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SK루브리컨츠 활용 '복잡한 셈법' IPO, 재무개선 효과 기대 이하…매각 재개, 미래 기업가치 불투명
황철 기자공개 2015-06-25 09:46: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23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루브리컨츠는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가장 핫(Hot)한 이슈를 몰고 다닌 기업이다. 2015년 IPO 대어로 주목받던 기업이 갑작스레 M&A 대상으로 등장해 시장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결국 매각 논의는 며칠만에 철회됐고 그 여파로 기업공개까지 차질을 빚어 연내 상장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일각에서는 'SK루브리컨츠를 활용한 재무개선 의지가 대주주 SK이노베이션에 실제로 존재하느냐'는 의구심까지 드러내고 있다.
실패로 돌아갔지만 매각논의 자체로 IPO의 효과에 대해 그룹 내부에서조차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실제로 7000억 원~1조 원 가량의 자금 유입으로는 거대 기업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나 신용도를 의미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M&A 재추진 역시 성급하게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무엇보다 SK루브리컨츠의 사업 특성상 그룹에서 떨어져 독자생존이 가능할 것이냐는 근본적 의문에 답을 줘야만 한다.
◇ SK루브리컨츠, 대형 정유사 계열 떠나면?
SK루브리컨츠는 2009년 말 SK에너지의 윤활유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가 영위하고 있는 윤활유 및 윤활기유 사업은 대형 정유사가 아니면 뛰어들기 어려운 영역이다. 원유 제조공정 중 고도화설비로부터 생산되는 미전환유(Unconverted Oil)를 원재료로 생산한다. 여기에 각종 첨가제를 배합하면 윤활유를 만들 수 있다.
고도화설비 자체가 조 단위의 천문학적 비용과 장기간 투자를 수반하기 때문에 대형 정유사 외에는 신규로 진입하기 어렵다. SK루브리컨츠가 국내 1위, 세계 4위의 시장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것도 SK에너지라는 정유업계 최고의 기업을 그룹 내 계열로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SK그룹을 벗어날 경우 사업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실적가변성 또한 커질 수 있다.
SK루브리컨츠의 매각 결정이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따지면 SK루브리컨츠의 문제다. SK 에너지 소그룹 내 위치로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SK에너지를 정점으로 하는 수직계열화와 일관생산체계의 하단에 위치하고 있어 그룹에서 이탈하더라도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대주주 SK이노베이션이 사업다각화보다 재무구조 개선에 방점을 둘 경우 이전처럼 매각을 다시 추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물론 SK루브리컨츠가 연간 2조5000억 원~3조 원의 매출, 2000억 원~5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알짜 기업은 맞다. 하지만 연결 기준 매출 65조~70조 원에 달하는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라 보기는 어렵다.
윤활유 사업 자체가 정유업에 부수해 창출할 수 있는 수익모델인 것은 맞지만 엄청난 사업포트폴리오 효과를 내는 곳도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의 재무실적은 주력 자회사 SK에너지·SK인천석유화학(정유), SK종합화학(석화) 정도가 끌고 가는 구조다. SK루브리컨츠의 실적 기여도는 이들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SK이노베이션이 SK루브리컨츠를 일종의 플러스 알파(+α) 정도로 생각할 개연성이 큰 이유다. 재무개선을 위해 SK루브리컨츠를 활용할 경우, 향후 방향은 최대한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쪽일 가능성이 크다.
◇ IPO, 소극적 전환…매각 복잡한 고려요소 '고민'
일단 현재 진행중인 기업공개(IPO)의 경우 7000억 원~1조 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을 재추진한다면 유입 자금은 2조5000원 안팎으로 뛴다. 플러스 알파(+α) 효과가 사라질 것만 감수하면 IPO보다는 매각이 재무개선 측면에서 유리한 게 사실이다. 최근 SK이노벤이션이 IPO와 관련해 과거만큼의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다만 윤활유 사업 특성상 SK루브리컨츠가 매각에 따른 대주주 교체 이후에도 지금만큼의 사업성과 수익성을 나타낼 지는 미지수다. 매입을 하는 입장에서는 현재 기업가치만을 반영해 M&A를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별도의 원재료 공급 및 사업협약 등 일종의 이면 계약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SK그룹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는 등의 조건을 가질 수도 있다. 지난 매각협상이나 이후 M&A를 재추진하더라도 사실상의 진성매각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재무 개선과 신용도 회복 등을 위해 SK루브리컨츠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할 이유는 충분하다"며 "그러나 IPO의 경우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개선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아 보이고, 매각 또한 고려할 것이 많아 당장 진행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SK루브리컨츠의 에너지 소그룹 내 위상을 감안할 때 IPO보다는 매각이 더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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