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채권투자 보수화..크레딧물 비중 줄이나 대우조선 사태 이후 대규모 평가손, AA급에도 불신감
임정수 기자공개 2015-09-16 09:40:56
이 기사는 2015년 09월 11일 16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시장 큰손 국민연금이 투자에 극도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채권 발행시장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이 AA급에서 BBB급까지 순식간에 추락하면서 크레딧물에 대한 비중 줄이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시장에서는 기관 투심 위축으로 AA급과 A급을 막론하고 회사채 미매각 사태가 이어지면서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회사채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재조정에 나섰다. 증권사 채권 세일즈 담당 임원은 "최근 국민연금 내 회사채 투자 인력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채권 투자 유니버스를 보수적인 방향으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인한 파장으로 해석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이 AA급에서 BBB급으로 수직 추락하면서 국민연금도 대규모 평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국민연금이 외부 위탁 펀드에 담겨 있던 채권을 모두 손절매 하도록 했다"면서 "보유 채권에서는 등급 하락으로 평가손실이 발생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후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회사채 신용등급도 AA급에서 A급으로 떨어졌다. 빅3 조선사 회사채 포지션을 상당 수 보유했던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잇따른 평가 손실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들이 줄줄이 미매각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AA급과 A급을 막론하고 투자 수요가 제대로 모이지 않아, 미매각 부담을 증권사들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AA급 채권 수요예측에는 국민연금이 대부분 투자자로 참여했다"면서 "8월부터는 투자자 리스트에 국민연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조선 3사의 실적 쇼크 이후 기업 실적에 대한 국민연금의 뷰(View)가 보수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시장 금리가 변곡점이라는 점도 회사채 투자 수요를 말라붙게 만들었다. 시장 관계자는 "앞으로 금리가 오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낮은 금리로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회사채 유니버스 조정은 일상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특별히 크레딧물에 대한 시각 조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눈치를 보고 주로 AA급 이상 회사채에만 투자해 왔던 패턴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의 신용등급이 추락하면서 A급 시장이 더욱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의 투자 가이드라인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우량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실패했다고 책임을 묻는 분위기에선 시장을 살릴 묘안이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다.
시장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현대차 그룹 계열사 등 극히 일부 A급 기업 수요예측에만 참여하고 있다"면서 "투자 가능 등급 가이드라인을 낮추는 대신에 기업 분석 능력을 보강해 괜찮은 A급 채권 발굴에 힘을 쏟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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