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화장품 업계, 다시 개천에서 용날까 [thebell note]

연혜원 기자공개 2015-08-27 09:00:0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26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5년 상반기만큼 국내 화장품 업계에 드라마틱한 순간이 있었을까. 내수침체와 동시에 중국 기업들의 부상으로 굴지의 삼성전자조차 불안에 떨 때 화장품 업계는 올해 초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장밋빛 전망을 펼쳐 나갔다. 이 열기를 증명하듯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4월 국내 증시 역사상 두 번째로 주가가 400만 원을 넘어섰고 비상장 화장품 회사들은 잇따라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우수한 기술력, 높은 수요와 함께 국내 화장품 산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은 바로 낮은 진입장벽이었다. 대부분의 산업이 대기업 독점화가 돼있는 데 비해 화장품 산업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개천에서 용 나기 쉬웠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의 원조격인 '미샤'로 아모레퍼시픽과 브랜드숍 매출 1·2위를 다투는 에이블씨엔씨, 자본금 5000만 원의 화장품 용기제조회사로 시작해 7년 만에 지분가치를 200배 가까이 늘린 토니모리가 대표적이다. 높은 매출성장률도 업체 규모를 가리지 않았다.

한국은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업자개발생산) 산업이 발달돼 있는 만큼 중소기업도 대기업 못지않은 양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덕분에 화장품 수요가 커지는 만큼 중소기업의 시장 진출에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었다. 개별 업체들의 매출도 함께 확대되면서 국내 화장품 시장은 단기간에 무서운 속도로 팽창했다.

상황을 반전시킨 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다. 메르스 여파는 국내 화장품 산업에 이전에 없던 성장 양극화를 불러왔다. 메르스 공포로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자 국내 오프라인 브랜드숍이 주된 수입원이었던 중소 화장품 회사들의 2분기 실적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반면 중국에서 이미 터를 닦아놓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대기업들은 중국인 관광객수 감소와 무관하게 2분기에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중소 화장품 회사들이 메르스 여파로 타격을 입은 건 수익만이 아니다. 하반기 상장을 코 앞에 둔 회사들은 메르스 시기에 성장세가 꺾이며 상장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올해 11월 상장할 계획이었던 네이처리퍼블릭은 오너리스크까지 겹치며 상장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졌고, 연내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잇츠스킨은 밸류에이션 하락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모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기며 중소 화장품 회사들의 중국 현지진출 속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다행인 건 메르스 공포가 잠잠해지면서 화장품 브랜드숍의 성지인 명동이 다시 관광객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화장품 업계는 이번 사태를 겪으며 높은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회사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특히 중소 화장품 회사들의 경우 높은 성장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중국인 관광객 수요와 별개의 투자가치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