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신용도 공개, 정기평가 변수되나 신용등급 하향 기조 뚜렷…포스코·외국계은행 신용도 저하에도 작용?
황철 기자공개 2015-04-20 10:15:18
이 기사는 2015년 04월 16일 1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지만 국내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자체신용도(독자신용등급) 도입이 오는 6월 시행될 전망이다. 2015년 정기신용평가의 정점에 선 시기와 맞물린다.크레딧업계에서는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신용등급 변동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변수가 되기에는 충분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포스코 신용등급 강등이나 외국계 시중은행의 '부정적' 전망 부여 등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우량 그룹 내 일반 대기업의 경우 자체신용도와 실제 등급과의 차이가 대부분 한 노치(1notch), 많아봐야 1.5 노치 정도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건설·해운·철강 등 고위험 업종이나 비우량 계열사 중 두 노치 이상 벌어진 곳들에 대한 평가는 혹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체신용도 공개 이후 시장의 반응에 따라 정기평가와 상관없이 중단기적으로 등급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
◇ 충격적 변화 없을 것, 중단기적 조정은 잇따를 전망
금융당국은 오는 6월부터 일반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때 실제 신용등급과 함께 자체신용도를 함께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자체신용도는 정부나 대주주 등 유사시 외부지원 가능성(Supported rating)을 배제한 개별회사의 상환능력(individual rating)을 말한다.
이미 신용평가 과정에서 절차상 중간 단계의 등급으로 도출해 오고 있다. 시장의 충격을 우려해 공개만 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 때문에 당장 제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기술적인 문제는 거의 없다. 자체신용도 공개 자체로 기업 신용등급이 조정될 리도, 돼서도 안된다.
다만 외부 지원 가능성을 일종의 수치화함으로써 신용등급에 끼어 있을 수 있는 거품이 드러날 가능성은 크다. 이 거품을 선제적·후행적으로 제거하는 작업이 진행될 경우 일부 신용등급 변화의 요인은 될 수는 있다.
특히 이번 정기평가시즌이 자체신용도 공개와 묘하게 맞물려 주목된다. 이미 등급 하락 가능성이 농후했던 기업의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지난해 KT ENS 사태 이후 신용평가업계에서 대주주 지원 가능성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이 들어갔고, 이에 따른 점진적 조정이 암묵적으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위험 업종 포진 기업이나 계열 내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지는 곳 중 노치 업(notch up) 수준이 과한 곳이 일차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사의 경우 자체신용도 공개 여부와 무관하게 외부지원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점검을 통해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건설·철강사나 외국계 은행의 잇따른 신용등급 및 아웃룩 조정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 신용도 조정 이유에 자체신용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황상 개연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 신용등급 거품 제거 이미 시작
실제로 NICE신용평가는 이번 정기평가에서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떨어뜨렸다. 지난해 한국기업평가에 이은 조치다. 철강시황 저하가 일차적 원인이지만 실제 최우량 신용등급과 국가 등 외부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자체신용도의 큰 간극이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꼬리자르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포스코플랜텍(BBB-)의 신용등급 강등이나 포스코건설·포스코엔지니어링의 '부정적' 전망 부여도 이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한기평은 계열 변동 이슈가 발생한 삼성토탈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이 역시 자체신용도와 연관해 볼 수 있는 대목. 삼성테크윈·삼성정밀화학도 대기 선상에 서 있다. SK건설, 삼성엔지니어링, LG생명과학 등 우량 대기업 계열 중 '부정적' 전망이 달린 곳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
금융사 중에서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한국시티은행이 AAA 등급 반납의 기로에 섰다. 유사시 외부 지원 가능성 측면에서 국내 시중은행과 동급으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부정적 전망이 붙은 두산캐피탈을 비롯해 여신전문금융사도 자체신용등급 공개와 무관하게 외부 지원 가능성을 재점검받게 될 전망이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자체신용도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공개 유무만 있을 뿐이고 제도 도입 과정에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가장 신경 썼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신용등급 하락 기조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은 자체신용도 도입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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