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대신 '삼성' 택한 까닭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제일모직+삼성물산 사명 '삼성물산'으로 …그룹 정체성 계승
장지현 기자공개 2015-05-27 08:15:00
이 기사는 2015년 05월 26일 11: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제일(第一)' 대신 '삼성(三星)'을 택했다.삼성은 그룹의 모태격인 '제일모직'의 사명을 61년 동안이나 유지하면서 애착을 보여왔다. 하지만 오는 9월부터는 '제일모직' 대신 '삼성물산'이라는 사명이 사용된다. 창업주 3세들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삼성그룹의 정체성은 고 이병철 회장의 '제일'이 아닌 '삼성'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모양새다.
제일모직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물산 흡수합병을 결의하면서 합병회사의 사명을 삼성물산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제일모직 측은 사명 변경은 삼성그룹의 정체성을 계승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합병 완료일은 오는 9월1일로 이날 '제일모직' 사명은 공식적으로 없어진다.
삼성그룹은 그간 '제일'이라는 상호에 강한 애착을 드러내왔다.
지난 2013년 7월 제일모직이 삼성SDI에 합병되면서 '제일모직' 사명이 사라질 뻔했다. 하지만 오히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흡수한 삼성에버랜드가 회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꾸면서 사명이 유지됐다.
삼성그룹의 이런 애착과는 반대로 제일모직 안팎에서는 사명 변경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00년대 들어서부터 제일모직의 주력사업부는 패션이 아닌 소재 사업으로 이동했다. 패션사업의 매출 비중은 30% 남짓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주가 등을 고려해 사명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이라는 사명을 고집했다.
삼성그룹이 제일모직 사명을 버리지 못했던 것은 이고 이병철 회장의 기업철학이 담긴 핵심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범 삼성그룹은 1938년 설립된 삼성상회, 1953년 설립된 제일제당, 1954년 설립된 제일모직을 통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삼성상회가 앞서 설립됐으나 제일모직은 고 이병철 회장이 유일하게 대표이사로 몸담았던 기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병철 회장은 1987년 별세할 때까지 제일모직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제일모직은 삼성전자가 그룹의 중심이 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주력 계열사 역할을 했다. 제일모직은 이학수 전 부회장, 김장완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 송용로 전 삼성코닝 사장, 유석렬 전 삼성생명 사장, 김인주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 수많은 CEO를 배출하며 '삼성 인재 사관학교'로 불렸다.
아울러 삼성그룹과 CJ그룹이 '이병철 회장의 적통'을 놓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제일'이라는 사명은 두 그룹에 상징적 역할을 해왔다.
이에 대해 제일모직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회사"라며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은 추후 패션 사업부에서 다시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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