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실적개선에도 신용하락 압력 여전 대규모 투자부담, 차입금커버리지 능력 저하 전망
황철 기자공개 2015-07-06 10:22:26
이 기사는 2015년 07월 02일 1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이 불황의 긴 터널을 뚫고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5년 호황기와 맞먹는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연말까지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내고 있다.그러나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불황의 정점이었던 2014년에 비해 영업실적은 나아지겠지만 2012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용도와 관련해 산적한 불안 요인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총 규모 3조 원에 육박하는 미국 에탄크래커 투자 계획을 밝혔다. 내년부터는 국내 NCC 증설 등 대규모 카펙스 투자도 예정돼 있다. 롯데케미칼 신용위험의 핵심인 재무레버리지 확대와 차입금 커버리지 능력의 저하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
이대로라면 신용등급에 붙은 '부정적' 전망을 당분간 떼어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급환경 악화로 실적 회복 추세가 꺾일 경우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미국 ECC 2.9조 투자, 국내 NCC 증설도 부담
롯데케미칼은 1분기 1780억 원의 영업이익과 119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683억 원의 1.6배에 해당했고, 순이익은 작년 전체 실적(1437억 원)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에틸렌 호황을 발판으로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하고, 연간 기준 1조 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신용도 저하의 직접 원인이었던 영업현금창출력의 개선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
그러나 신용평가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영업실적이 최악을 벗어나 턴 어라운드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추세를 이어갈 지는 미지수라는 것. 특히 불황기부터 이어온 공격적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어 재무레버리지 확대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신용평가 3사로부터 초우량 등급인 AA+를 부여받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 전망이 달려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결산 기준 이미 평가 3사가 제시한 레이팅 트리거(Rating Trigger)를 대부분 충족하지 못했다. 올해 정기평가 결과는 AA+ 등급의 방어였다기 보다는 평가사가 신용도 하향을 유예해 줬다고 보는 편이 더 어울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 관건은 그동안 국내외 투자로 급격히 늘어난 재무레버리지를 줄일 수 있느냐다. 실적 개선을 통해 차입금을 감당할 만한 능력을 얼마나 키울 지도 신용평가사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셰일가스 기반 대규모 에탄크래킹센터(ECC)를 건설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약 2조9000억 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내년에는 국내에서 NCC 증설 등 카펙스 투자도 크게 벌일 예정이다. 외부조달 확대에 따른 재무부담의 지속적 증가를 예상케 하는 대목.
영업현금창출력의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상회하는 차입금 증가가 나타날 가능성도 커졌다. 이 경우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신용평가사 역시 차입금 커버리지 능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 차입금의존도, 커버리지 지표 저하 예상
신용평가사가 주목하고 있는 지표는 주로 '순차입금의존도'와 'EBITDA마진'이다. '순차입금/EBITDA' 등 커버리지 능력도 평가의 핵심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EBITDA마진 7%, 8%, 9%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향후 재무부담 증가치를 추정했다.
그 결과 순차입금/EBITDA 배수는 올해 1배 안팎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내년 1.6배~2.3배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7년은 3배~3.8배로 정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순차입금 대신 현금성자산을 배제한 총차입금과 EBITDA를 비교할 경우 지표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이 하향 트리거로 제시한 '총차입금/EBITDA 3배'를 단기간 내 초과할 가능성도 있다.
한기평과 NICE신평이 제시한 'EBITDA마진 7% 하회, 순차입금/ OCF 1배 상회, 순차입금의존도 10% 상회'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올해 실적 개선으로 재무트리거를 맞춘다 해도 차입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이후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재무부담 확대 수준은 향후 영업현금창출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전반적으로 재무탄력성 지표가 저하하는 방향성을 이어갈 것"이라며 "내년 이후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소요 증가로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크게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2017년 석탄화학 설비 본격화, 역내 NCC 증설 등에 따른 수급환경 악화로 영업수익성이 하락할 경우 EBITDA마진 약화와 재무부담 확대가 더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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