증여하거나 계열사에 증여한 일이 많다. 예를 들어 롯데쇼핑의 경우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씨가 각각 13.46%, 13.45%씩 갖고 있다. 신격호 회장이 갖고 있는 국내 계열사 지분 중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는 지분은 롯데제과 6.83%일 뿐이다. 롯데쇼핑 지분은 0.93%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거나 증여했다.

그렇지만 유독 광윤사 지분만은 과반수 이상을 여전히 갖고 있다. 국내 계열사 보유 지분 현황만을 보면 이미 자녀들에게 많은 권한을 이양하고 후계승계에 대비한 듯 보이지만 광윤사의 지분 현황을 보면 그렇지 않은 셈이다. 광윤사로부터 신격호 회장의 지배력과 계열사 장악력이 나오는 것으로,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후계승계 관점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최근 그가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롯데, 롯데상사㈜, ㈜롯데아이스 세 곳의 임원직에서 해임한 데 이어 롯데홀딩스 등기이사직에서 추방(追放)할 수 있었던 이유도 핵심 계열사인 광윤사의 의결권은 물론 경영권까지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롯데 각 지역 사무소에 여전히 그의 초상화가 벽에 걸려 있고 직원 조례가 초상화 앞에서 열리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한국 롯데그룹 경영을 맡고 있는 차남 신동빈 회장도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국내 계열사 이사회에서 해임되거나 맡고 있는 직책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실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국내 핵심계열사회인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에서는 등기임원에는 올라 있으나 아직도 대표이사를 맡지 못하고 있다. 맡지 못하는지 안맡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신격호 총괄회장은 국내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 직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구체적으로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제과 등이다. 일본에서도 다르지 않다. ㈜광윤사, ㈜롯데홀딩스, ㈜롯데, 롯데상사㈜, ㈜롯데아이스 등의 등기임원일 뿐 아니라 대표이사 직위까지도 갖는다.

롯데그룹 후계구도는 한국이든 일본이든,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신격호 회장 손에 달려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게 최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해임 사건을 바라보는 롯데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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