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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 회장, '정준양 흔적 지우기' 눈길 대대적인 사업구조 재편…정 전 회장 추진사업이 주요 대상

강철 기자공개 2015-03-20 08:20:00

이 기사는 2015년 03월 19일 14: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견한 걸까.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취임 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계열사나 사업 대부분이 정준양 회장 재임 시절에 신성장동력으로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2013년 말 이석채 전 KT 회장이 횡령·배임 및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이 때부터 정 회장도 재임 시절 인수한 계열사 문제로 문제가 될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권오준 회장이 취임 후 천명한 철강본원 경쟁력 강화의 이면에는 '정준양 흔적 지우기'가 자리잡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대대적 사업구조 재편…주요 대상은 정 회장 추진 사업

권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4년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라는 장기 비전과 사업구조 재편이 포함된 4대 혁신 과제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취임 초기 그룹 전반에 내재된 부실을 걷어내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연스레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란 예상이 제기됐고, 정준양 전 회장이 재임 시절 추진했던 사업들이 유력한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2014년 4월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설이 제기됐다. 2010년 3조 3724억 원에 인수된 대우인터내셔널은 정 전 회장의 최대 역작이었다. 결과적으로 매각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다만 같은해 5월 열린 경영전략 설명회에서 권 회장이 직접 "포스코 빼고 모두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밝힌 점을 감안할 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권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한 해외 계열사는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Krakatau Posco)와 태국 타이녹스(Posco-Thainox)였다. 크라카타우포스코와 타이녹스 역시 정 회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이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해외 첫 일관제철소라는 점에서, 타이녹스는 해외 M&A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권 회장은 방문 현장에서 조업 안정화와 제품 판매 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특히 원가 절감을 비롯한 수익성 개선 노력에 심혈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2011년 인수한 타이녹스는 3년 연속으로 적자를 내고 있던 터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현장 점검과 임직원 격려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해외 부실법인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궁극적인 방문 목적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포스코는 2014년 5월 경영전략 설명회를 가졌다. 권 회장은 이 자리에서 포스코엠텍의 도시광산 부문을 핵심 구조조정 사업으로 지목했다. 구체적인 대상은 2010년과 2011년 인수된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이었다. 두 계열사는 도시광산 사업을 신규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정 회장의 계획에 따라 인수 이후 정지작업을 거쳐 포스코엠텍에 흡수합병된 터였다.

권 회장은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에 대해 '불량한 사업 파트너'라고 언급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지시했다. 양사의 불법적인 탈세로 인해 43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점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발언이었다. 사업 파트너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인수를 단행한 정 회장의 실수를 지적하는 의중도 담겨 있었다. 포스코엠텍은 현재 도시광산 사업부의 원매자를 찾고 있다.

포스코는 경영전략 설명회 이후 두 달만에 구체적인 비핵심 자산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대상 자산은 △시멘트 슬래그 제조사인 포스화인 △광양제철소 LNG 터미널 △남미 조립사업 업체인 포스코-우루과이였다. 이 중 포스화인과 포스코-우루과이는 정 회장 재임 시절 사업 다각화의 목적으로 각각 2009년 설립된 계열사다.

포스화인은 지난해 12월 한앤컴퍼니에 680억 원에 매각됐다. 현재 인수 대금 지불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포스코-우루과이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매각을 완료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매각 대상은 포스코가 보유 중인 지분 9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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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철강사업 정리 = 정 회장 추진 사업 정리

권 회장은 취임 후 '철강본원 경쟁력 강화'를 핵심 경영 활동 목표로 설정하고, 향후 추진하는 신사업은 철강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에 집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정 전 회장이 사업 다각화라는 명목 하에 문어발식으로 벌여 놓은 비철강 사업들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나가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정 전 회장이 재임 시절 추진한 신규 먹거리 발굴은 상당 부분이 자원개발과 연관된 사업으로 철강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호주 로이힐 철광석 프로젝트 참여, 브라질 NAMISA 철광석 지분 투자 등 딜의 대부분이 자원개발 사업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에너지 사업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포스코에너지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화력발전소 건립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고, 연료전지 사업 확대를 위해 미국 퓨얼셀에너지(Fuelcell Energy) 지분을 취득했다. STX에너지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철강사업과 관련된 확장은 크라카타우포스코를 설립하고 타이녹스를 인수한 것 외에는 눈에 띄는 결과가 없다. 공교롭게도 크라카타우포스코와 타이녹스는 각각 조업 안정화와 판매처 확보 문제로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비철강사업의 구조조정은 자원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자원개발과 관련한 신규 투자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청정에너지와 원천소재를 신성장사업으로 선택한 만큼 에너지 사업은 확장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오준 회장이 취임 후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 철강사업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솔루션 마케팅을 통한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수익성 향상을 위해 고수익 제품 비율을 높이고, 해외 가공센터의 숫자를 늘리는 등 철강사업 경쟁력 강화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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