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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퍼즐' 사실상 삼성홀딩스 출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절반의 지주회사' 벗어나 그룹 지배력 확대, 후계구도 정리도 용이

문병선 기자공개 2015-05-27 08:13:20

이 기사는 2015년 05월 26일 11: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은 약 3년여 기간 동안 진행돼 왔던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다는 의미가 있다. 명실공히 삼성그룹 지주회사격 회사인 제일모직과 또 다른 소(小)지주회사격 회사인 삼성물산이 합병하면 소위 삼성그룹을 대표할 '삼성홀딩스'가 출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분석이다.

제일모직이나 삼성물산은 그동안 '절반의 지주회사'였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으면서도 삼성전자·제일기획·화학계열사 등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다. 삼성생명 지분만을 갖고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었을 뿐이다.

삼성물산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지분(4.06%)을 갖고는 있으나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아니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갖고 있지 않은 계열사 지분을 적지 않게 갖고 있었으나 전자 계열사 지분을 많이 갖고 있지 않아 역시 삼성그룹을 대표할만한 지주회사의 지위에는 오르기 쉽지 않았다. '삼성상회'로 출발해 지금의 삼성그룹을 있게 한 그룹 모태 기업이었으나 1990년대부터 삼성전자에게 그룹 지배구조상 중추적 역할을 내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두 지주회사격 기업이 합병을 하게 되면 삼성그룹을 대표할 사실상의 '삼성홀딩스 출범'이라는 의미가 있다.

합병회사는 기존 제일모직이 해 왔던 역할대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 위치에서 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된다. 이미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은 제일모직을 정점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거의 끝마쳐 놓았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사와 기타 다른 제조·서비스업 계열사를 아우르는 지주회사 역할이 강화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가지고 있다. 삼성생명(7.21%)에 이어 삼성전자의 2대주주다.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으나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소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갖게 된다. 합병회사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7.21%)을 더해 도합 11.27%의 삼성전자 지분을 갖게 되는 셈이다. 추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만을 사오거나 별도의 소유구조 개편 작업을 해 삼성전자 지분을 가져오게 되면 합병회사가 삼성전자 1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또 합병회사는 제일기획(12.64%), 삼성SDS(17.08%), 삼성정밀화학(5.59%), 삼성엔지니어링(7.81%) 등의 지분을 갖게 된다. 합병회사가 삼성전자와 함께 제일기획이나 삼성SDS의 주요주주가 됨으로써 그동안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해 왔던 그룹 계열사 지배회사 역할을 일정부분 가지고 올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동안 많은 연구기관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이런 합병을 예상해 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3세들의 후계승계 구도와 연관된 분석이었다.

2009년 경제개혁연구소는 '삼성그룹의 소유구조 개편 시나리오 검토'라는 보고서에서 두 회사의 합병 안에 대해 "가장 큰 효과는 지배주주들의 삼성물산에 대한 소유 지분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라며 "또한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의 전신)의 합병 이후 삼성에버랜드의 사업부문을 분할해 이부진씨 등에게 줘 상속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 여러 연구 리포트에서 분석되듯 두 회사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은 본격적인 하향식 지주회사 체제를 갖출 수 있다. 그리고 그 최정점엔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3세들이 있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 등 삼성생명을 경유해 3단계를 거쳐야 했던 상속 1순위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1단계로 단순화된다. 제일모직을 통해 곧바로 4% 이상 삼성전자 지분이 확보된다. 또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 및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 순으로 삼성전자 지배력을 우회적으로 갖고 있던 제일모직은 그 단계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삼성물산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기획은 합병회사의 자회사로 위치바꿈을 하면서 형제간 계열분리의 가닥도 잡히게 된다. 합병회사(물산+제일모직)의 일부 사업 분할만으로 '패션계열 및 제일기획(이서현)'을 따로 떼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외돼 있던 삼성물산이 드디어 지배구조 개편 회오리 속에 들어왔다고 평가하면서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삼성그룹 지주회사 체재가 점점 더 확실해 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강화"라며 "합병회사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건설사업을 포함해 그룹의 주요 사업을 대부분 아우르는 형태가 된다는 게 이번 합병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26일 두 계열사의 합병 이사회가 열린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합병을 통해 패션, 식음, 건설, 레저, 바이오 등 인류의 삶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의식주휴 및 바이오'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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