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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가 케이블TV를 몰아낸다? 유료방송(Pay TV) 시장으로 개념 재정의 필요

이윤정 기자공개 2015-03-25 17:20:49

이 기사는 2015년 03월 25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연 IPTV가 케이블TV를 몰아낼 것인가?'

세계 대중음악 역사에서 1981년 MTV 개국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음악은 그저 듣는 것'이란 통념을 바꾸게 한 전기가 됐다. 공교롭게도 개국일인 7월 1일 MTV가 전파를 송출하면서 내보낸 첫 비디오 음악이 영국 그룹 버글스(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였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지금 라디오는 사라지지 않았다. 뭐라해도 음악은 듣는 것이란 본질은 변함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라디오는 TV나 유튜브와 함께 음악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데 있어 동반상승 효과를 일으키는 채널로 인정받고 있다.

수도권 최대 복수유선방송사업체(MSO) 씨앤앰 매각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미디어 업계에서 35년 전과 유사한 논쟁이 일고 있다. '과연 IPTV가 케이블TV를 몰아낼 것인가?' IPTV가 흡사 35년전 새로 등장한 비디오 쯤으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굳이 IPTV와 케이블TV를 구분할 실익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특히 케이블TV도 대부분 디지털로 전환이 되어있어 사용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본질적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인터페이스도 차이가 없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상품화의 차원 정도. IPTV 사업자들은 모두 거대 통신업체들로서 이동통신사업도 겸하고 있다. 유료방송 번들에 이동통신을 끼워넣음으로써(또는 그 반대로) 경쟁력 있는 결합상품을 만들 수 있다. 물론 매달 지불하는 비용은 통상적으로 이 통신업체들의 결합상품이 큰 편이다.

씨앤앰(C&M) 매각이 닻을 올리면서 국내 유료방송업계에 일대 빅뱅이 예고된다. 일단은 유료방송시장이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의 대결 구도에서 IPTV가 결국 점령할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IPTV와 MSO를 경쟁적 대결 구도가 아닌 유료방송이라는 큰 틀 안에서 단순 사용자 선택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IPTV 사업자가 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1995년 3월 방송을 시작한 종합유선방송 즉 케이블TV는 2000년 방송법 제정에 따라 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대한 시장 진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고 중계유선방송사업자를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 전환시키면서 급성장 했다. 이후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대기업의 SO 진출 허용으로 GS그룹, 현대백화점그룹, CJ그룹, 태광그룹 등이 대거 케이블 산업에 뛰어들면서 또 한번 크게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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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BS투자증권

하지만 몇 년 뒤 유료방송산업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IPTV의 등장이다. IPTV 즉 고속인터넷망을 이용한 TV서비스는 방송과 통신이 결합된 서비스로 2005년 첫 서비스가 시작됐다. 당시에는 상용화를 위한 관련법이 마련되지 못해 시범 서비스로 첫 발을 내딛었지만 2008년 통신사업자인 KT, 하나로텔레콤, LG테이콤 등 세 사업자가 사업권을 획득하면서 2009년 본격 상용서비스를 개시했다.

통신회사들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가입자 수를 적극적으로 늘려나갔다. 현재 IPTV의 가입자수는 MSO 가입자 수를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IPTV와 MSO의 시장 점유율이 각각 48%와 52%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신건식 B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신사들의 방송가입자 확보전은 점입가경"이라며 "(이는)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송 가입자를 모바일 가입자와 결합해 결합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전사적 효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IPTV와 MSO사업자의 관계를 유료방송시장을 사이에 둔 대결구도로 이해하는 시각이 많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IPTV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 결국 MSO는 먹힐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국내 유료방송시장을 사업자가 아닌 가입자 즉 사용자 측면에서 다시 정의하고 들여다 봐야 한다는 지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업계 전문가는 "IPTV와 MSO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나고 사업자간 경쟁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용자는 사실 기술적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사용자입장에서는 IPTV인지, MSO인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MSO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상황에서 IPTV로 굳이 갈아탈 이유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료방송시장 후발 주자인 IPTV사업자들이 초반 막강 자본력과 결합 상품으로 공격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IPTV가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데는 휴대전화와 결합 상품을 출시,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주분이 작용했다"면서 "그래도 케이블 TV는 IPTV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에 어느 정도 수준의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 이라는 측면에서 나름의 존재가치가 있고, 일정 수준의 가입자를 유지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수들을 고려할 때 씨앤앰 인수전은 일견 벼랑 끝으로 몰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한창인 MSO 사업자들의 각축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동시에 유료방송시장에서 승기를 잡은 듯한 IPTV 사업자들이 '굳히기' 차원에서도 씨앤앰 인수를 추진할 수도 있다.

전자와 후자 모두 씨앤앰이라는 기업과 씨앤앰이 보유한 가입자 풀(Pool)에 대한 가치에 대한 평가가 후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유선방송이든 IPTV든 시장 규모나 ARPU(가입자 당 매출) 측면에서의 성장세는 포화 단게에 직면했다. 따라서 주요 플레이어들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은 결국 상대방의 가입자를 하나라도 더 자신에게 유치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 씨앤앰 인수전을 그냥 지나칠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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