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벌3세]'현장경험' 중시…父親과 같은듯 다른 행보[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장]유학파 출신, 4세 경영수업 시작
이윤재 기자공개 2015-02-13 08:18:00
이 기사는 2015년 02월 04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자승계는 국내 재벌들 사이에서 좀처럼 손에 쥐기 어려운 경영원칙이다. 일부 재벌 중에는 아들이 없어 장자를 입적시켜 그룹을 물려주거나 사위들에게 경영을 맡기는 곳도 있다. 장자가 아닌 다른 이가 경영권을 물려받은 것으로 인해 형제간 다툼이 심화되면서 그룹이 쪼개지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온다. 재벌들 사이에서 장자승계가 지켜진다는 것은 어쩌면 부를 쌓는 것보다 더한 '복(福)'일지도 모른다.그런 측면에서 4대에 걸쳐 장자승계가 점쳐지는 코오롱 그룹은 남부럽지 않다. 코오롱은 고 이동찬 명예회장과 숙부인 고 이원천 코오롱TNS 회장간의 경영권 다툼이 일면서 장자승계가 그룹의 경영원칙으로 자리잡았다. 이동찬 명예회장이 장남 이웅열 회장에게 그룹을 맡기면서 창업자인 고 이원만 회장부터 삼대에 걸친 장자경영 체제가 구축됐다. 현재 이웅열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어 4대째 장자승계도 별탈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유학파 출신, 병장 만기제대…아버지와 비슷한 인생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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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규호 부장이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도 미국 시민권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부장이 보여준 행적들을 살펴보면 아버지인 이 회장과 사뭇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둘다 미국에서 대학과정을 마쳤다. 국내에서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사실도 공통점이다.
이 부장의 학교생활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고,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과를 전공한 것으로 알려진 게 전부다. 대부분의 재벌 3세나 4세들의 학력이 고등학교 이름부터 공개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일부 유학원 홈페이지에 남아있던 기록들을 살펴보면 이 부장이 조지워싱턴대학교를 잠시 다녔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지워싱턴대학교는 아버지인 이 회장이 경영학 석사(MBA)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이 부장은 조지워싱턴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던 중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기 위해 어학원에 상담글을 올리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시 그가 원했던 전공은 경영학이나 인류학, 예술사(Art History)다. 코오롱 그룹의 후계자라는 위치를 놓고 볼 때 경영학은 필수코스로 인식되지만 예술사는 조금 생소한 전공이다. 동생인 이소윤씨와 이소민씨도 국내외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어 삼남매가 공통적으로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해당 어학원에 올린 상담 글은 삭제돼 있는 상태여서 이런 사실의 진위 여부는 정확하지 않다.
지난 2007년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수색대 군생활 시절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그는 당시 "어릴 적부터 군대를 가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해 본적이 없다"며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도 당연히 병역의무를 져야 한다"고 단언했다. 미국 시민권자이자 유학파였던 이 부장이 군 복무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실제로 이 부장은 대학 졸업 직후 곧장 국내로 들어와 군에 입대했다. 경기도 동두천시에 위치한 6포병여단에서 행정병으로 군 복무를 시작했다. 한창 군생활을 하던 일병 때는 레바논 UN평화유지군에 지원해 동명부대 7진 소속으로 파병을 다녀왔다. 웬만한 현역병들보다 힘든 군생활을 보낸 셈이다.
낯선 지역에서 군 복부를 했기 때문일까. 레바논 파병시절 이 부장은 건강에 관심이 부쩍 많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복무 중 틈이 날 때마다 인터넷을 통해 건강과 관련된 자료를 모았고, 사상의학 관련 유명한 인터넷 카페에는 정회원 가입도 요청했다. 해당 카페가 신원확인을 요구하자 이 부장은 레바논에 파병온 자신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도 현재는 포털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다.
◇경영수업 시작은 현장 중심으로 아버지와 달라
지나온 인생의 경로는 부친과 비슷하지만 경영수업은 다른 편이다. 부친인 이 회장은 지난 1985년 뉴욕지사 이사로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나섰고 이후 도쿄지사, 상무, 기획조정실 실장 등을 거쳐 1994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해외 유력 지사에서 시작해 그룹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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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 부장은 철저히 국내파, 현장파로 첫 걸음을 뗐다. 지난 2012년 그룹 내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입사 직급도 이 회장이 처음 맡았던 이사보다 한참 낮은 차장으로 시작했다. 일반 회사원으로는 상상하기도 힘든 출발점일지 모르지만 대다수 재벌 후계자와 비교하면 소박한 출발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서 근무하던 시절 이 부장은 현장 직원들로부터 직접 OJT(직장 내 교육훈련)를 받았을 정도로 소탈한 면모를 보였다. 또래 여느 회사원처럼 팀원들과 함께 사내식당을 이용하고, 대다수 직원들과 격의없이 친근하게 어울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유학시절 자전거를 타고 통학했던 것처럼 구미공장에서도 대중교통을 통해 출퇴근을 모두 소화한 것도 그의 소탈함을 뒷받침해주는 일화다.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부장이 예의바르고 겸손하지만 업무에서만큼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무직으로 근무했지만 현장을 중시해 현장 방문이 빈번했고, 직원들의 말도 귀담아 들었다는 후문이다.
구미공장으로 입사한지 1년 6개월 여만에 부장으로 승진해 그룹에서 건설과 무역을 담당하는 코오롱글로벌로 자리를 옮겼다. 코오롱글로벌에서 업무 수행을 위해 이 부장에게 기아자동차 카니발 차량이 지급됐다. 업무용인만큼 사적인 자리에는 전혀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업무 이외에는 카니발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적인 약속을 가질 때는 아직 삼남매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기아차 소울을 타고 다닌다"고 전했다.
이 부장은 올해 초 다시 코오롱인더스트리로 자리를 옮겼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의류·산업·화학소재를 생산하는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데다 근무부서도 제조부문 경영지원본부인 터라 본격적으로 경영에 동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에서는 이 부장의 임원 승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회장이 2007년 기자간담회에서 억지로 경영수업을 시킬 생각은 없다고 밝혔지만 그간 보여준 행보는 충분히 경영수업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오롱이 4세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다"며 "다른 재벌 후계자들의 평균 경영수업 기간을 고려해보면 향후 몇 년 안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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