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8월 18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자산관리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Individual Savings Account)'일 것이다. 소득공제장기펀드와 재형저축계좌가 올해로 일몰을 맞으면서 ISA는 유일한 절세상품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금융사들 역시 ISA계좌 하나만 유치하면 예금·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영업측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벌써부터 태스크포스팀(TF)을 꾸리며 세부안 마련에 돌입했다.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ISA계좌 도입안을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바로 수수료 문제다. ISA계좌는 금융회사와 가입자의 신탁계약을 통해 개설되기 때문에 계약 유지를 위한 수수료가 부과된다. 기존 세제혜택계좌는 가입하는 금융상품에 부과되는 수수료 외에 따로 지불할 수수료가 없었는데, ISA는 가입 금융상품 수수료와 함께 계좌관리 수수료까지 추가로 내야하는 셈이다.
정부에서 주는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금융회사에 추가 수수료를 내야 한다니, 당연히 이중보수 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투자자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선에서 수수료 체계를 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사들은 수수료 문제에 있어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질 높은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수수료 지불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금융사들은 정말 질 높은 자문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ISA제도의 벤치마크 모델은 퇴직연금 제도다. 퇴직연금 역시 신탁계약을 통해 가입해야 하고, 따라서 금융상품 수수료 이외의 신탁 계약 수수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금융사들의 논리대로라면 퇴직연금 운용에 있어 질 높은 자문서비스가 이미 정착됐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퇴직연금 적립금 90% 이상이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에 쏠려있고 그나마도 투자자문 없이 방치되기 일쑤인 씁쓸한 상황 뿐이다.
금융사들은 ISA 수수료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에 앞서 스스로 자문수수료를 받을 만큼의 역량을 갖췄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ISA제도의 근본 취지는 서민들의 재산형성이지 금융사들의 수익성 제고가 아니다. 세금 절약해 목돈 마련해보겠다는 서민들의 꿈을 장삿속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ISA 수수료 문제가 어떻게 매듭지어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중보수 논란을 피하는 핵심은 금융사들이 수수료 만큼의 값어치를 한다는 것을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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