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8월 11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 보유지분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법원에 주식매수가격 조정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에 대해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여 합병 반대 진영의 신뢰와 지지를 유지하고 향후 소송 제기 등에 필요한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법이 상장법인의 주식매수 가격을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엘리엇이 법원에 가격 조정을 청구하더라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법조계 등은 관측하고 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주 삼성물산 보유 주식 7.12% 중 4.95%에 해당하는 773만 2779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삼성물산의 주당 매수가격 5만 7234원을 적용한 주식매수 청구 규모는 총 4426억 원 수준이다.

투자은행(IB) 등에서는 엘리엇이 삼성물산이 제시한 주식매수 가격에 불복해 법원에 새로운 가격 결정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엘리엇은 주식매수 청구와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라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됐다"면서도 "주주로서의 권리와 투자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달 임시 주총 결과와 관련된 사항을 포함해 모든 가능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혀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국내 자본시장법 제165조의 5는 상장법인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와 관련해 주식 매수가격은 주주와 해당 법인 간의 협의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엔 이사회 결의일 이전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해당 주식의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산정된 금액으로 매수가격을 정하도록 돼 있으며, 해당 법인이나 매수를 청구한 주주가 그 매수가격에 대해서도 반대하면 법원에 매수가격의 결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삼성물산은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 전일부터 2개월, 1개월, 1주일간 공표된 시세가격에 거래량을 가중치로 해 가중산술평균한 가격을 산출해 주당 매수가격을 5만 7234원으로 산정했다. 이는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에 반영된 삼성물산 주식의 주당 합병가액 5만 5767원보다 2.63% 높은 가격이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이 법원에 주식 매수가격 결정을 청구하더라도 재판부가 기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법무법인 관계자는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임시주주총회 개최 전 제기한 가처분소송에서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는 주장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자본시장법과 시행령 규정을 근거로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삼성물산이 주식 매수가격 역시 자본시장법을 준수해 결정했기에 엘리엇이 법원에 가격 조정을 청구하더라도 '기각'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관련 업계에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놓고 있음에도 엘리엇이 사실상 실익을 얻기 어려운 가격 조정 청구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손해배상소송 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상장법인의 합병비율과 주식 매수가격 산정 기준이 자본시장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기에 국내 법원에서는 관련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낮다는 걸 엘리엇이 모를 리 없다"며 "향후 손해배상소송 등 추가 법적대응을 염두에 두고 근거를 확실히 확보해 두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