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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사도 운용사도…국내펀드 '찬밥' 해외펀드 '환영' [긴급진단, 해외펀드 열풍]①국내계 '중국본토펀드'..외국계 "인컴·자산배분펀드'

박상희 기자공개 2015-04-02 08:40:39

이 기사는 2015년 03월 16일 1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마땅히 투자할만한 곳을 잃은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금융투자 상품인 펀드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기업이나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는 갈수록 투자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 자리를 미국이나 유럽, 최근에는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채우고 있다

국내 펀드 중에 투자자들이 찾는 펀드는 배당주펀드, 가치투자펀드 등 일부 주식형 펀드 뿐이다. 일반 성장주펀드는 몇 년간 부진한 수익률 때문에 투자자들의 눈밖에 났고, 채권형 펀드는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만의 상품으로 변했다. 그나마 국내 기업의 장기자금 조달 원천인 회사채 펀드는 씨가 말랐다. 그러다 보니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대표 자리는 증권사들이 앞다투어 발행하는 주식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에게 넘겨준 지 오래다.

자산운용사나 펀드 판매회사도 국내 펀드를 버리고 해외펀드로 갈아타는 게 유행이다. 환매와 리밸런싱에 민감한 펀드 판매회사들은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을 만한 해외펀드 찾는데 혈안이 돼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에게도 국내 펀드 대신 해외투자펀드를 발굴해서 가져오라고 주문하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는 후강퉁·선강퉁 등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를 연결하는 교차 거래에 힘입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는 차이나펀드에 주력하고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우리보다 앞서 '저성장·저금리'를 경험한 선진 증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 자산에 골고루 투자하는 자산배분 및 인컴펀드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 판매사 "팔리는 국내 주식형은 배당주·가치투자펀드뿐..해외펀드 라인업 강화" 주문

한 자산운용사 마케팅 관계자는 연초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로부터 해외펀드 라인업을 강화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국내펀드 가운데 고객에게 추천할만한 매력적인 상품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액티브주식형펀드에 실망한 투자자들을 붙잡을만한 상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일부 배당주펀드 및 가치투자펀드로는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수익률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판매사들도 이들 펀드를 계속 판매하기가 힘듭니다. 결국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들도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는 상품은 해외펀드라고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16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000억 이상 판매고를 올린 국내 주식형펀드(ETF·MMF 제외) 대부분은 배당주 및 가치투자펀드였다.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 '신영프라임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 '신영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주식)' 등 신영자산운용의 배당주펀드 3총사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 등 4개 펀드가 2조4000억 원의 자금 유입을 기록했다.

1000억 이상 판매고 펀드
*출처: 한국펀드평가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 1(주식)', '트러스톤밸류웨이증권자투자신탁[주식]',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주식)',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A 1(주식)' 등 가치투자펀드가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으는 등 1000억 원 이상 판매고를 올린 국내 주식형펀드의 또 다른 축을 담당했다.

문제는 지난해 일부 가치투자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하는 등 성과가 기대치를 밑돌았단 점이다. 지난해 가치투자펀드로 자금이 몰린 배경에는 지난 2013년 20% 안팎의 우수한 성과를 거둔 수익률이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익률이 전년의 기대치를 밑돌면서 자금유입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배당주펀드 역시 '자금 블랙홀'로 부상하면서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빨아들인 터라 올해는 자금 유입세가 지난해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 1(주식)', '메리츠코리아증권투자신탁 1[주식]' 등 성장주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 역시 같은 기간 1000억 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지만, 향후 수익률 추이에 따라 자금 유입과 유출의 방향이 엇갈릴 수 있는 상황이다.

판매사로서는 지난해 큰 재미를 본 배당주펀드와 가치투자펀드의 뒤를 이을 라인업을 구축해야 하는데 국내 주식형펀드 가운데는 마땅한 상품이 없는 셈이다. 자연스레 최근 높은 수익률을 구가하고 있는 차이나펀드나 안정적인 자산 배분이 가능한 글로벌 인컴펀드 등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익률이 부진하면 신규 자금이 주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언제까지 배당주펀드나 가치투자펀드만을 믿고 있을 순 없다"면서 "요즘 투자자들은 장기투자보다는 일정 수준 이익이 나면 환매를 하기 때문에 리밸런싱 상품을 적정 시기에 공급해줘야 하는데, 국내 펀드 중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 국내운용사 '중국본토펀드'...외국계운용사 '자산배분·위안화채권펀드' 드라이브

판매사의 해외펀드 라인업 구축 주문에 국내 자산운용사는 중국본토펀드에, 외국계 운용사는 자산배분펀드에 각각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는 해외 네트워크가 약하기 때문에 외국계에 비해 해외펀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중국의 경우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을 활용해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후강퉁(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 교차거래) 시행에 이어 올해 선강퉁(홍콩·선전증시간 교차거래) 시행이 예고되면서 중국본토펀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중국본토펀드(주식형) 가운데 설정액 1000억 원 이상 펀드(클래스 펀드 기준)는 23개나 된다.

중국본토펀드 판매설정액
*출처: 한국펀드평가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차이나펀드는 지난해 10%를 웃도는 수익률을 냈고, 특히 본토펀드의 수익률이 좋아 여기에 드라이브를 거는 자산운용사가 많다"며 "배당주펀드나 가치투자펀드가 유명하지 않은 국내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중국본토펀드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국내 '빅3'는 물론, 동부·한화·IBK자산운용 등 중소형 자산운용사들도 잇따라 중국본토펀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계 운용사는 자산배분형·인컴펀드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돌입한 선진 증시를 경험한 외국계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전세계 자산에 골고루 투자하는 인컴, 자산배분형펀드가 트렌드가 됐다고 말한다.

피델리티자산운용 등 일부 외국계는 지난해 7월 정부에서 배당활성화 정책을 발표할 즈음에 배당인컴형펀드 간담회를 여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기도 했다.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은 지난해에만 1000억 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는 등 대표적인 배당인컴펀드로 자리를 잡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에서 배당주펀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것은 국내 투자자들도 고정적인 수익(income)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면서 "배당주펀드 다음은 자연스레 인컴펀드 및 자산배분형펀드로 나아갈텐데, 아무래도 국내 운용사보다는 외국계가 경험적인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 출시된 인컴 및 자산배분펀드는 대부분 외국계에서 내놓은 재간접형펀드다. 국내의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일부 대형 운용사에서 출시했지만, 수탁고는 미미한 상황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서는 글로벌 채권 투자가 밑바탕이 돼야 하는데, 국내의 경우 채권 투자 인프라가 대형 기관투자가 위주로 돼 있어 국내 공모펀드가 투자하기에는 규모가 열세라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위안화채권펀드 출시에도 국내사보다는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더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획득으로 중국 투자가 활발해 지고 있다"면서 "국내의 경우 중국 본토 주식에, 외국계는 위안화 채권펀드에 드라이브를 거는 등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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