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철강업체 합병에 증여세 '피했다' 내부거래 24.5%까지 ↓, 냉연 흡수 영향..증여의제 기준 요건 벗어나
김장환 기자공개 2015-03-27 10:55:27
이 기사는 2015년 03월 26일 10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철강 계열들의 합병으로 국세청 증여세를 피할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에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부를 흡수합병한 것이 대규모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의 돌파구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16조329억 원을 기록했고 이중 3조9348억 원(기타 거래 포함)을 특수관계자를 통해 거둬들였다. 전년 보다 총 매출 규모는 25.1%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내부거래 비중은 20.2% 줄었다. 2013년 내부거래액은 4조9296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 원 가량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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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증대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가 크게 줄어든 데는 현대하이스코로부터 냉연사업부를 가져온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9월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부 흡수합병에 대한 이사회 결의 안건을 올린 현대제철은 이후 주주총회를 거쳐 그 해 12월 31일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현대하이스코는 냉연사업을 넘기기 전만 해도 현대제철로부터 열연을 공급받아 냉연(자동차강판 등) 제품을 생산하고 하청업체를 거쳐 현대·기아차 등 최종납품처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 같은 사업구조는 냉연사업부 흡수로 현대제철이 생산, 가공, 판매를 전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현대하이스코는 SSC 및 강관, 연료전지 등 사업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냉연부문이 현대제철 내 사업부로 자리잡게 되면서 현대하이스코를 통해 발생했던 매출은 큰 폭으로 줄게 됐다. 2013년 3조6520억 원에 달했던 현대하이스코 납품액이 지난해 3465억 원으로 10분의 1 토막 났다. 현대하이스코 해외계열들과 신규 거래액이 약 8000억 원 가량 있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전년 대비 2조 원 넘게 거래가 줄었다.
현대하이스코가 최대 매출처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가장 큰 거래선은 현대건설이 됐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현대건설로부터 3901억 원대 매출을 올렸다. 뒤를 이어 현대그린파워(3000억 원), 현대자동차(2430억 원), 기아자동차(1033억 원) 등이 매출 거래를 했다. 다만 현대하이스코 매출 감소폭을 만회할 만한 수준은 못됐다.
이로 인해 현대제철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년도 38.5%에서 지난해 24.5%까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세청이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기준으로 삼고 있는 '30% 이상 내부거래' 기준을 불과 1년 만에 깨게 된 것이다. 국세청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3% 이상이고 내부거래가 30% 이상일 때 주주 개인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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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 산정 방법은 세후영업이익에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에서 15%를 제외한 수치와 주식보유비율에서 3%를 제한 수를 곱해 책정된다. 세후영업이익은 영업이익에서 법인세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보면 된다. 이렇게 산정된 금액이 '증여의제이익'이다. 개인에게 부과되는 세금은 증여의제이익 금액에 상속세법과 관련된 증여세율을 적용해야 한다. 30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50%의 증여세율이 적용된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정 회장은 2013년 내역을 토대로 지난해 국세청에 납부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증여세는 69억 원에 달한다. 만약 같은 수준의 내부거래를 유지했다면 올해는 약 113억 원대 증여세를 냈어야 한다. 하지만 내부거래비중 자체를 줄이면서 현대제철로 인한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결국 지난해 현대제철이 서둘러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부를 흡수합병한 배경에는 정 회장을 향한 거액의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목적도 한편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대 일감을 주고 있는 현대하이스코 냉연을 회사 내 사업부로 흡수하면서 내부거래를 크게 줄인 동시에 손익까지 늘리는 계기가 됐다. 현대제철과 정 회장 입장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는 묘수가 됐던 셈이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측은 "3고로까지 완공하며 일관제철소 체제를 갖춘 상황에서 열연과 냉연이 떨어져 있어 사업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며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해 냉연사업부를 흡수합병하게 됐던 것"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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