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상장목표...금감원 '김칫국부터 마시지 마세요' 170개 기업 상장계획...'물흐리기' 지적도
김시목 기자공개 2015-03-06 10:19:48
이 기사는 2015년 03월 04일 1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KRX)가 연내 170개 기업을 상장시키기로 목표를 세운 가운데 심사제도 완화 및 조직 개편 등 대대적인 기업 유인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상급 기관인 금융감독원은 정작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심사에 이의를 제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감독기관인만큼 거래소의 정책에 무턱대고 보조를 맞출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시장활성화·창조경제 초점 '상장기업수 늘리기'
올해 초 거래소는 연내 170개(유가증권시장 20개, 코스닥 100개, 코넥스 50개) 기업을 상장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지난해(109개) 대비 60%가량 늘어난 수치다. 170개를 채우게 되면 2013년 86개에 그치던 상장기업수가 불과 2년만에 두 배가량 불어나게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의 창조경제, 시장활성화 정책의 일환이란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공개(IPO) 문턱을 낮춰달라는 업계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이라며 "170개 기업 상장이란 다소 과도한 수치가 목표 달성을 위해선 유의미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지난해부터 상장 유치기업을 확보하기 위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본부과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유치팀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는 상장심사제도를 대폭 개편하면서 국내외 기업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아울러 해외기업 유치를 위해 내달부터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미국, 태국 등 총 7개국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달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심사제도 개선안을 통해 증시입성을 꾀하는 기업들에 유인책을 제공했다. 상장 준비기업이 패스트트랙 조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최소 20일의 심사기간에도상장심사를 통과할 수 잇는 '당근책'을 내놨다. 그만큼 상장 과정에서의 기업 편의를 대거 반영한 셈이다.
◇ 금융감독원 '시큰둥'…제2포시에스 속출 우려
하지만 거래소 상급 기관으로 증권신고서 효력발생을 최종 판단하는 금융감독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무분별한 문턱 낮추기로 인한 문제 발생 시 불똥이 틜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170개란 구체적인 상장기업 숫자 제시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실제 거래소는 지난해도 상장기업수 목표치를 공표했다. 당시 200개(유가증권 30개, 코스닥 70개, 코넥스 100개) 기업을 상장시키겠다고 했지만 50% 남짓(109개) 달성하는 데 그쳤다.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기업수는 7곳에 불과했고, 코스닥과 코넥스시장에 각각 68개 34개씩 입성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SPAC)을 제외하면 42개에 그친다. 업계에서 '반쪽자리' 성과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상장요건 완화 등 활성화 정책이 기업들의 증시 입성을 보장하진 않을 뿐더러 지난해 경우를 봤을 때도 쉽지 않은 수치임은 분명하다"며 "신고서 검증 기준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겠지만 감독기관인 만큼 (거래소의) 목표치에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요구'를 받은 포시에스와 같은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포시에스는 거래소 코스닥 시장 상장심사를 통과하고 지난해 11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증권신고서 부실을 이유로 두 달여가 지지난 1월에야 효력이 발생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숫자에 매몰된 거래소의 행보를 놓고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사전 심사요건 강화보다 사후 관리 방식으로 바꾸면서 증권사에게 기업공개(IPO)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가 주식 시장의 '물 흐리기'를 방관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도 정부 정책에 떠밀려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상장 목표기업수를 과다하게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문턱을 낮추고 기업들을 유치하기 보다는 기업가치 증대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등 시장의 질적 성장을 담보하는 게 순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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