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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퇴직연금, 헤지펀드 등 투자 다변화 검토 퇴직연금 규모 3조…일부 운용사에 투자제안서 요청

최은진 기자공개 2015-08-06 06:32:0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05일 08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 제고를 위해 자산운용사를 직접 접촉하며 헤지펀드 등 투자 컨설팅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저금리 시대 3조 원대 퇴직연금 자금을 굴릴 투자대안을 물색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최근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투자대상을 확대하면서 적극적인 운용전략 수립이 가능해진 것에 따른 조치로도 해석된다. 현대차가 헤지펀드와 같은 대안상품에 자금을 집행하게 되면 퇴직연금 운용 다변화의 첫 사례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 퇴직연금 적립금 3조 원…자산운용사에 직접 RFP·PT 요청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운용을 위해 일부 자산운용사에 투자제안서(RFP)를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투자상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청취한다는 목적으로 운용사들을 직접 접촉해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대상으로는 헤지펀드를 비롯해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다.

퇴직연금 계약 당사자인 사업자(판매사)를 통하지 않고 기업이 직접 운용사들과 접촉하는 것은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차는 퇴직연금 운용 규모가 조 단위로 막대하기 때문에 직접 상품을 기획 및 설정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의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총 2조 9253억 원이다. 이 중 대부분인 2조 9188억 원이 보험 및 예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 돼 있다. 투자상품 등에 적립된 자금은 65억 원에 불과하다. 저금리 시대 3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사실상 방치되다시피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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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전자공시시스템

현대차는 기존에도 퇴직연금 자금 운용을 위해 운용관리기관인 계열사 HMC투자증권을 배제하고 일부 자산운용사들과 직접 소통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투자규제와 직원들의 노후자금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운용보다는 원리금보장상품 위주의 소극적 운용을 선호했다.

하지만 올해들어 기준금리가 1%대로 내려앉은 데다 주식시장 변동성도 심해지면서 퇴직연금 자금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현대차 내부에서부터 제기됐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적립금 투자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도 적극적 운용을 고려하게 된 배경이 됐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퇴직연금 자산운용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자산운용 규제를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개선했다. 비상장 주식, 투자 부적격등급 채권 등 투자금지 대상으로 분류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투자할 수 있도록 열어뒀다.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운용할 수 있는 대상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현대차가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헤지펀드 등 대안상품에 투자하게 되면 퇴직연금 자금운용 다변화의 첫 사례가 된다. 보통 기업들은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상품 중에 골라 투자한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적립금을 은행 예적금이나 보험사 금리연동형상품(GIC), 혹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원리금보장상품인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에 몰빵하는 방식이었다. 안정적으로 운용해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다. 적극적 운용을 원하더라도 공모펀드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전부였다.

한 퇴직연금 사업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상품 중에 골라 가입하는 정도지만 현대차는 운용 단위가 큰 만큼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수익률 제고를 위해 헤지펀드 등 투자대상을 다변화한다면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최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헤지펀드 등 운용 다변화 긍정적…의사결정기구 마련 시급"

현대차 퇴직연금의 투자대상 다변화 검토에 대해 금융당국 및 퇴직연금 업계에서는 일단 반색하는 분위기다. 원리금보장상품에 지나치게 쏠려있는 퇴직연금 운용 관행을 보다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성을 갖춘 의사결정 절차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이 따른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을 결정하는 별도의 의사결정 기구를 갖추고 있지 않다. 그저 퇴직연금 담당자인 인사 및 재무팀 직원이 유리한 조건의 상품을 골라 결정하는 것이 의사결정 절차의 전부다.

현대차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권이 제시하는 금리 중 유리한 곳을 택하고 있다"며 "별도의 의사결정기구는 갖추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DB형 퇴직연금 운용의 권한은 기업에 있다. 퇴직연금 운용을 하다 손실이 나도 기업이 책임질 몫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직원들의 노후자산인 퇴직금을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 집행에 있어 보다 더 전문성을 갖춰 신중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산배분 등 투자 집행절차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자산 등에 투자하는 것은 큰 위험이 따를 수 있다"며 "아무리 기업이 책임지는 DB형이더라도 전문성을 갖춘 의사결정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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