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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동부특수강 '조건부 승인' 의미는? 공정위, 경쟁사·화스너업계 우려 반영...효율성 '미지수'

김장환 기자공개 2015-02-04 08:50:00

이 기사는 2015년 02월 02일 17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현대제철과 동부특수강의 기업결합심사에 대해 조건부 승인 조건을 내걸었다. 기본적으로 화스너업체(볼트·너트 등 제조사)들의 불안감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영세한 곳이 대부분인 화스너업체들은 그동안 양사가 합병할 경우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부정적 인식을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내놓으면서 당장은 불안감을 다소 덜어낼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2일 현대제철과 동부특수강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 시장 경쟁 제한이 우려돼 일부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정조치는 △계열사 제품 구매강제 금지 △비계열사 차별 금지 △경쟁사 정보 공유 금지 △이행 감시협의회 설치 4가지다.

우선 계열사 제품 구매강제 금지는 동부특수강에 과도한 '단가 후려치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놓은 방편으로 풀이된다. 동부특수강은 포스코 등으로부터 선재를 공급받아 이를 재가공해 화스너업체들로 공급하고, 이들 화스너업체가 현대·기아차로 납품하는 밸류체인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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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특수강 1차가공업 진출을 추진 중인 현대제철은 2016년 이후 40만 톤 규모의 선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동부특수강은 그동안 포스코로부터 받아왔던 선재를 2016년 이후 빠르게 현대제철로 돌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내놓은 계열사 제품 구매강제 금지 조건은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된 동부특수강에 현대제철의 자동차 특수강 매입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다. 비계열사 차별 금지는 현대제철이 세아특수강을 거쳐 화스너업체들을 통해 받아왔던 납품물량을 당장 축소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으로 풀이된다.

세아특수강은 냉간압조용선재(CHQ), 마봉강(CD bar) 생산에 주력하는 자동차특수강 2차 가공업체다. 세아특수강 총 매출 및 영업이익의 70~80%가 현대·기아차를 통해 발생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 인수에 성공하면서 세아특수강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이 당장 기술력 면에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동부특수강을 가져가면서 현대제철→동부특수강→화스너업체들→현대·기아차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세아그룹이 과거 동부특수강 인수전에 함께 뛰어들었던 이유도 이를 막기 위한 목적이 컸다. 당장 동부특수강 인수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는 등 인수합병에서 고려할 수 있는 합리적 요인 보다는 현대차그룹의 자동차특수강 밸류체인 구축을 늦추기 위한 목적에서 인수전에 참여했다.

현대차그룹의 동부특수강 인수로 인해 단번에 수요처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됐던 세아특수강은 공정위 규제로 인해 한시름을 덜게 됐다. 당분간 현대차그룹이 동부특수강에 물량을 몰아주는 행위가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경쟁사 정보 공유 금지 역시 화스너업체들의 불안감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화스너업체(볼트·너트) 및 샤프트업체(막대형 기계부품) 등 납품사들은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가 자신들의 제조원가가 고스란히 노출시킬 위험이 있다며 우려를 표해왔다. 현대차그룹 계열로 이뤄진 납품고리에서 중간에 끼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동부제철의 2차가공 제품 공급가에서 현대·기아차로 이어지는 최종 납품가를 빼면 화스너업체들의 마진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최종납품처가 마진을 알게 된다는 것은 단가인하 압박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납품가는 계열사간에도 대외비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들 영세업체들은 대기업의 특성상 어떤 방식으로든 이 같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공정위는 이 같은 우려를 희석시키기 위해 경쟁사간 원가 정보 등을 공유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현대제철과 동부특수강의 결합이 영세한 화스너 및 샤프트 제조업체들의 생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이 같은 조건을 감독하는 협의회를 설치해 앞으로 조건 이행 여부를 감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행감시협의회는 부품 제조사, 특수강 시장 전문가 등 외부 감사 인력들로 구성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행감시협의회 설치 기간이 3년에 그쳐 얼마나 효율적인 감독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대차그룹의 밸류체인이 구축되기까지만 적어도 1년이 넘는 기간이 걸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자동차특수강의 본격적인 생산은 오는 2016년 시작된다. 향후 자동차에 들어갈 제품 기술력을 갖추기까지는 적어도 2년은 더 소요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를 보면 동부특수강 결합 후 당장 3년 내가 아니라 3년 후가 더 문제인 셈이다.

한편 기업결합 심사 조건부 승인이 떨어지면서 현대제철은 늦어도 이달 내에는 동부특수강 합병과 관련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동부특수강을 현대종합특수강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그룹과 함께 소재개발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투자를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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