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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일상에 뿌리내린 롯데 네트워크 [thebell note]

장지현 기자공개 2015-09-08 08:59:00

이 기사는 2015년 09월 07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류도매상들이 유통망을 꽉 잡고 있어 주류 시장은 신규 업체들이 진입하기 까다로운 곳이다. 그럼에도 '클라우드' 맥주가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롯데그룹이 다져놓은 유통망의 위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의미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지난해 4월 출시한 맥주 클라우드의 성공 요인을 이 같이 분석했다.

주류 유통시스템은 일반 식음료 유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반 식음료 제품의 경우 생산업체들이 직접 대형마트, 슈퍼, 편의점 등에 납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주류 생산업체의 경우 소매 유통업체에 직접 납품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반드시 주류 도매상인을 거쳐야 한다. 계열사인 롯데마트에 진열된 클라우드 제품 조차 '주류도매상인'을 거쳐야만 한다. 이 때문에 주류도매상과 오랜 시간 일을 해온 기존 주류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쉽지만 새로운 업체들은 이 시장에 상대적으로 진입하기 힘들다. 이들은 주류도매상들이 물건을 받아주지 않으면 제품을 판매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

이런 와중에 클라우드 맥주는 대형마트에서 평균 10%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시장에 안착했다. 작년 한해 생산 가능했던 클라우드의 양이 전체 맥주시장의 3% 수준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물론 클라우드 품질도 성공적 안착에 주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주류유통의 특권을 갖고 있는 주류도매상인들 조차 시장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롯데 유통망의 위력에 '텃세' 한번 제대로 부리지 못했다고 전한다. 클라우드 외에도 롯데 유통망에서 받는 주류제품들이 워낙 많아 역으로 롯데가 주류도매상들의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롯데 유통망이 갖고 있는 힘이 주류도매상들에게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걸까. 예컨대 잠실에 사는 A씨, 그는 집 앞 엔제리너스 커피에서 아메리카노를 산 뒤 세븐일레븐에 들러 샌드위치를 구매해 출근길에 오른다. 퇴근길에는 롯데백화점에 들러 친구에게 선물할 립스틱을 구경하고 롯데하이마트에서 가습기를 산다. 주말에는 아이를 키자니아나 롯데월드에 보낸 뒤 자신은 남편과 함께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본 뒤에는 해외여행을 앞두고 롯데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유니클로에서 옷을 산다. 오후에는 롯데마트에 들러 일주일치 장을 본다. 롯데그룹의 국적논란으로 배신감을 느낌 A씨가 롯데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결국 이는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롯데가 구축해 놓은 유통망은 이미 우리 삶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롯데그룹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유통·식음료 계열사들은 중후장대 산업처럼 한번에 큰 매출은 못 올리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든 셈이다. 올 여름 클라우드의 빠른 성장에 맞춘 듯 안주거리 역할을 톡톡히 했던 롯데그룹의 가족 간 경영권 갈등은 이제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 물론 여전히 각종 시민단체에서는 국민들의 반(反)롯데정서를 앞세워 불매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또 재계와 학계 등 한편에서는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것이 정당한지, 롯데의 지배구조개선 작업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은 묵묵히 다각도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가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여주고 싶다면 단순한 개선작업에 앞서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이면서도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롯데가 한국 시장에서 국민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근본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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