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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R&D로서의 제노스코, 투자로서의 제노스코

최은진 제약바이오부장공개 2025-03-24 07:33:31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1일 07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 6월 어느날, 미국 보스톤 하버드 대학교 앞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고종성 박사. 백발이 성성한 60대에도 청바지에 백팩 차림의 그는 여전히 젊고 패기 넘치는 과학자였다.

고 박사는 한국에서나 보스톤에서나 K-바이오의 구심점이나 다름없다. 그와 인사를 나누기 위해 과학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던 한 행사장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한-미 클러스터 조성을 논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당시에도 유일하게 한국의 과학자로 대면했을 정도로 그는 K-바이오를 대표하는 과학자다.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부터 폐암약 렉라자까지. 고 박사의 손에서 탄생한 약은 한국의 신약개발 위상을 높였고 산업으로서의 신약 잠재력을 입증하는 사례가 됐다.

그랬던 그가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스테이지는 글로벌 신약 시장이 아닌 한국의 금융 자본시장이다. 그가 R&D 총괄 겸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제노스코가 상장을 추진하면서다.

'고종성'이라는 이름만으로 증명이 됐던 신약시장과는 다르게 상장 문턱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상장이 좌절될 가능성도 있다. 투자시장에선 '고종성'이라는 영향력은 '값'으로 매겨지며 패권다툼으로 이어졌다.

상장 아니면 '고종성표 신약'은 다시 나오기 어렵다고 모기업 오스코텍은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지만 주주나 상장당국은 곱지 않은 시선이다. 아니 더욱 강경한 태도로 상장 철회를 밀어붙인다.

거래소는 '당위성' 문제를 꺼내고 모기업 오스코텍 주주들은 '주가'를 거론한다. 같은 듯 다른 이유에 갈등은 더 복잡하게 꼬인다. 그 사이 왜 제노스코를 상장해야 하느냐의 본질은 희미해진다.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의 애매한 관계정립, 주주들과의 소통부재 등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는 배경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제노스코의 상장이 오스코텍과의 분리를 의미한다는 주주들의 불안감도 언듯 타당하게도 들린다.

하지만 더욱 본질적으로 따져볼 문제는 제노스코의 R&D다. 고 박사를 포함해 오스코텍이나 소액주주들, 임직원까지 모두가 다 신약 R&D를 위해 모였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다 같은 마음으로 제노스코가 새롭게 탄생시킬 신약을 기다리고 있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모였다.

무엇이 옳고 그르냐를 따져 묻는게 합리적 경영이고 또 자본시장의 논리라지만 R&D라는 본질을 간과한 채 주판만 따지는 게 안타깝다. 'R&D로서의 바이오'와 '투자로서의 바이오'에 대한 시각차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필연적으로 돈이 필요한 신약 R&D, 분명한 효익을 따져묻는 주주들. 모두가 다 각자의 위치에서 옳고 합리적이다. 다만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 상황에서 R&D의 본질 가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오스코텍이나 오스코텍 주주들은 모두 고 박사가 이끄는 제노스코 신약을 지지하며 기다리고 있다.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이 갈라져 갈등한다면 제노스코의 R&D는 어디로 향할까.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갈등을 풀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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